[기획연재] 성장시장을 가다② ASEAN 철강시장 'Little China' 다크호스
[기획연재] 성장시장을 가다② ASEAN 철강시장 'Little China' 다크호스
  • 정하영
  • 승인 2020.10.0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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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수요 대비 생산량 절대 부족…2016년 최대 7천만톤 수입
신 설비 가동으로 수입 수요 줄어…최근 3년 6천만톤대 유지
수출은 베 FHS 등 적극 수출로 급속 증가, 2019년 1800만톤
진행 증설 6150만톤, 기존 포함 2026년 실 생산능력 1억2천만톤
수요 연평균 5% 증가 감안하면 2026~2030년 수급 균형 전망
단순 수출 수급 균형 이후 어려워…직접 진출 필요성 더욱 커져
국가·품목별 치밀한 전략 필요…업계 공동·정부 지원 투자해야

(편집자주) 페로타임즈는 국내 철강시장의 포화 상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성장시장에의 직간접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 지역의 철강 성장시장을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기회이자 도전이 될 이들 철강 성장시장은 크게 아세안, 인도,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중 우선적으로 아세안 시장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그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대해 조사해보고자 한다.

 

(아세안 철강 시장의 특성)

2018년 기준 아세안 지역의 봉형강류 소비는 3950만톤, 생산은 3050만톤으로 생산부족 900만톤 수준이었다. 판재류는 소비 4050만톤, 생산 1220만톤으로 절대 생산량이 부족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다.

특히 생산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의 새로운 설비가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강재 기준 2018년 4280만톤을 생산, 전년 대비 15.3% 증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철강재 수입은 2017년 이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봉형강류 수입은 1320만톤(역내 교역 포함)으로 중국이 48%를 차지하고 이외 일본, 한국 등이 주요 수입국이다. 판재류 수입은 3730만톤, 이중 일본이 32%로 최대 수입국이며 중국, 한국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아세안 주요국 강재 수출입 현황 ( 자료 = 한국철강협회 철강통계 )
아세안 주요국 강재 수출입 현황 ( 자료 = 한국철강협회 철강통계 )

철강재 수출은 2017년 1150만톤, 32.2%, 2018년 1440만톤 25.2%, 2019년 1800만톤, 25.0%의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의 포모사핫띤스틸(FHS),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포스코 등 신예 제철소들의 적극적인 생산, 수출 탓으로 이해된다. 베트남을 예로 들면 2010년 100만톤 내외에서 2019년에는 510만톤을 수출했다.

품목별 수출을 보면 2018년 전체 1440만톤으로, 봉형강류 420만톤, 판재류 920만톤을 수출했다. 판재류의 절대 부족에도 불구하고 대형 철강사들의 역내 교역 등을 포함한 수출이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 아세안 지역의 봉형강류 시장은 역내 생산능력이 소비를 초과할 정도로 충분한 수준이다. 판재류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중국 철강사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새로운 설비들이 속속 가동에 들어가고 있다. 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300~1천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아세안 철강 증설과 향후 전망)

철강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은 철강 투자의 주요 대상이다. 지난 몇 년간 아세안 지역에서는 일본, 한국, 대만, 그리고 중국 등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특히 중국 철강사들의 직접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구 6억5천만명의 거대 경제블록에 철강재를 공급하고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투자가 새로운 시장 확보 전략이 된 것이다. 특히 중국 철강사들의 경우 국내에서 더 이상의 투자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아세안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역 내 막강한 화교 경제력과의 협력을 통해 대형 철강 설비를 건설하여 성장시장인 아세안 역내 공급력을 확보함은 물론 수출, 심지어 중국으로의 반입을 꾀하는 전략이다.

동남아철강협회(SEAISI)는 최근 자료를 통해 아세안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외국인 직접 투자의 주요 대상 국가라고 밝히고 있다.

아세안 주요국 철강사 생산능력 확장  ( 자료 = 동남아철강협 )
아세안 주요국 철강사 생산능력 확장 ( 자료 = 동남아철강협 )

인도네시아에는 서부 자바의 찔레곤에 철강 생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포스코와 크라카타우는 480만톤의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총 생산능력을 1천만톤으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철강사 중 허베이비쉬그룹 600만톤, 덱신스틸 350만톤, 27억달러 규모의 시노스틸 프로젝트 등이 추진되고 있다. 청산강철의 STS 프로젝트는 280만톤의 니켈, STS슬래브 300만톤, 박판류(열연, 냉연) 600만톤이 생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스턴스틸과 얼라이언스스틸이 2018년부터 각각 200만톤, 350만톤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로는 동부 지역에서 우한강철이 1천만톤 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은 현재까지 소규모의 봉형강류 위주 생산에 그쳐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판후아그룹이 판재류 위주 1천만톤, 허베이강철 합작사가 800만톤의 봉형강류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도 일관제철소 건설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중국 철강사들의 일관제철소 투자와 한국, 대만, 일본 등 여타 국가들의 투자가 함께 실현된다면 대략 중국계 5천만톤을 포함, 6150만톤의 철강 생산능력이 증가하게 된다. 기존 생산능력 8370만톤과 합치면 2026년에 아세안의 철강 생산능력은 1억5천만톤에 달할 것으로 동남아철강협회(SEAISI)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생산능력의 경우 소규모, 설비노후화, 낮은 효율(가동률)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생산량이 5천만톤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아세안의 실제 철강 최대 생산량은 현재 진행, 예정인 투자가 일단락되는 2026년경 대략 1억2천만톤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세안 철강시장 증설 후 모습 ( 자료 = 동남아철강협회 )
아세안 철강시장 증설 후 모습 ( 자료 = 동남아철강협회 )

2019년 아세안 전체 강재 수요는 아세안6의 8천여만톤을 포함해 모두 9천만톤 수준이었다. 또한 향후 아세안의 철강 수요는 연평균 4~5%를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연평균 4% 증가를 가정할 경우 2026년 아세안의 철강 수요는 대략 1억1800만톤이다.

따라서 현재 건설 진행, 계획이 차질 없이 모두 진행될 경우 2026년 아세안 역시 생산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코로나19의 영향 등을 고려하면 2~3년 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더라도 2030년 전에는 균형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추가적인 설비 투자 및 건설이 진행된다면 아세안 역시 순수출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문제는 그 이전에라도 수입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수출 요구량은 늘어나면서 지금까지의 철강 무역의 완충 역할이 점차 줄어들 것이 명백하다는 사실이다.
 

(아세아 철강시장의 미래와 시사점)

아시아의 성장 시장인 아세안에서 우리나라 역시 활발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가 최대 직접투자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와는 지난해 10월 16일 양국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를 체결했다. 철강과 자동차의 경우 최대 15%에서 무관세가 적용된다. 새로운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으로 포스코의 현지 제철소 등에 이어 인도네시아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철강 부문의 아세안 직접 투자는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투자 외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중국, 기존 일본의 적극적인 진출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훨씬 뒤처져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2026~2030년경이면 아세안 지역은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고 단순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수출 대상지역이 사라지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 일본처럼 보다 더 강력한 시장 진출, 직접 투자 및 현지 업체와의 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아세안 철강시장에서 우리 철강사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철강사들의 직접 진출 의지와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 그리고 업계 공동의 아세안 시장에 대한 연구, 특히 봉형강류, 판재류, 특수강 등 국가별, 품목별로 보다 치밀한 전략을 서둘러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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