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임원의 자격
[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임원의 자격
  • 장대현
  • 승인 2020.03.31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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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될 확률 1%…중압감 스트레스 많아
주총 소집때 임원 ‘적격성 정보 공고 규정
범죄 저지른 오너들의 귀환은 쉽지 않은 상황
기업에 범법 저지른 임원은 당연히 퇴출돼야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말이 아니다. 여러 대기업이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급여 일부를 반납하고, 폭락한 회사 주식을 사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들이 먼저 나섰다. 위기 상황에서는 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막중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많은 샐러리맨은 임원이 되고 싶어한다. 임원이 되면 높은 연봉과 많은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리가 주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임원은 현실적으로 아무나 될 수도 없다. ‘운칠운삼(運七運 三)’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운도 따라야 한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으로 임원이 될 확률은 1% 미만이다. 삼성이 3년 동안 4만 명을 채용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임원이 될 사람은 400명도 채 되지 않을 거다. 그럼 이렇게 어려운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필요할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자격은 리더십, 책임감, 정직, 열정, 능력, 성과 등 수도 없이 많다. 요즘같이 미래가 예측이 안 되는 불확실성 시대에는 민첩성(agility)까지 요구된다.

임원(任員, officer)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이사, 감사와 같은 법률상 임원을 말한다. 우리 법에서는 임원에 대한 용어 정의가 따로 없다. 일부 금융 관계 법령이나 규제산업 관련 법령에는 이사의 자격 제한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현행 상법에는 이사의 자격 제한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하지만 사외외사나 감사(감사위원)는 다르다. 일정한 자격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저런 사람은 안된다는 소극적인 요건을 정하고 있다. 회사에서 항상 근무하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내이사에 대한 자격요건은 별도로 없다.

최근 개정된 상법 시행령은 상장회사가 주주총회를 소집할 때 임원의 ‘적격성(適格性)’에 관한 정보를 공고하도록 했다. 최근 5년을 기준으로 임원 후보자가 체납 사실이 있는지, 회생이나 파산절차가 진행된 부실기업 임원으로 재직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법령상 결격 사유가 있는지를 미리 알려야 한다.

결국 과거에 윤리적이나 법적으로 문제가 됐던 사안을 쓰라는 것이다. 공직자가 아닌 민간 기업 임원을 뽑는데 이런 개인 정보까지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신상 털기에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임원을 선임할 권리는 주주에게 있으니, 주주에게 임원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상법과는 달리 특별경제범죄가중처 벌법(특경법)에는 ‘취업제한’ 조항이 있었다. 이 법에서는 5억 이상 횡령, 배임 같은 범죄를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기간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의 범위가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기업’으로 한정돼 있었다. 재벌총수 등 임원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대부분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이 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 조항은 그동안 사문화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특경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지난해 11월8일부터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에 범죄를 저지른 임원은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재계는 이러한 취업 제한이 과도한 ‘이중처벌’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시행령이 시행된 며칠 뒤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경법을 위반한 특별경제 사범은 일정 기간 취업을 할 수 없지만, 법무부 승인을 받으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1월 이 위원회는 취업 제한 대상자에 대해 첫 취업 승인을 내렸다. 회사자금 13억 원을 횡령한 취업 제한 대상자가 취업 승인을 신청한 사례였다.

위원회는 피해 업체가 가족 회사이고, 피해 금액이 변제된 점을 참작해 취업을 승인했다. 그동안은 횡령, 배임죄를 저지른 재벌총수 일가들이 형 집행이 끝나고 나면 슬그머니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일이 많았다. 이제 범죄를 저지른 오너 임원들의 귀환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회사의 임원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회사가 성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이미 국내외 경영사례에서 많이 보았다. 경영에 실패한 임원은 용서할 수 있지만, 범죄를 저지른 임원은 용서할 수 없다.

썩은 나뭇가지는 잘라내야 하듯이 범죄를 저지른 임원은 당연히 퇴출해야 한다. 퇴출하지 않고 계속 기용하는 것은 회사나 직원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나 임원으로서 큰 과오 없이 퇴임하여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기를 원한다. 그런 임원으로 남고 싶다면 재임 동안 국가가 정한 실정법은 지켜야 한다. 회사도 정관을 정비해 범죄를 저지른 이사의 자격 제한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제 임원의 자격에 엄격한 ‘준법성(遵法性)’이 요구 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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