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두 직원의 엇갈린 운명
[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두 직원의 엇갈린 운명
  • 장대현
  • 승인 2019.05.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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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 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장대현 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7일 인천에 위치한 공장을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공장 마룻바닥을 뜯어내고 회사 공용서버와 노트북 수십 대를 확보했다.

검찰은 증거인멸에 가담한 보안 담당 대리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는 영장심사에서 자신은 매뉴얼대로 한 것뿐이고 증거인멸에 대한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 법원은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 3일 삼바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팀장 B씨도 긴급체포해 조사했다. 하지만 B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귀가시켰다. B씨는 회사 공용서버를 떼어내 자신의 집에 보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혐의가 비슷한데도 한 사람은 구속되고, 다른 한 사람은 풀려났다. 이렇게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리게 된 것은 증거인멸 책임에 대한 진술이 달라서였다.

B씨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B씨의 윗선인 양모 실장과 이 모 부장을 구속했다. 반면 A씨는 누구의 지시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A씨는 30대 실무자로 직급도 대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A씨는 구속되고 나서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측의 요구로 허위 사실을 말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지난 11일 새벽에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상무와 보안선진화 TF 상무도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사업지원 TF는 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이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임원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구속된 삼성 임직원은 모두 다섯 명이다. 관련 임직원들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 수사가 더 ‘윗선’으로 향해 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은 과거에도 정부 조사를 방해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공정위 조사방해 혐의로 역대 최고 과태료인 4억 원을 부과받았다. 2011년 공정위 조사관이 사업장을 방문하자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했다고 한다. 당시 조사 방해를 주도한 전무 C씨는 내부 징계를 받기는 했으나, 다음 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 후 몇 개월 뒤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영전했다. C씨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별도의 행보가 없다가 지난해 1월 삼성 계열사 임원으로 복귀했다.

삼성은 그동안 준법경영을 위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C씨와 같이 위법행위를 한 임원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고 승진시킨 것은 전형적인 ‘컴플라이언스 실패(Compliance failure)’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4월 25일 법의 날을 맞아 준법경영선포식을 개최했다. 임직원들이 준법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행사였다. 그날 선포식을 진행했던 D부회장은 그 이후 그룹 미래전략실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2016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되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삼성은 그동안 말로는 ‘준법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 보이는 모습은 말과 다르다. 80년 역사를 가진 삼성이 아직도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제대로 된 쇄신이 필요하다. 최소한 젊은 직원이 구속되는 일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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