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지나친 자식 사랑
[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지나친 자식 사랑
  • 장대현
  • 승인 2019.06.1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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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드디어 큰아들이 고3이 되었다. 자식이 명문대를 들어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다. 그동안 아내보다 자식 교육에 무관심하긴 했다.

하지만 막상 고3 수험생 학부모가 되고 보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아들은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수시보다는 정시를 노리고 있다. 정시로 대학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들이 수능에서 기적을 이뤄내길 기도할 뿐이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에서는 숙명여고 전(前) 교무부장 A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있었다.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된 A 씨에 대해 재판부는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검찰은 쌍둥이 두 딸은 기소하지 않았다. 아직 미성년인 두 딸을 아버지와 함께 법정에 세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에서다. 이 사건은 직접 증거는 없는 대신 의심스러운 정황증거는 많았다.

A씨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살면서 두 딸에게 성실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두 딸은 이제 두 번의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선고가 내려진 같은 날 법원 앞에서는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회원들이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며 학생부종합전형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같은 5월 성균관대 약학대 B교수는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자기 딸의 입시와 논문 준비에 대학원생 제자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B교수는 2016년 대학생이던 딸의 연구과제를 위해 제자들에게 동물실험을 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딸의 논문을 대신 쓰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교수의 딸은 그 논문으로 국제학술지 논문에 이름을 올려 여러 상까지 받았고,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입학할 수 있었다. 해당 실험을 한때에 B 교수의 딸은 캐나다에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원생들이 숙제를 대신 해 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단한 모정(母情)이 아닐 수 없다.

교사(敎師)와 교수(敎授)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칠 의무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직업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다른 직업보다도 바른 윤리 의식을 지녀야 한다. 이들의 윤리 의식은 학생들 인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소학(小學)에 나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는 뜻이다. 스승의 위치를 임금과 아버지와 동격(同格)에 둠으로써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앞의 두 사례를 보면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자식 가진 죄(罪) 때문에, 앉으나 서나 자식 미래를 걱정하는 게 부모 마음이다.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내 자식 잘되게 하려고, 남의 자식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군사부일체’라 여겨졌던 스승이 그래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부모가 억지로 만들어준 스펙으로 가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자식들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을까. 지나친 자식 사랑은 오히려 자식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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