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인문학①] 빅(Big)의 시대, 철강 빅히스토리를 시작하다
[철강과 인문학①] 빅(Big)의 시대, 철강 빅히스토리를 시작하다
  • 정하영
  • 승인 2020.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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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Fe), 우주 구성 원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
외핵 철이 생성한 자기장, 지구 생명체 유지 근간
인류 진화 문명 일궈, 소재가 문명·국가 운명 갈라
어렵게 시작된 철기 시대, 연철·주철·강철로 발전
강철과 산업혁명의 결합, 새로운 인류 역사 창조

바야흐로 ‘빅(big)’ 시대다. 빅뱅, 빅브라더, 빅데이터는 물론 빅맥까지 ‘빅’이 유행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빅’은 단순히 큰 것만 지칭하지 않는다. ‘더 크게, 더 높이!’, 인류 초기 문명시대인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Big & High!’가 3천여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까지 별 변화가 없다.

특히 역사(歷史)에서조차 ‘빅히스토리(Big History)’가 대세다. 또한 새로운 소통의 수단들은 스토리(Story)를 요구한다.

그래서 큰 스케일뿐만 아니라 그 근원까지 통찰이 이뤄진다. 과학의 발달로 과거의 어렴풋한 흔적이 토대가 돼 추론과 가설로 이뤄진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문자가 없던 시대, 인류 이전의 시대까지 역사에 편입되고 있다. 그 바탕에는 다윈이 존재한다. ‘진화’라는 개념이 빅뱅부터 이어져온 우주, 생명의 흐름을 지금의 우리까지 연결시켜주고 있다.

수많은 역사 책 속에 ‘빅’이라는 제목과 성질의 작품들이 정말 많다. ‘빅히스토리(Big History)’는 수년 전만해도 구경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04년 미국의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가 역사서의 세상을 바꿨다. 그는 과학에 대한 거의 모든 역사를 다뤘다.

빅뱅에서부터 태양계 형성과 지구의 탄생, 그리고 생명체들이 지구를 정복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주 시작부터 단 한 번도 끊이지 않고 달려온 세상 이야기,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역사가 담겨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이후 역사, 과학 등 많은 전문가들이 앞다퉈가며 빅히스토리 책을 세상에 내놨다. 처음에는 굵직굵직한 이야기만 빅히스토리로 엮어내더니 이제는 새로운 빅히스토리가 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은 것들을 별도로 떼어내 그것의 길고 긴 역사를 써내고 있다.

‘철(Iron)’ 역시 마찬가지다. ‘철’이라는 하나의 소재가 ‘빅히스토리(Big History)’를 통해 역사로 거듭나고 있다.

초신성 폭발, 잔해물이 우주로 퍼져나가고 있다
초신성 폭발, 잔해물이 우주로 퍼져나가고 있다

빅뱅 이후 별의 탄생과 소멸 과정에서 잉태된 철, 특히 초신성이라는 거대한 별이 폭발할 때 철은 생성되고 우주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오랜 시간 흩어져있던 원소들이 새로이 뭉치면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고 새로운 항성이 되고, 항성을 도는 행성이 된다. 별마다 존재하는 원소 비율은 다르지만 이 많은 원소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철(Fe)이다. 앞으로 이 철에 대한 빅히스토리를 연재코자 한다.

우선 지구가 생명이 가득 찬 행성으로 거듭난 것 역시 철 덕분이다. 지구를 이루는 원소 중 철은 지구 중량의 무려 35%에 달한다. 지구는 지각, 맨틀, 핵(외핵, 내핵)으로 구성된다. 이 중 바로 외핵이 액체 상태의 철로 구성되어 있다. 액체 철은 거의 고체가 된 내핵 겉에서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이로 인해 자성이 생겨 지구 전체를 감싸는 자기장이 생겼다. 이 자기장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해로운 태양 입자(태양풍)를 튕겨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태양풍은 행성의 대기를 우주로 날려 보내게 된다. 마치 화성처럼. 그것을 지구 외핵이 생성한 자기장이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지구 자기장과 태양풍
지구 자기장과 태양풍

결국 이 자기장 덕분에 지구 대기가 보존됐고, 물(바다)이 유지된 것이다. 바다 속에서 생물체가 생겼고 이들 중 일부가 육지로 올라왔다. 그리고 이윽고 지구는 생명체로 뒤덮이게 됐다. 그 중 인류가 생겨났고 현재와 같이 번성하게 됐다.

철은 지구에서 산소(O) 다음으로 많은 원소다. 많다는 것은 곧 경제성을 의미한다. 더불어 생존을 의미한다.

생명체, 즉 살아 있는 생물은 ‘대사’를 한다. 이 대사를 할 때 희귀원소를 사용한다면 그 생명체의 지속성은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지구상의 많은 생물체가 철을 사용하여 대사를 한다. 인류를 포함한 적지 않은 생물체가 ‘피(Blood)’ 속에 철(Fe)을 갖고 있다. 산소 호흡을 하는 생명체들은 이 적혈구 속의 철을 매개체로 산소를 얻는다. 산소와 철은 찰떡궁합이다. 공기 중에 노출된 철이 녹스는 것은 바로 산소와 결합한 결과다.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과 교환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과 교환

인간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현생인류가 된다. 곧 정착 생활을 시작했고 문명을 일궈낸다. 첫 시작은 지중해 연안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탄생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다. 그 후 수많은 문명과 국가가 생겨나고 사라진다. 그들의 운명은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또 그 도구의 소재가 무엇인지에 따라 갈렸다.

처음에 돌과 나무로 일군 문명은 금속을 소재로 발전한다. 비교적 용융점이 낮아 생산과 가공이 용이했던 구리와 청동이 처음 사용한 금속 소재다. 하늘이 주신 선물인 타고 남은 별똥별, 철로 된 운석은 고귀한 금속이었다. 철광석은 흔했지만 용융점이 높아 철의 존재도 몰랐고 사용할 줄도 몰랐다. 중남미 문명은 천문학과 수학이 발달했지만 철은 사용하지 못했다. 다만 운철은 신이 주신 고귀한 선물이었다.

역사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자 드디어 철광석을 가열해 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용융점 1,538℃보다 훨씬 낮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연철(軟鐵), 단철(鍛鐵, 일종의 해면철(Sponge-iron))로 무기나 농기구로 쓰기에 곤란할 만큼 물렀다. 이후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서 선철(주철)을 뽑아내게 된다. 너무 단단하다 보니 곧잘 깨졌고 주물방식 외에는 가공이 어려웠다.

그러다 드디어 강철을 발명하게 된다. 강철은 유연하면서도 상당히 단단하다. 이 강철의 발견이 인류 역사를 또 한 번 바꾸게 된다.

강철은 산업혁명과 함께 인류에게 무소불위의 소재로 등장하게 된다. 강철은 기차, 자동차, 배 등 교통혁명을 일으키고 에펠탑이 되고 자유여신상의 뼈대가 된다. 현대 문명과 부의 상징 마천루와 같은 높고 높은 건물을 가능케 한다. 특히 철로 된 무기가 등장하면서 전쟁의 흐름을 바꾸었고 인류 역사를 새롭게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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