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고철납품價 대폭 인하 "상생 맞나?"…"입고라도 받아야" 원성
현대제철 고철납품價 대폭 인하 "상생 맞나?"…"입고라도 받아야" 원성
  • 김종혁
  • 승인 2022.06.30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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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이번주에만 5만 원 인하
연초 MOU 약정물량마저 입고제한
납품 1천톤 감소하면 5천만원 손실
4월부터 10차례 이상 15만원 인하
철근 6~7월 3만1천원 인하에 그쳐

 

국내 최대 전기로 제강사인 현대제철이 이번주에만 국내 철스크랩(고철) 구매 가격을 총 5만 원 인하한다. 글로벌 가격이 3개월째 급락하고 있다는 게 배경이다. 철강 시장도 하강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고철업계는 입고도 통제하는 상황에서 앉아서 수천만원대 손실을 보게 됐다며 원성이 높다. .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7월1일부터 인천공장과 당진제철소의 고철 구매 가격을 톤당 2만 원 인하한다고 통보했다. 2일에는 1만 원을 추가로 내린다. 앞서 28일과 30일 1만 원씩 내린 것을 포함해 이번주에만 5만 원이 떨어진다.

같은 날 동국제강 역시 2일부터 인천 및 포항 공장의 구매 가격을 한번에 3만 원 인하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인하기조에 힘을 실었다. 현대제철 인하로 포스코 세아베스틸 대한제강 한국철강 등의 인하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현대제철 기준 2일까지 인하를 적용하면 생철B 등급의 구매 가격은 톤당 60만 원, 중량A 57만 원, 경량A 및 선반설은 50만 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4월부터 현재까지 납품 가격 인하는 업체에 따라 최소 10차례 이상이다. 7월 초까지 15만 원가량 떨어진다. 철근 가격도 인하됐지만 고철에는 크게 미치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철근 가격을 6월 1만3000원 내린 데 이어 7월은 1만8000원을 인하하기로 했다. 총 3만1000원 하락하는 데 그친다. 

고철업계에서는 구좌업체(납품권을 가진 기업)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구좌업체 대표는 "현대제철은 연초 구좌업체와 거래량을 MOU를 통해 약정했는데 입고제한을 걸어 놓고 가격을 이렇게 단번에 내리는 것은 동반성장과 상생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해외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알지만 최소한 약정한 물량은 받아야 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업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입고제한으로 이달 납품량은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약정된 물량 중 1000톤을 납품하지 못하면 이번주 5만 원 인하에 따라 앉아서 5000만 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고철업체로서는 매입을 줄이고 현대제철 인하 폭 만큼 매입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유일한 출구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통상 고철업체들이 발생처에서 매입할 때 가격 조정은 일주일 내지는 한 달 뒤에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구좌업체 관계자는 "매월 공장 등의 발생처에서 정해진 물량이 나오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매입해주지 않으면 거래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고, 결국 제강사가 필요할 때 고철을 안정적으로 납품해주기도 어렵다"며 "제강사처럼 인하하면 간단히 말해 장사하지 말란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제철 동국제강을 비롯해 주요 전기로 제강사들의 사정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열연 형강 후판 등 주요 제품의 판매가 부진하다. 재고는 점진적으로 쌓여가는 추세다. 철근만 그나마 사정이 낫다. 고철 재고도 대다수 제강사들이 포화 상태인 데다 여름철 설비 보수도 계획돼 있다. 해외 가격마저 폭락한 상태여서 인하에는 충분한 명분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철업계 관계자는 "동반성장 대상인 고철업체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급락 국면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게 우선해야 할 일"이라면서 "3개월째 하락세인 시황에서 대비도 없이 입고를 통제하고 가격인하를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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