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 · 투자를 막는 것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인가?
[사설] 수입 · 투자를 막는 것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인가?
  • 페로타임즈
  • 승인 2020.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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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철강업계의 이슈 중의 하나는 수입 저가 철강재로 인해 국내 철강산업, 나아가 제조업 전반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포스코 등 일부 철강업계의 주장이다.

수입을 하면 안 되고 중국의 투자를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는 논리가 연장선상에 있다. 수입업체는 나쁜 나라고, 좋은 나라는 국산 철강재를 열심히 쓰는 업체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 주장에 토를 달면 안 된다. 바로 역적 내지는 매국노가 될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름 힘 있는 업체들은 그 마녀 사냥에서 비켜나 있다. 철강업계 많은 이들이 강관업계 S사의 경우 포스코 제품을 소재로 사용할 것이라고 알고 있다. 반면에 N사는 대부분 수입재를 사용해 수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S사는 중국산을 대부분, N사는 포스코 제품을 대부분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 관념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주장은 일견 맞는 논리다. 하지만 우리의 철강재 수입이 1천500여만톤인 반면 수출은 연간 3천만톤을 넘어서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이는 도저히 맞는 주장일 수가 없다. 흥선대원군이 다시 집권했다면 모를까?

철강은 소재 중의 소재다.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철강은 곧 국가라고 주장하지 않았는가? 답답한 것은 우리 정부는 그것을 담당해 추진하고 조정하는 일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현실이다.

철강산업의 미래가 제시된 것이 언제였던가? 2007년 AT-Kearney가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이후로 제대로 된 비전을 본 기억이 없다. 얼마 전에는 장관의 요구로 외국 컨설팅 업체에 비전을 맡긴 적도 있다. 결과는 세계적 공급과잉이니 생산능력을 줄이라는 것이 내용의 전부였다. 무려 3억원을 준 결과였다.

지금의 철강업계는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입하면 나쁜 나라고 국산 철강재를 쓰면 좋은 나라라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이런 주장을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20여 년 전 국내 STS산업을 주도하는 포스코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 “우리는 아직 숨 쉴만 합니다. 일본은 이미 코 위까지 물이 올라왔지만 살아갈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가 세계 STS 시장을 주도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STS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대했다. 하지만 기술적 진보는 거기까지 였다.

현재 현실은 그 분의 생각과는 다르게 되어버렸다. 인도네시아의 중국 청산강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리가 일본을 이겼다고 우물 안 개구리에 멈춰 있을 때, 그들은 저가 원료로 STS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빠르게 실현해버렸다. 이제는 도저히 그들의 원가를 따라갈 수 없는 지경이 돼버렸다. 그래서 나온 것이 ‘쇄국주의’ 인가? 수입, 투자 반대 시위는 과연 수요가, 현장 작업자들이 진정 스스로 원해서 나온 작품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 철강사의 의무이자 존재가치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것을 부정한다면 철강사로서 국가 경제, 산업의 쌀을 공급하는 가장 근본적인 존재가치를 상실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 일이다. 수입재를 써서는 안 된다는, 국내 투자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극단의 이기주의, 국수주의일 뿐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무역은 자연스런 흐름이다. 수입을 하는 이유는 국산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결국 자신의 경쟁력은 물론 수요산업,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또 철강 생태계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진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입을 방어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이고 좋은 나라다. 

수입은 나쁜 나라라는 억지 논리에 부화뇌동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철강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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