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역사를 회상시키는 철강재
[철태만상] 역사를 회상시키는 철강재
  • 김종대
  • 승인 2020.09.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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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페로타임즈 대표
김종대 페로타임즈 대표

“저 건물의 철강재는 녹이 잔뜩 슬었어...” 코르텐 스틸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하는 소리이다.

서울고 정문의 철 조형물 ‘ㄹ’자는 짙은 갈색이다. 용산구 경리단 길의 올망졸망한 가게의 간판과 문들도 녹슨 철강재를 사용했다.

녹슨 철강재는 ‘코르텐 스틸’이다. 이 철강재는 내식성이 뛰어난 고장력강이다. 미국 US스틸사가 1933년에 처음 개발하여 1950년대 초에 상표등록을 마친 명품 철강재이다.

일본 후지(富士)제철도 富士코르텐강을 내 놓았다. 포스코도 코르텐 스틸을 생산 한지 오래다. 이 철강재에는 니켈, 크로뮴, 동 등을 함유하는 외에 인, 유황이 첨가되어 있어 풍화작용에 강하다.

농기계메이커 존디어 본사 빌딩(1958년) 외장과 U.S. Steel 본사의 외부 구조재와 커튼월에 코르텐 스틸이 사용됐다. 교량에는 1964년에 처음으로 적용되었고, 지금은 교량, 건축물, 송전탑에 쓰인다. 강교량의 16~20%는 무도장 코르텐 스틸을 사용하고 있다.

코르텐 스틸은 서서히 녹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한 와인색깔에서 레드로 변한다. 완전한 녹이 형성되면 더 이상 녹물이 흐르지 않는 진한 커피색으로 변한다. 5~6년 지난 후에는 검정색으로 변한다.

정관모씨는 C아트뮤지엄(경기도 양평군)에 폭 15m, 높이 15m의 예수 얼굴 조각상을 코르텐 스틸로 구성했다. 이 조각상은 받침대까지의 높이가 22.5m이며 세계최대의 크기이다.

독일 바이에른주 안스 바흐에서 25km 떨어진 곳의 로마제국의 국경요새(2세기경 건립) ‘라임’공원 안에는 3.2m의 로마 군인 조각상이 서있다. 전투에서 살해된 로마 경호원 병사를 표현한 것인데 2005년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었다.

건축가 승효상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주변을 코르텐 스틸로 조성했다. ‘리차드 세라’는 ‘Snake’를 비롯한 8개의 작품을 코르텐 스틸로 만들고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하고 있다. ‘스네이크’는 높이가 4미터이며, 무게는 44톤~276톤에 이른다.

승효상 씨의 말대로 “기억을 담기에 코르텐 스틸만한 철강재는 없다”고 할 만큼 역사의 기록현장에서 코르텐 스틸은 역사를 읽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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