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주철로 만든 브로치
[철태만상] 주철로 만든 브로치
  • 김종대
  • 승인 2020.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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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플리커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는 46만 여종의 진기한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는 프러시아 여인들이 가슴에 달고 다니던 ‘주철브로치’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 작은 브로치는 프랑스 혁명전쟁(1792~1802년)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프러시아(1701년 프리디리히 3세가 세운 왕국)여인들이 ‘금 브로치’를 국가에 기부하고 대신에 주철로 만든 브로치를 자랑스럽게 달고 다녔던 유물이다.

' 칼 프리드리히 싱켈’이 디자인한 철십자 모양의 ‘주철 브로치’는 프러시아 빌 헬름 3세 시대의 훈장을 본뜬 것이다. 당시 베를린에는 27개의 브로치 공방이 있었다는데 값이 싸고 모양이 다양해서 유 럽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주철은 단단하지만 부러지기 쉬운 철강재이다. 강철에 비해 쉽게 녹이스는 단점도 있지만 주조가 쉬워서 공업 재료로 널리 쓰이는 소재이다. 중국은 BC 6세기경, 유럽은 12세기에 생산했다는 기록이 ‘천 공개물’에 남아있다.

주철브로치를 달고 다녔던 프러시아 여인들의 속뜻은 아마도 “나라를 위하여”가 아니었을까? 집안의 금붙이를 국가에 스스로 기부하고 난 뒤의 허전함을 주철 브로치로 대신한 아이디어는 은유적이지만 만족감도 컸을 것이다. "당신은 내 가슴에 달린 브로치의 의미를 아십니까”라고 질문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갖가지의 브로치를 달고 다니는 상징성 표출은 21세기에도 이어졌다. 전 미 국무 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튼은 중동 분쟁회담 때 거미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얽히고 설킨 상황을 의미한 것이다. 그녀는 강한 미국을 나타낼 때는 독수리 장식, 평화를 원할 때는 비둘기 장식의 브로치를 가슴에 달았다. 반면에 9.11 테러가 터지자 미국 여인들은 성조기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아랍의 비인간적 만행에 항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식 때 나비 브로치를 했다. 국민과의 공식석상에서는 무궁화 브로치를 달았다. 영국 여성총리 대처도 강인한 느낌을 주기위해 정장 왼 쪽 옷깃에 늘 브로치를 꽂았었다.

한국에서는 브로치 보다 리본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 시키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노란 리본이 주는 세월호의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하트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나왔다면, 그날은 고백을 하는 날이다. 브로치는 패션이며, 시대를 대변하는 상징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철은 다양한 문화 속에서도 잘 적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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