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철사로 만든 철조각품
[철태만상] 철사로 만든 철조각품
  • 김종대
  • 승인 2020.11.11 0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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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미술관 ‘2020 오늘의 작가 김주환 전’ 전경
김종영미술관 ‘2020 오늘의 작가 김주환 전’ 작품

철강재는 구조물을 넘어 예술 공간에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흉물이라고 혹평했던 파리의 에펠탑도 7,300톤의 철강재로 건립된 구조물이지만 예술품 그 이상이다. 133년이나 지났어도 전세계에서 600여 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미니멀리즘 조각의 대가인 리차드 세라의 대표작 'Snake'(빌바오미술관 전시)는 높이가 4m 무게는 44톤에서 276톤에 이르는 강판으로 구성됐다.

강판이 아닌 철사로 미술품을 만드는 한국인 조각가는 김주환 씨이다. 그는 빨간색 연필 심 굵기의 철사를 말아 용접해서 커다란 원을 만든다. 작품 소재는 고온 열처리로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잘 구부러지도록 만든 소둔선이다.

강관을 묶거나 용접 철망을 만들 때 사용되는 이 철사로 김주환 씨는 바다 한 복판에 회오리 치는 모습을 연출해 낸다. ‘철 조각이 일으키는 물결’이다.

그는 “모든 것이 산업화한 시대에 ‘작업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철사의 조합으로 아름다운 미술품을 탄생 시킨 작가의 작업 태도는 철강현장의 근무자를 문득 연상시킨다. 그리고 티베트 밀교 승려들이 만다라를 그리며 수행하는 것과 같이 수많은 인고의 결정체를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그의 작업은 강선을 둥굴게 말고 용접해서 붙이는 방법이다. 강선 동심원이 여러 개로 나뉘어 가다가 평면에서 다시 만난다. 정교한 작품 속에는 철사의 굴곡이 때로는 자연스럽고, 때로는 깊은 속내를 드러낸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2020 오늘의 작가전-김주환: 혼방된 상상력의 한 형태’를 주제로 그의 작품 14점이 전시되고 있다. 철사로 만든 조각품은 오랜만이다.

철은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품위와 함께 아름다운 예술의 공간을 만나게 해준다. 전시된 작품을 보면 이내 철강인의 자존심이 높아진다. 김주환 작가는 2008년에 포스코 스틸아트어워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철이 있어 철강인의 삶이 아름다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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