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태만상] 1달러의 위력
[철태만상] 1달러의 위력
  • 김진혁
  • 승인 2020.11.24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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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중에는 1달러짜리 10여장을 지참하게 된다. 팁 문화가 정착된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베게 위에 1달러를 놓고 나오는 것이 매너이고, 어느 덧 한국의 여행지에서도 기본 매너로 되었다.

1달러의 의미는 하룻밤 동안 잘 지내고 간다는 무언의 감사함이다. 그렇게 흔쾌히 1달러를 쾌척하는 일이 다반사 가 된 요즘이지만, 골프장에서 타당 1달러 내기를 하던 재벌 총수들이 어린아이들처럼 얼굴을 붉혔다는 이야기도 회자 된다. 단돈 1달러에 세계 최대의 조선소(스웨덴)의 골리앗 크레인을 인수하여 일명 '말뫼의 눈물'바람을 일으켰던 고 정주영 회장의 일화와는 또다른 의미를 갖게 한다.

수출입 전선에서는 1달러가 제조기업의 제품원가를 좌지우지 한다. 해외원료 구매담당자들은 1달러를 깎기 위해 경제 지표와 물가 정보, 미래의 지속가능한 거래까지 염두하면서 신사숙고 끝에 오더를 넣는다. 자사가 보유한 컴퓨터속의 데이터까지 몽땅 끄집어 내서 가격을 결정하단다.  

오래전 구매담당자들은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신의 보직이란 부러움을 샀지만 지금은 빅데이터가 운영되면서 갑의 로망이 사라진지 오래다. 영업맨들이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물불 안 가라고 비즈니스를 한다면 바로 그 상대 파트너는 구매자들이다. 영업과 구매의 풀리지 않는 이익쟁탈전이다. 

“요즘 사원들은 기업가 정신이 없어”, “창업 정신은 오너만 갖는 게 아냐” 수일 전 미팅에서 연간 150만 톤 이상의 후판용 슬래브를 구매하는 제강사 부장급 직원이 뜬금없이 던진 말에서 세계화를 감지한다. 후배 사원들이 1달러를 우습게 안다는 핀잔은 중대한 세대간 문화의 차이이다.  시황 파악이 미흡한 상황에서도 위험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푸념은 어려움을 겪지 못한 세대들의 자기만족이다. 원료만 확보하면 그만이란 의식은 직무유기일수도 있다. 이런 사고가 만성적으로 되풀이된다면 기업의 이익창출은 물건너간다.

짠테크에 물들어 살아왔던 4~50대의 부장들은 철강 경기의 기복이 심할 때마다 1달러의 원가절감을 위해 자다가도 가위에 눌리는 꿈을 꾼다고 한다. 국가간의 거래이든 내국인들과의 거래였던 지간에 톤당 1달러가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구매를 결정해야 하는 일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일 것이다.

원료 1톤에 1달러를 더 주고 샀다면 구매량 150만 톤은 150만 달러가 되는 셈이다. 물론 150만 톤을 한꺼번에 구매 하는 경우는 없지만 평소부터 1달러의 위력을 가슴에 새겨 둬야 큰 실수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경험담이다.

1달러를 볼 때마다 그때의 구매담당자 얼굴이 오버랩 되며 나는 그에게 말없는 격려를 보낸다. 버는 것보다 절감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가 1달러의 위력에 숨어 있다. 제품은 싸야하고 품질이 우선이어야 한다. 싸고 좋은 제품들이 전세계에서 국내로 몰려들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철강재가 글로벌제품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철강재가 싸게 들어온다고 경쟁력부문 세계 1위인 포스코가 반덤핑 요청을 했던 일이 국정감사에서까지 거론 되는 일은 흉한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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