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한 상황
[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한 상황
  • 나병철
  • 승인 2024.08.28 0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철강업계가 수요 둔화 및 가격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계의 ‘혹독한 겨울’은 예상보다 더 길고, 더 추우며, 더 어려울 수 있다”라고 언급한 중국 바오우그룹의 후왕밍 회장의 말이 모든 철강업계 종사자들을 바짝 긴장하게 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으로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철강업체 CEO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미 국제 철강 시장 및 국내 철강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재 범람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 전 세계 철강재 생산량은 9억5500만톤을 기록하였는데 그 중 중국의 생산량이 5억3100만톤으로 55.6%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자체의 철강재 수요가 건설 및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는데도 철강재 생산량은 전년 상반기 대비 1.1% 감소하는데 그침으로써 중국 시장 내 철강재 가격이 급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중국 내수 열연 가격은 1년 전 대비 24.6%, 철근 가격은 21.8% 하락함으로써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특성상 경기 사이클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번 글로벌 철강경기의 불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중국 철강 경기의 향방이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향후 중국 철강경기의 향방에 대해서는 긍정적, 부정적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긍정적 견해로는 최근 중국 주요 32개 제철소들이 감산 차원에서 최대 90일간의 보수 일정에 들어갔고 철근 재고량도 다소 조정되면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40%에 달하는 제철소들이 적자 상태에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직간접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반면에 부정적 견해로는 과거 사례로 볼 때 중국의 철강재 감산 효과가 실제 어떻게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이유는 지난 2015년 철강 불경기 때 중국 철강업계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현금이 남아있는 한 계속 고로를 가동하다가 철강 경기 회복기에 수익을 극대화했던 학습효과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중국 철강 내수의 3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 20년 동안 이어진 중국 건설 붐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부동산 경기부양책도 효과가 없을 것이며, 정부가 자동차 보조금을 확대하여 제조업을 지탱하던 정책도 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종합해 보면 중국의 철강 수요 둔화 지속에도 불구하고 생산량 조절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과잉 공급 물량은 필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수출 공세(2024년 중국 철강재 수출량은 1억톤을 초과할 전망)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경쟁력이 뒤진 각국 철강회사들의 조업 단축 및 경영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각국은 중국산 철강재뿐 아니라 제3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등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각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확산되고 이는 글로벌 철강 경기 회복을 더욱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리 철강업계는 불황 장기화에 대비한 비상 경영체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어려움을 극복해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원가를 절감하고 차별화된 제품 생산을 강화하며 상대적으로 시장이 탄탄한 틈새 수출시장을 새로 발굴하는 등 글로벌 철강업계 간의 생존 경쟁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유비 무환’의 정신 자세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