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發 에너지 위기 '수소 공급망' 악재
범정부 차원 적극적 연구개발·인허가 지원 必
현재 진행 중인 수소환원제철 국책 과제는
기초 데이터 산출 과정에 머물고 있다.
해외는 실증 플랜트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계절이 사라지고 있다. 봄 꽃과 가을 하늘은 사라지고, 여름철 혹서기와 겨울철 혹한기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 이상 '기후위기'란 단어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철강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탄소중립은 전 세계 철강사들의 핵심 키워드로 각인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달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미국 역시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가량 저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점차 확산되는 무역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한 발 앞선 연구개발(R&D)에 사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 향후 탄소 배출을 줄여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생존을 장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포스코기술연구원 전무는 더 이상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친환경 연구개발 분야에서 선두 그룹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럽 등 경제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신흥국 등 후발 주자들도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국가 전체가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지원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무는 "다른 나라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이를 토대로 본 사업을 전개 중"이라며 "우리나라 국책 과제의 경우 기초 데이터 산출 과정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측에서도 관련 연구개발, 설비 도입 비용 일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포스코가 2030년까지 구상한 로드맵 실현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현재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포스코형 수소환원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31년에는 포항제철소에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상호 포스코기술연구원 전무로부터 하이렉스 공법의 특징과 국내 기술개발 현황, 당면 과제 등을 들어봤다.
◆ 인터뷰 : 이상호 포스코기술연구원 전무
<Q> 현재 포스코가 개발 중인 '하이렉스(HyREX)' 공법이란?
<A> 통상 철광석을 녹여 강철로 만드는 제강공정에서는 광석에 결합된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환원제를 사용한다. 기존 제강법은 대부분 석탄을 태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를 활용했고,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산소(O)와 결합해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했다.
반면 포스코를 포함한 국내외 기업들이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 공법은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H)를 투입해 물(H₂O)이 생성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생산 공정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기후 변화에 중대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 과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중 포스코의 하이렉스 공법은 저품위 분광석(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유동로에서 수소 환원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개념이다.
포스코는 과거부터 파이넥스(FINEX) 공법을 통해 수소를 일부 이용, 환원을 했던 이력이 있다. 이에 따라 환원제만 수소로 대체하고, 상업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분광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Q> 여러 수소환원제철 공법과 비교할 때 어떤 강점이 있는지?
<A> 위에서 설명한 하이렉스의 특성은 원재료 수급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현재 전 세계 철강사 약 70%는 전통적 고로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고 있고, 철광석 공급 회사들 역시 이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북미 지역에서 연구 주류를 형성한 샤프트형 미드렉스(Shaft Midrex) 공법이 직접환원철(DRI) 생산을 위해 고가(高價)의 고품위 펠릿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편성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광석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고급 철광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향후 추가로 생산하기 위한 비용도 높다. 스웨덴 SSAB 등 외국 기업의 경우 이를 자체 조달할 수 있어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 상태다.
또 별도 가공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용광로와 동일하게 슬래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슬래그는 철광석에서 철(Fe) 원소를 추출하고 남은 성분을 굳혀 만든 부산물이다. 최근 친환경 시멘트에서 석회석 대체 소재로 주목된다.
이에 따라 향후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도 미드렉스와 하이렉스 중 각자의 여건에 맞는 공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Q> 현재 국내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 및 상업화 단계는?
<A> 먼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금속재료연구조합(KOMERA)을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을 위한 각종 국책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창원특수강, 휴스틸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 중이다.
다만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소환원제철 관련 로드맵이 지연되는 추세다.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올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에 따라 에너지 위기가 확대되면서 수소 공급망 형성에도 차질이 발생 중인 까닭이다.
포스코는 앞선 2020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을 공식 발표한 뒤 실험실 규모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 번에 50kg을 생산 가능한 시험 유동로를 가동 중이고, 하이렉스 시험로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또 수소환원제철에 필요한 수소의 경우 국내에서 충분한 양을 공급하기 어려운 만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호주 등 주요 생산국가에서 협업을 타진 중이다. 이에 포스코는 실증 설비 준공을 앞당기는 등 기술적 역량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Q> 해외의 경우 민간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도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정부나 업계 차원에서 지원하는 수준은?
<A>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공법 개발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진행 중인 국책 과제의 경우 기초 데이터 산출 과정에 머물고 있다.
물론 정부 측에서도 관련 연구개발, 설비 도입 비용 일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포스코가 2030년까지 구상한 로드맵 실현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실제로 산업부와 철강업계는 과거 2030년까지 기술 개발부터 연산 100만 톤 규모 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 건설 등을 연속적으로 포함한 정부 과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예타가 진행되면서 실증 관련 내용이 누락, 지원 예산이 대폭 축소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7월부터 기초 랩 수준 실험을 지원하고, 2025년 1차 결과를 평가한 뒤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반으로 나뉘었다. 이미 해외는 실증 플랜트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Q> 정부나 업계에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추가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A> 철강업은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 인프라를 책임지는 산업이다. 현재 유럽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완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방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소재가 되는 철강 제품들도 당장 2025년부터 최대 50%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여서 공급해야 한다. 향후 어느 임계점을 지나 수소환원제철이 보편화된다면 이제는 배출량을 지금의 10% 혹은 20% 수준으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수소환원제철 개발 고삐를 늦춘다면 더 이상 철강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기반 산업 전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 정부가 해외 사례를 적극 참조해 시야를 넓히고, 탈탄소 전면에 나선 철강업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