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일본고철 수십만톤 선적 불이행…공급사 ‘벙어리 냉가슴’
현대제철 일본고철 수십만톤 선적 불이행…공급사 ‘벙어리 냉가슴’
  • 김종혁
  • 승인 2020.06.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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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약 1년 전 수입 계약을 맺고 선적을 이행하지 않은 일본 철스크랩(고철)이 수십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히 수입 대금 결제는 이행되지 않는다.

미선적분의 과잉 재고를 운영해야하는 일본 공급사들은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현대제철이 국내 최대 구매처인 데다 앞으로 거래 관계상의 불이익을 우려, 계약 불이행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기도 어려운 모양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작년 여름철부터 계약을 체결한 고가(高價) 수입 물량에 대해 선적 이행을 중단하거나, 등급에 따른 선별적인 배선으로 선적을 제한했다. 올해 초까지 지연된 물량만 40만 톤을 웃돌았고, 현재까지도 남은 물량도 최소 20만 톤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궁여지책으로 현대제철은 작년 고가 계약한 물량에 대해 배를 잡지 않고 선적을 계속 미루다가 낮은 가격의 추가 물량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기존 고가 재고분의 선적을 허용하는 등 재고 줄이기에 나섰으나 ‘울며 겨자 먹기’식의 저가(低價)분 성약으로 인하여 시장가의 교란 현상도 보였다”고 말했다.

작년 여름철 계약 가격은 H2 기준 FOB 2만7000엔에서 3만 엔에 이른다.

이후 H2 가격은 10월과 11월 급락, 최저 2만2000엔까지 떨어졌다. 11월에서 올해 1월까지 다시 2만6000엔까지 올랐지만 2월부터 다시 하락했고, 4월 초에는 1만9000엔까지 급락했다. 고가 계약 이후 가격 급락으로 고가 물량 선적을 이행하는 데 부담이 따랐던 것이다.

특히 원가 상승에 따른 실적 하락을 우려한 이유가 크다. 실제 현대제철은 작년 4분기 적자로 전환했고, 올 1분기도 손실이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5,6월에 걸쳐 월별 12만 톤가량의 물량의 선적을 이행하거나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지에 운영중인 공동야드의 물량은 물론 나머지 10만 톤 이상의 계약건의 선적은 아직 기약이 없다.

현대제철은 앞서 러시아 공급사와 맺은 계약건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선적을 금지했었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 내부의 위기감과 실적 개선에 대한 압박은 담당자들이 신규 계약을 추진하는 데도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4월 중순부터 3개월째 오르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수입에 소극적이다. 일각에서는 대량의 고가 계약과 실적부진 등의 압박이 시황 변화에 대응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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