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철강大戰①] 아르셀로미탈 천하 끝…바오우와 양강체제
[제2의 철강大戰①] 아르셀로미탈 천하 끝…바오우와 양강체제
  • 김종대
  • 승인 2020.02.11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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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셀로미탈 2019년 조강생산량 8980만톤
바오우그룹 9600만톤에 뒤져 13년만 1위 내줘
올해도 M&A 통한 경쟁 이어질 듯

2020년대의 시작과 함께 글로벌 철강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확장의 정점에 달했던 2000년대와 달리 최근의 변화는 수요 축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을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생존 경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 철강 산업은 어떻게 재편되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포스코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철강업계 최초로 개별 기업 조강 생산량 연간 1억톤 시대를 연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의 천하가 1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세계 최대 철강사 자리는 ‘타도 포스코’를 외치며 설립한 중국 바오우그룹이 올라섰다. 이로써 글로벌 철강업계는 양강체제로 전환하며, 2000년대 이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아르셀로미탈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한 2019년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8980만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8년 9250만톤에 비해 약 2.9% 감소했다.

2006년 세계 1, 2위인 아르셀로와 미탈스틸이 합병해 1억 1720만톤 규모로 출범한 아르셀로미탈의 연간 조강 생산량이 9000만톤 아래로 떨어진 것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2009년(7750만톤) 이후 두 번째다.

아르셀로미탈의 생산 축소량은 당초 시장 예상치보다 컸다. 2019년 4분기 생산량은 1980만톤으로 전년 동기의 2280만톤 대비 13.2%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바오우그룹은 지난달 2019년 그룹 조강생산량은 960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바오우그룹이 공식적인 실적을 발표 이전에 이례적으로 조강 생산량을 먼저 언급한 것은 세계 최대 기업에 등극했다는 것을 시장에 인식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로 보인다.

전 세계 조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하지만 기업별 순위에서는 지금까지 1위 자리에 오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바오우그룹의 등극으로 중국은 국가별․기업별 철강 생산 1위에 오르며 진정한 철강 강국으로서의 자신감을 한 단계 높였다.

 

‘투기자본’ 지원 M&A로 덩지 키워

이로써 글로벌 철강시장은 아르셀로미탈 대 바오우그룹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양사는 자체적인 경쟁력 향상을 키워오면서 인수․합병(M&A)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락시미 미탈이 대규모 자금 동원력이 뛰어난 투자자, 즉 투자펀드들과 손잡고 다수의 국가에 소재한 국영 철강업체를 인수해 영역을 넓혀 왔다. 락시미 미탈은 오랜 기간 동안 철강업계에 뿌리박혀 있던 관념을 뒤엎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철은 국가’라는 기치로 각 국은 국영기업 또는 민영기업의 형태로 제철소를 건설해 자국의 수요를 충당하고, 부족한 부분만 수입하는 소극적인 교역 형태에 머물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세계화가 강화되고, 철을 대량 소비하는 자동차와 조선, 기계 등의 수요산업이 소수 국가의 기업에 집중되면서 생산된 철의 40% 이상이 국경을 넘어 거래되고 있다.

철이 국제적인 제품이 된 상황에서 업체들이 해외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소규모로 제품을 생산하고 거래처도 한정된 제철소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 공급업체와 주요 철강제품 수요산업이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화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철강업체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 가격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창한 이가 락시미 미탈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중앙아시아 등의 철강업체들을 차례로 인수했고, 2006년 미탈 스틸의 아르셀로를 적대적 M&A는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철강업계 재편의 정점을 찍은 사례다.

독일 브레멘에 소재한 아르셀로미탈 제철소 고로 전경. 사진=아르셀로미탈
독일 브레멘에 소재한 아르셀로미탈 제철소 고로 전경. 사진=아르셀로미탈

 

바오우, 포스코 넘어 글로벌 넘버 원 도약

바오우그룹은 중국 정부의 주도로 설립해 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자국 국영기업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외형을 키워왔다. 바오우그룹이 탄생한 배경에는 포스코가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덩샤오핑 최고 실력자는 1978년 8월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을 방문해 이나야마 요시히로 당시 신일철 회장에게 포스코와 같은 철강업체를 건설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가 단박에 거절을 당했다. 이나야마 회장의 거부 이유는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돌아온 덩샤오핑은 곧바로 중국판 포스코 건설을 위해 상하이 동북 지역에 위치한 바오산을 중국 철강 산업의 메카로 키울 것을 지시한다. 중국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상하이는 철기 제련기술 수준이 높았던 지역으로 기록되고 있는 데 과거의 영광을 되살려 중국 철강 산업의 중흥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해 12월 설립된 바오산강철(당시 사명)은 1985년 1호 고로를 가동되면서 본격적인 조강생산을 시작했다. 꾸준히 고로 설비를 증설하는 한편 1998년에는 상하이 야금주식회사와 상하이 메이산강철을 통합하면서 중국내 1위 철강사로 부상했다.

설립 30년을 맞은 2008년 바오산강철은 조강생산량 기준으로 포스코를 제쳤다. 이후 신규 투자 및 중국 정부의 철강 산업 구조조정에 따라 자국 내 중견․중소 철강사를 차례로 인수한 바오산강철은 2016년 우한강철을 인수해 현재의 사명으로 바꾼 뒤 이듬해 11월 충칭강철, 2019년 6월에는 마안산강철과 산동강철 등을 인수하는 등 외형을 급격히 벌렸다.

 

외형 확장 지속, 또 다른 초대형 제철소 나올 듯

2020년에도 양사의 외형 확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철강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아르셀로미탈은 한때 경쟁 관계였던 일본제철과 손을 잡고 지난해 인도 에사르 스틸 인수를 완료하는 등 중국 기업의 공세를 막기 위한 우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을 제친 중국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010년 초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속도는 다소 늦춰질 수 있지만, 중국 정부의 철강 산업 구조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바오우그룹의 자국 철강사 추가 인수는 계속될 전망이다.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월드 스틸 다이나믹스(WSD)는 바오우그룹의 조강생산 규모가 향후 10년 내에 2억50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항공, 조선 등 주요 제조업체들을 두 개의 거대 기업 체제로 통합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는 철강부문에서도 바오우그룹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초대형 철강사가 출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의 2018년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10대 철강사에 중국 업체는 바오우그룹 이외에도 4위인 HBIS 그룹(4680만톤)과 6위 사강그룹(4066만톤), 7위 안산강철그룹(3736만톤), 9위 지엔룽그룹(2788만톤), 10위 샤오강그룹(2734만톤) 등 6개사가 포진해 있다. 두 개 업체가 합병한다면 어떠한 경우라도 조강 생산 규모가 5000만톤이 넘고, 세 개 기업이 뭉칠 경우 최소 9200만톤 체제의 기업이 된다.

초대형화 경쟁은 빠르게 전개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승자는 기존 기업과 새로 맞이한 기업 간의 기술과 생산 프로세스의 차이, 이질적인 조직문화, 생산 제품의 중복, 판매처 확보 등의 문제를 단기간에 조정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보유한 기업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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