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미르철강 사태 ‘무엇을 봐야하는가’
[페로칼럼] 미르철강 사태 ‘무엇을 봐야하는가’
  • 김종혁
  • 승인 2020.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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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경자년(庚子年) ‘흰색 쥐띠’ 해가 시작됐다. 다산 풍요 번영의 의미이자, 새로운 10년을 여는 해이다. 최악의 환경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마음만이라도 위안이 된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10일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예년과 다르게 철강 전망과 함께 앞으로의 이슈와 발전 전략의 내용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유명 인사들의 축사, 인사말이 주류였던 것보다 되레 무게감이 전해졌고, 올해를 여는 마음도 사뭇 진지해졌다. 경쟁의식이 아닌 협력을 통한 공생, 발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듯 했다.

업계의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도 이해됐다. 실제 올해 시작과 함께 철근 대형 수입, 유통사인 미르철강의 부도 소식이 업계를 뒤집어 놨다.

수원지방법원은 8일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렸다. 회생절차의 개시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대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금지된다.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기업은 100곳에 달했다.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은 물론 미르철강과 관계된 철강유통업체, 운송사, 은행 등 금융권까지 다리를 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피해금액은 수백억, 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물류회사 대표는 이와 관련한 일로 운명을 달리해 업계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번 일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악화된 업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는 자금 부담을 더했다.

미르철강의 부채비율은 작년 기준 632.7%로 위험상태에 있었다. 1년 새 101.1%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차입금은 274억원으로 같은 기간 83.9% 폭증했고,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도 196억원에 달했다.

이 와중에 외상 매입은 계속됐고, 판매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하역운송사는 선사, 화주 동의 없이 수요가에게 물건을 내주는 편법, 아니 불법도 자연스럽게 일삼았다. 수요가 갑이다. 일감을 받아야 하는 운송업계에는 당연한 일로 여겨져 왔다는 게 문제다.

비슷한 사례로 작년 12월 A사 대표가 B사 대표의 고의부도를 주장, 본지에 제보를 했다. A사 대표는 억울함을 토로, 국민청원까지 진행했고 본지와 수차례의 미팅을 통해 과정을 설명했다.

부도를 낸 업체는 피해 대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조용히 회사 정리 작업을 해갔다. 화주인 A사 대표는 배제된 채 수요처, 담당자 하역운송사, B사 대표는 긴밀한 관계 속에서 문제의식 없이 거래를 진행했다.

일의 시작으로부터 긍정 혹은 부정이든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책임은 있다.

하지만 철강 시장에서 일어난 그간의 부도 사건을 보면 그 과정이 정형화 돼 있고, 피해자만이 모든 부담을 떠안았다. 법정관리, 회생, 파산 등은 되레 부도를 낸 업체에 유리한 제도로 활용된다.

겉만 그럴싸하게 꾸며진 탐욕스러운 집단들이 성공사례, 인간승리 등으로 미화된 사례는 적지 않다. 그들은 늘 주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다. 법 제도가 보호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안다.

욕심의 결과를 보여주는 ‘10톤 트럭’이라는 예화가 최근 눈에 들어왔다. 10톤 트럭이 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그 다리는 10톤 이상은 통과할 수 없다는 경고문까지 걸어놨다. 운전수는 딱 10톤을 실고 다리를 지났다. 하지만 새 한 마리가 트럭에 내려 앉으면서 그 다리는 무너졌다.

올해는 욕심을 내려놓고 풍요 번영이 업계에 자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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