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포스코의 철근사업…수익성과 선도기업의 역할
[페로칼럼] 포스코의 철근사업…수익성과 선도기업의 역할
  • 김홍식 페로타임즈 대표
  • 승인 2023.03.08 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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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일철근
사진=코일철근

 

포스코의 코일 철근 시장 진출을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포스코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평가한다는 게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포스코 코일철근 진출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개별 기업의 수익성 극대화라는 측면과 철강업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는 측면을 봐야 한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 보면 유휴설비를 이용해서 코일 철근을 생산하고 수익성도 높인다는 전략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마침 100만 톤 전후의 수입 철근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과 수요가들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명분도 있다.

김홍식 페로타임즈 대표
김홍식 페로타임즈 대표

그러나 포스코가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리더라는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선택이 바람직한가는 또 다른 문제다.

리더란 무엇인가? 자신보다는 전체를 먼저 생각하고, 당장은 어렵고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일은 할 수밖에 없는 자리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리더는 덩치만 크다고 하는 게 아니다.

지금 한국의 철강업계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危機)다. 저가 수입재 유입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인구감소와 대체재와의 경쟁, 전기차 시대 도래에 따른 수요감소, 환경 규제 강화라는 세계적 흐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저가 수입재에 대응하려면 그들보다 더 싸게 만들거나, 그들이 만들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대체재와의 싸움이나 친환경 제조 기술 개발 및 제품 생산은 어지간한 기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셀 수도 없는 시간과 노력과 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스코나 현대제철과 같은 선도기업이 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자 역할이다.

나는 개별 기업으로서 포스코가 코일 철근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굳이 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에 원가 논리를 앞세워 뛰어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왜 포스코는 이런 선택을 했을까? 혹자는 포스코가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다고 말하고, 혹자는 과거 제철보국(製鐵保國) 정신을 잃었다고 말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해서 포스코의 문화가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체성마저 잃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지만 그것이 정책의 최우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생들의 밥그릇까지 뺏는 모양새는 더더욱 그렇다. 그 주체가 다름 아닌 포스코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포스코다워야 한다. 지금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는 포스코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대도강(李代桃僵)이란 말이 있다. 작은 것을 희생하여 결정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전락을 뜻한다.

대지원망(大志遠望)의 마음으로,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맏형의 자세를 견지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기업으로 남아있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그 길이 한국 철강산업의 지속성장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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