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유럽 WSR 개정안 채택…고철수출 잇단 규제 '옥죄는 수급'
[핫이슈] 유럽 WSR 개정안 채택…고철수출 잇단 규제 '옥죄는 수급'
  • 김종혁
  • 승인 2023.01.19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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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OECD 외 고철 등 원료 수출 제동
호주도 제한 촉구 '원료보호주의' 작동 해석
일본 수출 감소 관측…미국도 여의치 않아
한국 기존 거래관계 불구 수입 경쟁 불가피

글로벌 시장에서 철스크랩(고철)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원료 전쟁'이 가시화 됐다. 2년 전 글로벌 철강업계가 앞다퉈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면서 전기로와 친환경 원료인 고철의 중요성이 부각될 때부터 예견돼 왔다. 유럽연합(EU)는 최근 수출 규제를 골자로 한 폐기물 선적 규정(WSR) 개정안을 채택했다. 호주 철강업계는 수출 금지를 정부에 촉구했다. 양대 수출국인 미국과 일본은 올해 수출이 이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철 원료 수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최근 잇단 수출 규제에 대해 각국의 '원료 보호주의'가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단순 규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미래 원료 시장 수급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연간 500만 톤 규모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 튀르키예 등 글로벌 고철 수급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각 제강사, 고로사마다 이번 규제 움직임을 해석하는 것은 각양각색"이라면서도 "(수입환경에 대해) 긴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은 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은 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료 전쟁은 점점 현실화되는데 국내 제강사들은 어느 수준까지 대비하고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각 제강사, 고로사마다 이번 규제 움직임을 해석하는 것은 각양각색"이라면서도 "(수입환경에 대해) 긴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은 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은 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료 전쟁은 점점 현실화되는데 국내 제강사들은 어느 수준까지 대비하고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WSR 개정안 채택

유럽의회는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외 국가에 철스크랩(고철) 수출을 규제하는 폐기물 선적 규정(WSR) 개정안을 채택하기로 의결했다. 각 국에 따라 여건은 다르지만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수급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번 개정안 채택은 무엇보다 자국 내 철강업계 원료 수급 안정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악셀에거트(Axel Eggert) 유로퍼(EUROFER) 사무총장은 작년 12월 유럽의회 환경보건식품안전위원회(ENVI)가 폐기물 수송규정을 통과시킨 이후 "2030년까지 시행될 녹색철강 프로젝트는 더 많은 고철을 필요로 하고, 수요는 향후 몇 년 동안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의 순환경제와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달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폐기물을 해외로 옮기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수출되는 자원은 유럽의 높은 환경 기준에 따라 새로운 철강 제품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럽연합 법에 따라 철 및 비철 고철을 포함하는 회수용 비위험 폐기물 수출은 승인을 신청하고, 제3자 감사를 통해 폐기물을 지속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는 비(非) OECD 국가에만 허용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OECD 국가들에 대한 폐기물 수출을 모니터링해 출하량이 규정에 따라 환경적으로 건전하게 관리되고, 자국 내 생활폐기물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유로퍼는 "WSR 입법의 다음 단계는 OECD 국가향 수출에 대해 더 강력한 모니터링을 구현해야 한다"며 "폐기물 처리 시설에 대한 '보다 세분화되고 조화로운 정의'를 설명하여 WSR의 핵심 부분인 감사 시스템이 보다 엄격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관련 업종의 종사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유럽재활용무역협회(EuriC)는 WSR 개정에 대해 대륙의 금속 재활용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전체 재활용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독일 무역그룹인 VDM은 "비유럽 시장에서 구리, 알루미늄 또는 철스크랩 구매자에 대한 불특정 감사는 불필요하게 거래를 복잡하게 만들어 재활용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재활용무역협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WSR 개정으로 금속재활용업자들은 최대 80%가 이직하고, 50% 이상은 실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무역 단체들은 또 이번 개정안을 "OECD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감시하기 위한 구체적이지 않은 약속"으로 규정하고 "장기적으로 EU의 고철 수출에 대한 추가적인 제한의 창을 열어 놓았다"고 우려했다. 

한국 옥죄는 수급…濠 수출금지, 美日 수출감소 우려

유럽연합의 이 법안은 알루미늄, 구리, 철 스크랩 등에서 아시아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튀르키예에 이어 단일 국가로는 전세계 2위 규모의 고철 수입 국가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고철 수입량은 472만 톤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2020년(440만 톤)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12년 1013만 톤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15년 575만 톤으로 감소했다가 2019년 650만 톤까지 회복됐다. 

국내 자급률 향상이 수입 감소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양상은 달라졌다. 각 국 철강사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면서 포스코 등 글로벌 고로사들의 사용량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해외 철강 설비도 고철을 주원료로 하는 전기로를 중심으로 증설되고 있다. 국내 최대 고철 구매처인 현대제철이 2022년 초 수입 전담팀을 해체하는 것을 두고 시대를 역행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 우려되는 것은 유럽과 호주의 수출 규제 움직임보다 미국과 일본의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 우리나라 원산지별 고철 수입 비중을 보면 일본산은 315만 톤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일본은 올해 일본제철 등의 수요 증가와 설비 증설로 고철 수출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줄곧 제기돼 왔다. 미국은 58만8000톤으로 전년 대비 19.0%나 줄어든 상태다. 동남아 인도 튀르키예 등에 더 역점을 두는 모양새다.  

유럽산 고철 수입량은 34만7000톤으로 40.5% 폭감했다. 이 중에는 러시아산 33만7000톤이 포함돼 있다. 호주의 경우 14만5000톤으로 비중은 비교적 낮지만 미국 최대 수출기업인 심스그룹(SimsGroup)이 호주를 통해 수출하는 물량도 상당하다. 

올해를 시작으로 고철 수입은 더 좁아들 가능성이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각 제강사, 고로사마다 이번 규제 움직임을 해석하는 것은 각양각색"이라면서도 "(수입환경에 대해) 긴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은 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은 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료 전쟁은 점점 현실화되는데 국내 제강사들은 어느 수준까지 대비하고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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