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의 IPO] 'PSR' 택한 그리드위즈, 과대 매출 논란
[이경주의 IPO] 'PSR' 택한 그리드위즈, 과대 매출 논란
  • 이경주 딜스토리 대표
  • 승인 2024.05.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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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법으로 5800억 밸류, DR '수수료'가 실질 수익…카카오모빌리티는 순액법 변경

[이경주의 IPO]는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핵심 이슈를 연재 보도합니다.

◆이경주 대표는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더벨 산업부에서 유통, 운송, 전자, 자본시장부(IPO)에서 취재 경험을 쌓았다. 현재 자본시장 콘텐츠 전문 매체인 '딜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징금(약 90억원)과 대표(류긍선) 해임을 권고하는 내용의 사전조치통지서를 받았다. IPO(기업공개)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매출을 고의로 부풀렸다는 혐의에 기인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사업을 하면서 운수회사로부터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광고와 데이터 등의 대가로 운임의 16~17%를 되돌려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총액법에 따라 20% 전체를 매출로 계상했는데 금감원은 순액법을 적용해 운임 3~4%만 매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IPO와 연관시킨 건 카카오모빌리티 같이 성장성이 돋보이는 기업은 매출 기반인 PSR(매출주가비율) 지표로 기업가치(밸류)를 산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출과 밸류가 비례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회계기준에 대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올 3월 기존 손익계산서를 모두 순액법으로 변경해 매출을 크게 낮췄다.

그리고 기관수요예측을 앞둔 에너지 플랫폼 기업 그리드워즈에 유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PSR을 택해 평가 밸류를 5800억원대로 산출했다. 총액법 기준 매출을 기반으로 한다. 순액법으로 바꾸면 평가밸류가 3분의 1수준인 2000억원대로 쪼그라든다.

◇ '감축전력' 중개 1위...작년 영업이익률은 1.2%

그리드위즈는 ‘절약한 전력’을 수집해 파는 수요관리(Demand Response, DR) 시장 1위 사업자다. 일반엔 생소한 시장이다. 현재 전력시장 공급망은 ‘발전회사→전력거래소(KPX)→한국전력(KEPCO)→기업‧공장‧가정’으로 이어진다.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을 입찰기관인 KPX를 통해 KEPCO가 구매해 기업이나 생산시설(공장), 일반가정에 판매하는 구조다.

DR기업은 KEPCO와 같은 단계에 위치하는데 전력 구매가 아닌 판매 역할을 한다. 더불어 실존하는 전력이 아닌 ‘절약된 가상의 전력’을 판다. KPX가 전력 감축지시를 내리면 DR기업이 이 사실을 고객사인 기업(빌딩)이나 공장, 대형마트 등에 알려 감축이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고객사가 감축을 이행하면 DR기업은 이를 취합해 KPX에 전달하고, KPX는 DR기업에 감축분 만큼의 정산금(감축지시)을 지급한다. 그리고 DR기업은 정산금(감축이행)을 다시 고객에게 돌려주는데 계약에 따른 수수료는 제외시킨다. 이 수수료가 DR기업의 실질적인 수익원이다.

효율적인 전력관리를 위해 정부가 2014년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개설한 시장이 DR이다. DR기업의 경쟁력은 데이터에 기반한 효율적 감축분 분배에 있다. 고객사의 에너지 사용패턴을 정밀히 분석해 전력감축이 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최소화되도록 시간대와 규모를 잘 안배해야 한다.

덕분에 DR은 매우 미래지향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력소모를 줄인다는 점에서 글로벌적 트렌드인 ESG에 부합한다. 게다가 기업고객사에게 수익(감축이행 정산금)까지 안겨주는 윈윈모델이다.

그리드위즈는 DR시장 1위 사업자다. 지난해 시장 전체 전력감축량이 4.5GW인데 그리드위즈는 1.8GW(40%)를 달성했다. 시장점유율로 봐도 무방하다. 그리드위즈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롯데케미칼, 포스코, LG이노텍 등 1000여 곳으로 국내 각 산업군 대표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해 매출은 1319억원, 영업이익은 16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1.2%로 높지 않다. 매출은 대다수 DR사업에서 발생한다. DR매출은 지난해 1103억원으로 전체의 83.7%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ESS(대규모저장장치) △태양광(PV) 사업 등도 영위하는데 규모가 미미하다.

◇ 순액법 변경시 평가밸류 2000억 추정, 3분의 1로 급감

문제는 IPO밸류를 PSR로 도출한데 있다. PSR은 시가총액(밸류)을 매출로 나눈 배수다. 그리드위즈는 평가 밸류로 5884억원을 제시했는데, 유사기업 평균 PSR 4.46배에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18억원을 곱한 수치다. 매출이 밸류를 결정짓도록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6억원에 불과한 기업이 평가밸류는 6000억원에 가깝다. 이 사실만으로도 고평가 논란이 이미 제기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 밸류평가방법인 PER(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론 멀티플이 141배에 달한다.

그런데 밸류에 적용한 매출액(1318억원) 자체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총액법으로 계산한 매출이기 때문이다. 총액법은 매출처에게 수취한 금액 전체를 매출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수취금액에서 매입가액이나 비용을 뺀 차액을 매출로 인식하는 순액법보다는 훨씬 매출이 크게 잡힌다. 쇼핑몰로 치면 구매가가 80원인 신발을 100원에 판매했을 경우 총액법으론 매출이 100원이지만 순액법으로는 20원(100-80원)이 된다.

그리드위즈는 지난해 DR사업 매출이 1106억원이고 고객사에게 지출한 감축이행 정산금이 959억원이다. 순액법으로 계산했다면 지난해 매출은 147억원(1106억-959억원)이 돼야 한다. 즉 KPX에게 받은 감축지시 정산금을 매출로 그대로 인식하고 있다.

금감원 철퇴를 맞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유사하다.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운임의 20%)과 그리드위즈 매출(KPX 감축지시 정산금), 카카오모빌리티 데이터 비용(운임의 16~17%)과 그리드위즈 비용(고객 감축이행 정산금)이 비슷한 성격이라는 지적이다.

총액‧순액 회계기준은 2000년대 이커머스업이 발전하면서 과거부터 논란이 있었다. 이커머스는 매출이 커보여야 유리하기 때문에 총액법을 선호했다. 이는 재화나 재고에 대한 책임을 회사가 질 경우 총액, 단순 중개만 하는 경우엔 순액으로 매출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정리가 됐다.

그런데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이 전에 없던 비즈니스모델을 갖춘 플랫폼기업이 등장하면서 다시 구분이 모호해졌다. 재고 책임 유무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금감원이 카카오모빌리티에 제동을 건 것도 연장선에 있다.

그리드위즈 입장에서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당국 압박에 순액법으로 회계기준을 변경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총액법으론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순액법으로 바꿔 약 6000억원으로 낮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수년 동안 대형회계법인으로부터 총액법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음에도 금감원 지적을 수용했다.

그리드위즈도 데이터에 기반해 감축전력을 파는 중개인으로 ‘플랫폼’ 성격이 짙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대기업 계열사(카카오모빌리티)도 총액법을 포기한 상황이라 그리드위즈 밸류 적정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순액법으로 바꿀 경우 그리드위즈 평가 밸류는 2051억원으로 낮아진다. 지난해 매출(1319억원)에서 DR사업 정산금비용(959억원)을 뺀 수치(460억원)를 적용매출로 바꾸고, 여기에 적용PSR(4.46배)을 곱하면 나오는 수치다.

한 기관투자자는 “전력거래소로부터 정산받은 금액 전체를 매출로 인식하고 정산금을 다시 일정비율로 기업고객에게 지불하는 구조라 카카오모빌리티와 유사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특히 기업고객 정산금이 최근 2년 평균 매출원가의 90%수준에 달한다는 점에서 PSR을 채택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드위즈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드위즈 관계자는 “지정감사와 거래소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총액법에 대한 검증은 됐다고 본다"며 "PSR을 채택한 것에 대한 평가는 시장이 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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