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철강업계가 정부에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AD) 관세 부과를 촉구하고 있다. 저가 수입재 범람에 따라 현지 철강사들이 중대한 경영 위기에 빠진 탓이다.
11일 현지 언론사 등에 따르면 칠레 최대 철강사 시데루지카 화치파토(Siderúrgica Huachipato, CSH) 노동조합 등 노동자 500여명은 지난 9일 모네다 대통령궁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CSH는 1950년 설립된 칠레 최대 철강사로, 현지 유일한 일관제철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CAPA)은 선철 80만 톤과 철근, 기계용 바(SBQ) 등 철강재 100만 톤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신규 압연공장을 건설하고 빌릿 연속 주조기 등을 도입하면서 핵심 제품군을 판재류에서 봉형강 제품 중심으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3억5800만 달러(한화 약 5180억 원) 규모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올해 2월부터 무기한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간 상태다.
칠레 카톨릭대(UCSC) 연구에 따르면 CSH가 사업을 중단할 경우 공장 노동자 1200여명 외에도 중소기업 1090여개사, 총 8만8000명이 간접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CSH 측은 "최근 10여년간 중국산 철강재가 시장 가격 이하에서 대량 수입되면서 철강사들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CSH, 몰리캅(Molicap) 등 칠레 철강기업들은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중국산 철근과 연삭구 제품에 각각 25%, 33%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다만 공정거래위는 현재 중국산 철강재가 시장을 교란 중인 점은 인정하나, 향후 중국과 정치적·경제적 마찰 등을 우려해 15% 내외 관세를 부과하자는 입장이다.
헥터 메디나(Héctor Medina) CSH 노조 위원장은 "현재 경제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 비오비오 주지사, 철강 및 항만업계, 협력사 대표 등 1300여명이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는 오는 15일 경제부 장관과 철강 및 항만기업, 노동계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반덤핑 관세 부과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최근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 철강사들 역시 지난달 말 중국산 선재에 최대 35%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