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현대 '고철수입팀' 해체 後 '보릿고개' 심화…'공급망 점검해야'
[이슈분석] 현대 '고철수입팀' 해체 後 '보릿고개' 심화…'공급망 점검해야'
  • 김종혁
  • 승인 2023.01.05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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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22년 수입 역대 최저치 행보
포스코 고철 구매 증가 한특은 증설
현대 수입팀 해체 後 국내 상승과열
일본산 수입 비중 75.5% '편식' 심각
한일 양국 자극 작년 전세계 최고가
자급률 완성 지연 '탄소중립' 등 영향
일본 수요 증가세 유럽은 수출 제동

국내 철스크랩(고철) 최대 소비처인 현대제철이 작년 초 수입 전담팀을 해체한 지 1년이 지났다. 공급이 부족한 겨울철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전기로 제강사들은 이전보다 심한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수입 전담팀 해체를 유일한 원인으로 단정짓기엔 여러 평가가 있지만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제철은 조달이 용이한 일본산 수입에 집중하고 수급 완화 장치였던 미국산 수입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었다. 그 와중에 포스코의 구매량이 100만 톤 규모로 늘어나고, 그 와중에 한국특강이 철근 설비를 증설하면서 국내 구매 경쟁은 더 격화됐다. 

한국과 일본 시장은 이전보다 더 하나의 시장처럼 연동했다. 지난 1년간 일본과 한국은 전세계 최고 가격을 2차례나 기록하고 현재도 최고 수준으로 고공행진이다. 일본 내에서도 일본제철, 동경제철 등의 고철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출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양쪽 시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과열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뛰면 나머지 한 쪽도 덩달아 뛰는 형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유럽은 올해 고철 수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 국내 고철 자급률은 당초 전망에서 한참 뒤로 밀려났다. 탄소중립 패러다임 속에서 친환경 전기로 설비와 핵심 원료인 고철에 전세계의 관심이 높다. 전세계 고철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수급 구조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고철 소비량 급증…2022년 수입 역대 최저 행보

페로타임즈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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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철 수입량은 2022년 472만 톤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강타했던 2020년(440만 톤)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 대비로는 1.6%(8만 톤) 감소했다. 

지난해 원산지별 수입을 보면 일본산은 315만5000톤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반면 미국산은 58만8000톤으로 19.0% 급감했고, 3대 수입선인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41.2%나 줄어든 33만7000톤에 그쳤다. 동남아산이 22만8000톤으로 5.1% 늘었지만 비중은 낮다. 

페로타임즈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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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와중에 포스코는 고로에 고철 투입 비중을 늘리면서 최근 1,2년 구매량을 100만 톤가량 대폭 늘렸다. 앞으로 광양과 포항 제철소에는 신규 전기로가 각 1기씩 증설된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한국특강은 지난해 신규 철근 설비를 가동하면서 고철 시장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현대제철이 수입 전담팀을 해체하고 국내 구매를 우선에 두면서 제강사간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부족한 수입에 '일본산 편식'…과도한 상승 원인

페로타임즈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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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의 수입 전담팀 해체는 일본산 편식이 되려 큰 문제다. 가장 최근 통계인 12월 수입 실적을 보면 일본산 수입은 22만5000톤으로 전체 75.5%를 차지했다. 전년 동월 54.5%에서 21%p나 폭등했다.

겨울철 수급 공백이 우려되고 있었지만 12월 전후로 필요 물량을 계약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 역력했다. 일본의 수출 가격은 H2 기준 11월 중순 FOB 톤당 4만1000엔에서 반등이 시작됐다. 현대제철이 11월 말 약 2개월 만에 수입에 나서면서 4만3000엔으로 올라섰고, 이어 매주 수입 입찰을 실시하면서 12월 말 5만 엔까지 치솟았다. 한국 시장은 일본에 이어 12월 중순부터 제강사들이 인상 러시에 나서면서 올해 1월 초까지 약 보름 만에 8만 원이나 인상을 실시했다. 

국내 고철 업체들은 설 연휴를 앞두고 물량 방출에 나서고 있다. 제강사 입고량도 개선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앞으로 수입 여건이나 현대제철과 다른 제강사들의 대응을 볼 때 단기간 내 다시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3개월 수입 실적을 보면 10월은 35만 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4% 감소했고, 11월과 12월은 32만 톤, 30만 톤으로 16.6%, 35.1%로 감소율이 크게 확대됐다. 

페로타임즈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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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패러다임과 소비량 증가…자급률 완성 후퇴

국내 고철 수입 감소는 자급률 향상도 영향이 있다. 하지만 자급률 완성 시기는 당초 전망과는 한참 뒤로 밀리게 됐다. 

국내 고철 자급률은 2010년 72.4%에서 2021년 83.5%까지 확대되면서 수입도 동반 감소한 영향이 있다. 2012년 수입은 사상 최대치인 1013만 톤을 기록한 이후 2015년 575만 톤으로 반토막이 났다. 자급률은 계속 향상되는 가운데 2015년 철강 경기 침체 충격이 더해지면서 소비가 줄어든 면이 크다. 이후 철강 업황 회복세에 따라 2019년 650만 톤까지 회복됐지만 최근 3년 연속 400만 톤대에 머물렀다. 

탄소중립은 2020년에 들어서면서 철강 업계는 물론 전세계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바꿨다. 고철은 친환경 원료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전세계 고로사들이 고로에 고철 투입량을 늘리고 있다. 전기로는 고로를 대신할 설비로 각광을 받는다. 

탄소중립과 국내 소비량 증가를 감안할 때 국내 자급률이 완성되는 시기는 당초 전망보다 뒤로 밀리게 됐다. 실제 2021년 1월 자급률을 일시적으로 사상 처음 91.1%까지 올라섰지만 다시 80% 초반대서 고착화됐다. 제강 및 고철 업계에서는 줄곧 수입 비중을 다시 적정치로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고철 구매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전쟁' 양상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외에도 유럽이 올해 고철 수출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고, 일본은 자국내 설비 증설과 고철 소비 증가에 따라 수출을 더 옥죌 가능성이 있다"면서 "과거 자급률 100%를 가늠했던 시기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수입 조달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페로타임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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