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개편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
[사설] 구조조정·개편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
  • 페로타임즈
  • 승인 2020.06.11 0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세계철강협회가 2019년 세계 50대 철강사들의 조강(Crude Steel) 생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도 주요 철강사들의 순위가 크게 오르내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의 바오산그룹이 1위인 아르셀로미탈을 바짝 추격하면서 1위 탈환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무려 24개의 중국 철강사가 50위 안에 들었다. 특히 9계단을 뛰어올라 8위로, 10위 안에 처음 진입한 장롱(Jianlong)그룹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인도와 이란 철강사들의 성장세도 눈에 보인다.

그런데 세계 철강업계의 구조개편은 양(量)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이미 1977년 ‘다비뇽플랜’을 시작으로 양보다는 질적, 수익성 위주의 구조조정과 개편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환경, 에너지, 노무 비용의 지속 증가로 국제경쟁력이 계속 약화되고 낮은 가격의 수입재 방어에 한계를 절감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생존 모색을 추진해온 것이다. 하지만 국가를 초월한 EU 지역 차원의 구조조정과 개편 작업은 2013년 ‘SAP(Steel Action Plan)’, 2018년의 ‘SAP Ⅱ’에도 불구하고 지리멸렬한 상태다. 그만큼 구조조정과 개편이 쉽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다.

철강 선진국들의 구조조정 방법은 EU의 경우 앞서 언급한 대로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통한 설비 폐쇄와 통합, 미국은 1984년 연방파산법 도입을 통한 기업 회생과 M&A 촉진이었다. 또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부 주도의 반덤핑 제도 등 보호무역 정책을 실행해 자국 철강사들의 위기 극복을 지원했다.

일본의 경우 1987년 산업구조원활화법 등 세제지원과 자금융자 등 정부의 조정과 정책 지원 하에 업계의 공동 노력을 통해 대규모 구조개편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 인도, 중동 등 신흥 철강 강국의 부상과 공급능력 과잉, 보호무역 심화 등으로 결코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 여기에 환경, 노무 관련 정부 정책으로 내부적으로도 경쟁력 약화 요인이 적지 않다.

따라서 지속 생존과 발전을 위한 경쟁력 강화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형편이다. 최근에는 A.D(After Diesease)와 Untact라 불리는 세계적 감염병 확산이라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반면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구조적으로 하공정이 사업부나 계열사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선진국 철강사들에 비해 비효율적 경쟁구조를 갖고 있다. 또 산업성숙화로 인해 수요가 정체 또는 감소하면서 공급능력이 절대적으로 과잉되는 품목들이 속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철강산업의 고도화 및 강건화를 위한 새로운 생태계 구축이라는 구조조정과 개편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조정과 개편을 주도하고 지원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이러한 필요성과 공동인식을 구축하고 실무를 담당해야 할 한국철강협회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COVID-19 대응에 대해서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 정책 외에는 별반이다.

시기를 놓치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경쟁력 확보 강화요, 구조조정과 개편이다. 또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중지를 모으고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협회와 같은 업계 단체가 해야 할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