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경쟁력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일명 K스틸법)이 6월1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안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관세 강화, 탄소중립 규제 등에 대응해 한국 철강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법이라는 점이다.
이번 특별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을 한다. 또 이번 법안이 철강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가 돼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첫번째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중단 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시행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가 생길 수도 있지만, 논의를 거쳐 보완하면 된다. 다소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점이나 대기업 중심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시간을 갖고 보완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두번째는 우리 경쟁력의 원천이 어디에서 왔고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단위 공장당 높은 생산성과 이로 인한 원가경쟁력, 안정된 품질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초기 정부의 철강산업에 대한 정확한 방향(중후장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소재산업)과 적극적인 드라이브 정책, 높은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이었다.
그러나 이제 경쟁력의 원천은 독보적인 기술과 제품, 원료~생산~유통~수요가에 이르는 강력한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쉽게 말해서 양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 파이가 커지는 시기에는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것이 최우선이다. 당연히 유동 구조나 수요가와의 관계도 제조업체가 최우선이었다. 이러한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 중심, 지배력 중심의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핵심 기술, 경쟁사를 압도하는 핵심 상품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저탄소 배출과 포집, 운용과 관련해서 원료부터 제품까지 전 세계가 기술경쟁 중이다. 탄소중립은 250년 고로 역사를 바꾸는 일이다. 가장 강력한 힘은 룰(Rull)을 만드는 것이다.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아직 세계 표준이 없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개별기업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산학연, 수요 업체가 함께 어깨를 맞대야 한다.
세번째, 구조조정은 단순히 설비를 줄이거나 생산능력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제품의 생산을 늘리고, 줄일지는 향후 산업구조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각 산업의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지에 대한 예측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범용강 제품에서는 중국 대비 원가경쟁력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제품은 생산을 중단해야 할까? 또 수입재는 무조건 막는 것이 해결책일까? 중국이나 동남아, 인도의 소재와 우리의 가공기술을 결합시키는 방법은 없는지도 고민할 때다. 우리가 열연, 후판, H형강 등 주요 제품에 대해 AD를 부과하는 사이 대형 제조사는 물론 중소 제조업체까지 중국에서 소재를 사서 가공을 한 후 수입을 하는 형태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실업문제와 지역주민과의 갈등, 세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고, 대화 당사자도 매우 복합적이다. 그래서 설비 구조조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치밀한 조사, 충분한 논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해당 근로자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와 지역주민, 중앙정부와의 논의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해외 사례를 공부하고, 보고,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이나 경쟁력 강화가 제조업체에만 국한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원료에서 제조-유통 및 가공-물류-수요가에 이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철은 소재산업이다. 어떤 이유이든지 수요가가 외면하는 소재는 갈 곳이 없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디테일한 실행전략이다.
원가만 놓고 본다면 수입재가 유리할지라도 가공과 보관, 운송, 결제와 금융서비스 등을 감안할 때 국내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통도 제조업체가 아닌 수요가 가까이에서 고객의 원가절감을 위한 방안을 찾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이것을 바로잡는 첫발은 제조업체가 먼저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