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시장, 한국이 유리한 이유
[페로칼럼]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시장, 한국이 유리한 이유
  • 정하영
  • 승인 2026.10.06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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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앞으로 AI가 어디까지 발전하고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을 얼마나 대신할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가정보다 산업현장을 먼저 크게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미국과 중국을 떠올린다. 중국은 값싸게 대량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미국은 AI와 범용지능을 결합한 차세대 로봇 기술에서 앞서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경쟁력이 없을까? 오히려 산업용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상당한 기회가 있다고 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과 수십 년 동안 축적된 현장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LNG 운반선은 영하 162℃의 극저온 화물을 운송하기 때문에 소재와 용접, 검사와 품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로봇에게 용접 동작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소재와 두께, 용접 자세와 열 투입, 작업 순서, 검사와 재작업까지 수많은 전문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국이 LNG 운반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설계부터 소재, 용접, 검사에 이르는 수십 년의 경험과 전문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기계, 반도체, 건설, 방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장 경험은 휴머노이드 시대의 중요한 자산이다. 제조업에서는 교과서보다 숙련기술자의 경험과 감각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소리만 듣고 설비의 이상을 판단하고, 진동이나 제품 상태를 보고 불량 여부를 알아내는 이른바 숙련공의 ‘암묵지(暗默知)’다.

문제는 이들이 빠르게 은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늦기 전에 숙련기술자의 경험과 감각을 데이터로 전환해 AI와 로봇에게 학습시켜야 한다.

정부도 숙련기술자의 ‘감각적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생태계와 피지컬 AI 실증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제조현장을 로봇의 ‘학습장’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생산과 물류에서 얻은 실제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고, 로봇의 작업 데이터를 다시 축적해 성능을 높이는 구조다.

바로 이 부분이 한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미국이 AI라는 ‘두뇌’에 강하고 중국이 대량생산이라는 ‘몸체’에 강하다면, 한국은 제조현장에서 로봇에게 ‘일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다.

철강산업도 준비해야 한다.

우선 휴머노이드 자체가 새로운 철강 수요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로봇에는 구조재와 모터, 감속기, 배터리 등 다양한 부품이 사용된다. 경량화와 강성, 내구성, 피로수명, 열관리가 중요해질수록 고강도강과 특수강, 전기강판, 스테인리스 등 소재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철강공장 자체를 휴머노이드의 학습 현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제선·제강에서 압연, 가공, 물류와 출하에 이르기까지 숙련공의 경험에 의존하는 작업을 하나씩 데이터화해야 한다.

단순히 작업 모습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시 원료와 제품, 온도와 설비 상태, 작업자의 판단, 그 결과 나타난 품질과 생산성까지 연결해야 한다. 특히 고열과 중량물을 취급하는 위험작업, 반복작업, 숙련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작업부터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제조업 경쟁력의 기준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설비와 생산성, 원가가 중요했다면 휴머노이드 시대에는 “우리 산업의 일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정확하게 AI와 로봇에게 가르칠 수 있는가”가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결코 불리하지 않다. 오히려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과 오랜 현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용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상당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시간이 많지는 않다. 숙련기술자의 경험은 사람이 현장을 떠나면 함께 사라진다. 설비는 다시 살 수 있지만 30~40년 동안 쌓인 제조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철강업계 역시 휴머노이드를 단순히 사람을 대신하는 자동화 설비로 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언제 휴머노이드를 도입할 것인가”보다 “우리 공장이 지난 30~40년 동안 축적한 제조 경험을 어떻게 AI와 로봇이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꿀 것인가”이다.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승패는 결국 누가 더 많은 산업 전문 데이터를 보유하고, 숙련공의 암묵지를 AI와 로봇에게 얼마나 잘 가르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제조업의 수십 년 경험이 다시 한번 세계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철강산업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 ChatGPT Im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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