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현대제철의 구조조정…철강산업 지형변화의 계기
[페로칼럼] 현대제철의 구조조정…철강산업 지형변화의 계기
  • 김종혁
  • 승인 2020.04.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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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현대제철이 철강 전 분야의 사업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놓고 검토 중에 있다. 주력으로 생산하는 품목은 12개에 달한다. 열연, 냉연(도금 컬러 포함), 후판, 강관, 자동차 경량화 부품, 철근, 형강, 특수강, 단조, 중기계, 롤(ROLL), 스테인리스강판 등이다.

작년 4분기 현대제철은 전 사업을 대상에 놓고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일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수개월의 검토에서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순천 주단조 공장의 분할 뿐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아직 시작 전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적부진보다 공급과잉과 수요 감소 국면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현대제철은 작년 4분기 역사상 유례없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 충격은 일반 중소철강기업보다 컸다. 2010년 고로 진출 이후 초고속 성장을 이어온 터여서 위기의식은 배가 됐다. 최대 안식처로 여겼던 현대차, 기아차마저 고꾸라진 상황에서 미래는 더욱 불투명했다. 1960년대부터 철강 전 분야에 손을 뻗었던 동력은 어깨를 더욱 더 무겁게 했다. 어느 사업 하나도 흑자를 내기 어려운 안팎의 환경 탓이다.

현대제철은 1953년 창업된 대한중공업공사(인천제철)의 철근 사업을 근간으로 삼았다. 인천제철은 1970년 민영화됐다. 한국 경제 성장과 함께 철근과 같은 건설용 강재는 파동을 겪을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1973년 전기로 제강공장의 조업을 시작했고, 1978년 현대그룹에 편입됐다. 이듬해 울산공장을 준공하면서 시작한 강관은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인천제철은 1982년 H형강 공장을 세우면서 현재 철근 형강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전기로 회사로의 초석을 다졌다. 2000년대는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렸다. 2000년 3월 강원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삼미특수강을 잇달아 그룹에 들이면서 스테인리스 사업에 발을 들였다.

2001년 출범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인천제철을 합병하고, 2001년 INI스틸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한 이후 2006년 현재 사명인 현대제철로 최종 변경했다.

현대제철은 고로 사업을 빠른 속도로추진했다. 2010년 고로 2기를 잇달아 완공하고, 2013년은 3기 고로 체제를 갖췄다. 마지막 단계는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자동차강판 및 강관부문) 인수였다.

2014년 냉연강판 제조와 판매 부문이 분할 합병됐고, 이듬해인 2015년은 잔존 사업인 강관을 인수하면서 철강의 모든 사업은 현대제철로 통합됐다.

2015년 당진 특수강공장을 준공하면서 최대 진입장벽으로 인식됐던 자동차용 특수강 부문까지 진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목표였던 ‘원료에서 자동차까지’의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현대제철의 확장은 철강 산업 각 분야의 1위 기업들의 전략마저 돌려놓는 위협이 됐다. 포스코는 자동차강판, 특수강 부동의 1위인 세아베스틸도 국내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해외로 발을 돌리게 됐다. 동국제강, KG동부제철은 도금재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공급과잉에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이제 또 다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사업의 뿌리인 전기로마저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주단조와 같은 분할도 염두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관, 컬러강판, 후판 등 주력 사업들의 향방을 지켜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현대제철이 고속성장 속에서 업계 판도를 단번에 뒤집어 놓은 만큼 이번 구조조정의 검토는 또 한 번 한국 철강 산업 변화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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