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걱정 중에서 가장 판단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바로 공포심이다.”-렛츠
어느 조종사가 비행 중 기내에서 쥐가 뭔가 갉아대는 소리를 듣고 당황했다. 만약 쥐가 비행기 안의 주요 장치를 물어뜯는다면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황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어려운 상황, 조종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즉시 비행기의 고도를 높여 2만 피트 상공까지 치솟아 올라 그만 쥐를 산소 부족으로 죽게 했다. 비행기 사고 중 많은 부분이 ‘조류 충돌(Bird Strike)’이다. 비행기는 평균 시속이 900km에 달해 새가 비행기를 피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새가 비행기 몸체에 부딪히거나 엔진에 휩쓸리지 않는 조치를 해야 한다.
비행기 사고와 자동차 사고 둘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비행기 사고는 피해 규모가 크고 사회적 파장이 커서 더 위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고 확률과 전체 피해 규모를 종합할 때 비행기 사고가 훨씬 드물어 매우 안전한 이동수단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자동차 사고는 연간 20여만 건, 사망자 2,551명으로 일상에 더 많이 노출된 반면에 비행기 사망확률은 1000만분의 1로 벼락확률보다 낮다. 비행기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결과가 참혹하며, 위기 상황은 단 몇 초의 판단으로 생사가 갈라진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사고 상황이라도 승무원과 승객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극적으로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역사 속 항공사고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1985년 8월 12일, 일본항공 123편 보잉 747기는 도쿄 하네다공항을 출발해 오사카로 향했다. 그러나 이륙 직후 기체 후미 압력 격벽이 파열되면서 수평 꼬리날개가 손상되었다. 조종석에서는 경고음이 울렸고, 기체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려 30여 분간 허공을 맴돌았다. 지상관제와의 소통은 혼란스러웠고, 조종사들은 일관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승무원 간 협력 부족과 위기 대응 훈련의 미흡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기체는 군마현 산악 지대에 추락해 524명 중 520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항공사고로 기록됐다. 비극의 본질은 단순히 기계 결함이 아니었다. 사고 조사 결과, 애초 압력 격벽의 수리 과정에서 잘못된 용접이 있었던 점도 문제였지만, 더 큰 원인은 승무원들의 위기 대처 부재였다. 오랜 시간 동안 불가피한 추락을 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소통과 판단이 이뤄지지 못했다. 다시 말해, 사고의 규모를 키운 것은 결국 사람의 대응이었다.
반대로 침착한 대응으로 정반대의 결말을 보인 허드슨 강의 기적,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US 에어웨이즈 1549편은 이륙 직후 새떼와 충돌하면서 양쪽 엔진이 모두 꺼졌다. 고도는 낮았고, 인근 공항에 재착륙하기엔 거리와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와 부기장은 단 몇 분 만에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매뉴얼을 기반으로 불시착 가능성을 따졌고, 결국 허드슨 강에 기체를 착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더 놀라운 것은 이후의 과정이었다. 설리 기장은 승객 탈출 절차를 철저히 지휘했고, 승무원들은 차분히 구명보트와 탈출 슬라이드를 활용해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강으로 뛰어든 시민과 구조대 역시 신속히 지원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155명 전원이 생존했다. 위기 속에서도 인간의 판단과 협력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두 사고의 결말은 극과 극이었다. 일본항공 123편은 4명만 살아남았지만, US 에어웨이즈 1549편은 전원이 생존했다. 그 차이를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리더십 부재, 일본항공의 조종석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반면 설리 기장은 짧은 시간 안에 불가능한 선택지들을 배제하고, 최선의 가능성을 선택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하면서도 단호한 리더십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둘째, 승무원 훈련과 협력, 일본항공 사고 당시 승무원들은 지상관제와 소통이 혼선되었고, 객실 승무원들도 혼란에 빠졌다. 반면 1549편에서는 훈련된 승무원들이 매뉴얼대로 움직이며 승객을 질서 있게 대피시켰다. 반복된 훈련이 위기 시 습관적 행동으로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심리적 안정과 승객 대응, 일본항공의 승객들은 30분 넘게 공포 속에 방치되었고, 구조적 안내가 부족했다. 반면 허드슨 강에서는 승무원들이 침착한 안내를 지속하며 승객들의 불안을 최소화했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의 심리적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 생존율을 좌우한다.
오늘날 항공업계는 이러한 교훈을 반영해 ‘CRM(Crew Resource Management, 승무원 자원 관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조종사와 승무원, 지상관제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각 항공사는 실제 사고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반복하며,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도록 교육한다.
사고는 비단 하늘 위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직장에서의 위기, 사회적 재난, 개인적 위기 상황에서도 대처 방식에 따라 운명이 뒤바뀐다. 무너지는 조직은 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하다가 피해를 키우지만, 살아남는 조직은 리더의 침착한 결단과 구성원의 협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고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악을 최소화하는 역량이다.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그때 중요한 것은 ‘사고 자체’가 아니라 ‘대응의 방식’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외부 환경을 전부 통제할 수 없다. 거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모두 내 책임이다.
“위기 앞에서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 답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조직과 자신을 위한 중요한 안전장치이다. 썩은 사과 하나가 전체를 망치듯이 조직에서 사소한 실수라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에서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