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예측 불허 : 기후와 경제
[남영준 칼럼] 예측 불허 : 기후와 경제
  • 남영준
  • 승인 2025.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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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요즘 비가 예전 같지 않다. 이제는 비 오는 날이 설렜다거나, 빗소리가 위로였다는 감상은 옛이야기다. 최근의 비는 사람을 달래지 않는다. 그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난폭하게 퍼붓는다. 토닥이는 소리는 사라지고 마구 쏟아 붓는 굉음뿐이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보다도 소나기가 두렵다.

얼마 전 한반도 곳곳에서 시간당 100mm를 넘는 비가 내렸다. 충남 서산, 경남 산청 단성면, 경기 포천 내촌면 등지에서 기록이 쏟아졌다. 90mm대를 넘긴 지역만 해도 손에 꼽는다. 예전엔 평생 한두 번 경험할까 말까 하던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게 뉴노멀이란다. 한해 내릴 비의 3분의 1이 길어야 반나절에 다 쏟아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1.4도나 올랐다. ‘계절의 소멸’이 뉴스거리다. 여름이 길어지고, 눈은 귀하다. 바다는 더 따뜻해졌고, 대기는 헐떡이며 더 많은 수증기를 품었다. 예전 장마는 7월이 당연했는데, 이젠 6월이 됐고 올해는 잠깐 왔다 갔다. 계절이 제멋대로다.

막연히 기후변화라고들 한다. 그러나 예외적이라는 말에 기대선 안 된다. 이상기후는 원래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무도 다가올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기후도, 경제도 그렇다.

요즘 경제를 보면 딱 그렇다. 예측이 무의미해졌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미국의 트럼프 2기가 시작된 후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다시 꺼내 들었다. 관세가 오르고, 무역 전쟁 소식이 쏟아진다. 동맹과의 신뢰가 깨지고 동유럽, 중동, 남미에서 불안한 조짐이 퍼진다.

시장도 덩달아 흔들렸다. 환율은 오르고, 수출 길은 답답해졌다. 해외로 나가던 물건들이 창고에 쌓였고, 국내 소비는 더 주저앉았다. 경제는 분명히 불확실성을 싫어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그 불확실성이 일상이 됐다.

대한민국이 늘 위기를 말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한 시대다.

기후와 경제가 닮았다. 성질이 다른 북쪽 찬 공기와 남쪽의 뜨거운 공기가 충돌해 먹구름이 몰아치는 날, 경제도 예측하기 힘든 돌발 변수에 한 번에 뒤집힌다. 기후의 폭우가 도로와 공장, 농경지로 흘러드는 것처럼 경제의 충격도 생산과 물류, 물가로 파고든다.

하던 대로만 해선 안 되는 시대이다. 똑똑한 예보도, 남보다 빠른 정보도, 실은 큰 소용이 없다. “지금껏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말이 웬만해선 틀린 말이 아니다. 비정상이라 생각하는 순간, 이미 그것이 정상이다. ‘전례 없음’이 표준이 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한 번 무너진 신뢰, 한 번 잠긴 집, 한 번 오른 물가를 다시 되돌리는 일은 상상보다 어렵다. 기후 정상화라는 환상처럼, 경제 정상화도 옛일이 됐다. 한때는 위기 극복 DNA를 자랑했지만, 이제는 복구력과 적응력, 그리고 빠른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시대가 아니다. 변하는 자, 그리고 빠르게 적응하는 자가 산다. 코로나 때 그랬다. 누구도 경험하지 않았던 일을 우리는 겪었다. 그때와 비교해보면 기후와 경제의 혼란은 어쩌면 예정된 무질서일지도 모른다. 혼돈의 구름 대 아래, 한국 사회는 오늘도 또 다른 생존의 방정식을 풀고 있다.

눈앞에 어떤 구름이 몰려오든, 폭우가, 돌발 변수의 바람이 어디로 불든 확실한 답은 없다. 다만, 매 순간 내리는 선택, 빠른 적응력, 무너져도 다시 짓겠다는 각오, 그리고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연대만이 우리를 또 한 번 건져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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