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철강은 국가의 뼈대, 적극 보호해야
[남영준 칼럼] 철강은 국가의 뼈대, 적극 보호해야
  • 남영준
  • 승인 2025.08.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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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철강산업.”

일반 국민이 자주 쓰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조선, 건설, 기계 등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것에 철강이 들어간다. 쌀이 밥상의 기본이듯, 철강은 산업의 뼈대이자 초석이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19세기 영국이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건, 철강을 대량 생산할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철도로 땅을 잇고, 교량으로 강을 건너고, 군함으로 바다를 지배했다.

20세기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를 대중화하고, 높은 빌딩을 세우며,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만드는데 철강산업이 바탕이 되었다. US스틸은 미 국방부에 수억 톤의 철강을 공급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기여했다.

2차대전 이후 일본과 한국은 더 빠르게 달렸다.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 한가운데에 철강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전쟁 폐허 위에서 조선·자동차·건설로 산업화를 이끌 때, 그 한가운데 제철소가 있었다. 포항과 광양의 용광로 불빛은 산업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뼈대가 튼튼해야 집이 서듯, 철강은 국가 경제의 골격이었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은 지난 4월에 고로 폐쇄를 막으려고 법을 긴급히 바꾸고, 국유화까지 검토했다. 미국은 US스틸의 인수에 직접 개입했다. 유럽연합은 저가 철강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관세와 쿼터를 걸고,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모두 철강이 경제안보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철강이 맞닥뜨릴 가장 큰 과제는 탈탄소화이다. 철강 생산은 전통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그래서 유럽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는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출국에도 탄소 저감을 강제하고 있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환경이다. 그러나 실상은 산업 경쟁력 유지 전략에 가깝다. 탄소 감축이 앞으로는 가격, 품질만큼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된다는 경고다.

한국도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제철 같은 기술개발에 나섰다. R&D와 설비 투자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생산설비를 디지털화하고, AI를 활용한 스마트팩토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 변화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IT 산업 같은 미래산업과 맞물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 철강산업이 지금 거센 파도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높은 철강 관세, 유럽의 탄소 규제,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세계 6위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산업의 버팀목인 한국 철강이 이 위기를 넘어서려면, 국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회가 ‘K-스틸법’을 논의 중이다. 대통령 직속의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장기 계획을 세우고, 세제 혜택과 수입 규제를 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친환경 전환을 돕겠다는 법이다. 국가가 철강을 지키고 키우겠다는 약속인 셈이다.

철강산업은 오래된 산업이지만, 노후 산업이 아니다. 지난 200년 동안 국가 흥망성쇠의 중심에 있었다. 어떤 이는 “철강은 오래된 산업 아니냐, 이제는 신산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래되었다고 낡은 건 아니다. 철강은 앞으로 더 발전하여 산업의 중심을 지킬 것이다.

철강산업을 지키는 일은 과거를 붙드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세우는 일이다. 산업의 뼈대가 무너지면, 화려하게 보이는 겉모습도 곧 무너진다. 우리는 그 사실을 역사에서, 그리고 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확인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K-스틸법은 이러한 본질을 되새기며, 철강산업의 전략적 위상을 제대로 세우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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