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준 칼럼] 변화의 파고 속, 실용주의가 한국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남영준 칼럼] 변화의 파고 속, 실용주의가 한국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 남영준
  • 승인 2025.06.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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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남영준 톡톡미디어 대표 (전 국제종합기계 대표)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 사회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오랫동안 얽매었던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익과 실용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유연하고 현실적인 접근만이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다.

세계는 이미 실용주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기존의 이념이나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협상과 국익을 앞세운 파격적인 실용주의로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예측 불가능한 협상술은 자국의 이익 극대화에 집중되어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접근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초 그는 미국 철강산업 보호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제철이 110억~140억달러(약 15조~19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최소 7만 개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US스틸 본사의 피츠버그 유지를 약속하자 그의 입장이 뒤바뀌었다.

주목할 점은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협정(NSA)에 따라 황금주(Golden share)를 갖고 공장 폐쇄나 해외 이전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US스틸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여 국가 안보와 산업 주권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외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끝장 거래를 성사시킨 것이다.

US스틸은 맥도날드, 코카콜라, 제너럴모터스, 존디어와 함께 100년 이상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미국의 자존심이다. 이러한 회사를 외국에 넘긴다는 것은 미국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주와 같은 조건으로 미국 정부가 실질적인 통제권을 가지면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을 받아내 경제적, 정치적 실익을 극대화했다.

이는 기존의 가치나 동맹보다 실익을 우선시하고, 모든 현안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 패키지딜을 하는 트럼프 특유의 실용주의 협상을 보여준다. 즉, “미국의 이익만 보장된다면 외국 자본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미국이 언제든 판을 주도할 수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일본제철은 막대한 투자와 황금주로 자칫 자율권을 잃을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수를 통해 무엇을 얻을까? 가장 큰 이점은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최대 50%)를 우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크게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또, US스틸 인수를 통해 일본제철의 조강 생산량은 약 4364만톤에서 5782만톤으로 증가한다. 이는 세계 철강사 순위 4위를 유지하면서도, 3위인 중국 안강그룹(5955만 톤)과의 격차를 크게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제철은 중국 바오산강철과의 합작을 종료하는 등 중국 내 사업을 축소하고, 미국과 인도에 집중하고 있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 강화, 공급망 다변화, 반덤핑 대응 등으로 중국 철강기업과의 경쟁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국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국 역시 이념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실용주의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물론 실용주의가 원칙 없는 편의주의로 흐르거나, 사회적 연대와 윤리적 기준을 무시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 역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와 실용적 시장주의 등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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