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픈 민주주의,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
[특별기고] 아픈 민주주의,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
  • 김진혁
  • 승인 2025.0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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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요즘 우리 정치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정치가 권력을 얻기 위한 결투의 장이 되고 시장 경제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더 좋은 국가로 만드는 비전은 사라지고, 예술의 정치가 아닌 소모적 정치투쟁으로 보인다. 정치는 타협과 합의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국정이어야 하지만,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라는 식의 사회·정치적 양극화가 되었다.

여야가 꿈꾸는 나라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인가? 급속히 선진화된 과정에서 국민을 둘로 쪼개는 불행한 상황에 이르렀다. 여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의 수립을 목표로 하지만, 야당은 민중주의의 민족 해방과 통일을 지향하는 모양새다. 우리는 절대 빈곤을 극복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민주화도 이뤘고,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은 세계 주요한 국가이면서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는데 말이다.

최근 계엄과 탄핵 사태를 보면서 경제·문화·정치 이 세 가지 성취 가운데서 우리가 제대로 못한 게 민주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제일 신임을 못 받는 집단이 국회(정당)였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 그들을 선거로 뽑아준 유권자 책임이 아닌가? 민주정치는 이해관계자들 간 대화와 설득을 통한 숙의와 다수결에 따르는 의사결정과정이다.

필자가 생각나는 한국의 민주정치가 어려운 이유로 첫째, 선진화 달성을 위해 허겁지겁 빨리 달려왔기에 국가 정체성에 대한 정통성과 정당성 그리고 학술적 연구가 부족했다. 둘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정치를 멀리하고, 통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았다. 2004년부터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세 번이나 가결하지 않았는가?

셋째, 북한과 대치하다 보니 이념적 갈등에 몰입되어 있다. 분단과 냉전 체제의 권위주의 정권의 경제발전에 대한 역사의식이 사뭇 다르다. 역사 논쟁에서도 한 갈래는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을 지향하지만, 다른 쪽은 민족사의 정통성을 독립운동과 민주화 과정의 종북성향이다. 2024년 광복절 행사마저 둘로 쪼개진 역사의 퇴행을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랑보다 이념, 친구보다 진영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넷째, 가정이 무너졌고,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고 교육마저 무너졌다. 자식에게 영(令)이 서지 않고 학생에겐 훈육이 없어졌다. 모든 개체가 모래알 같아서 돈이면 다 해결되는 저속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역사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 연민을 가지고 승자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아량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 외형적인 압축 성장을 하느라 성찰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올바른 결정에는 이성과 감정의 균형이 요구된다.

여섯 번째, AI 시대의 변화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부터 단일국가에서 다민족 국가가 되었다. 전체 인구의 5%가 넘은 252만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경제도 토핑 경제로 바뀌었다. 토핑 경제란 상품과 서비스의 기본 상품에 ‘토핑(Topping)’의 추가 요소를 더하는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민주정이란 본래 취약한 제도이고, 역사적으로 강력한 민주 정부란 없었다. 당시 독일의 정치에 환멸을 느꼈던 정치인 막스 베버(1864~ 1920)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세 가지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노동 계급의 터무니없는 요구, 둘째는 훈련되지 않은 자유 의지의 질주, 셋째는 끝이 없는 자본가의 탐욕이다. 베버에게 이상적인 지도자란 주권자로부터 갈채를 받고, 윤리적 정열, 책임감, 통찰력의 자질이 있어야 한다.

세계사를 살펴볼 때 자유시장과 자유주의 정치 시스템이 있는 곳에서 번영과 풍요가 꽃을 피웠다. 특히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이제 선진국의 문턱을 넘고 국운 상승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트럼프의 복귀로 예고된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격변에 적절히 대처해야 함에도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 성장이 발목을 잡혀 슬프다. 과연 ‘이데올로기 과잉증’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사에서 “한국식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고,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피크 코리아’에 있다.”고 진단했다. ‘첫번째 인구소멸국가’, ‘구조적 정치의 후진성’, ‘초고령사회’에서 벗어나 민관이 원팀으로 대화와 타협에 나섰으면 한다. 이대로는 국가 운명도 알 수 없다. 더 이상 불안한 정치로 인해 우리 삶이 망가져서는 안 된다. 진실 앞에 좌우가 어디 있고, 성장에 진영이 어디 있는가?

세계 경제전쟁 시대에서 밀리면 우리 미래도 보장되지 못한다. 미래지향적 정치적 합의와 현명한 선택을 바랄 뿐이다. 국민은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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