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부터 시행 중인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을 EU로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일종의 관세 제도이다.
구체적으로 탄소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서 EU 생산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 구매를 강제로 부과하게 된다. ’25년까지 전환 기간에는 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지만, ‘26년부터는 배출량 검증, CBAM 인증서 구입과 제출 의무가 추가된다.
CBAM 적용 대상 6개 품목 중에서 우리나라의 對EU 수출 규모가 가장 큰 품목은 철강으로서 ’23년 전체 수출액 46억 달러 중 90% 이상인 42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 철강업계가 지게 될 부담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 이니셔티브)에서 발표한 ‘CBAM 도입이 국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국내 철강 부문이 직접 감당해야 할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은 ‘26년 851억 원 수준에서 지속 증가하여 ’34년부터는 연간 5,5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내 핵심 기간산업인 철강 부문에서 CBAM 도입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향후 급격하게 증가할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문제는 ‘26년부터 본격 시행될 CBAM의 적용 대상의 범위가 향후 철강재 이외의 철강 가공제품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에 미칠 직간접적인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유럽 철강업체들은 유럽연합(EU)이 역내 철강산업 보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유럽철강협회와 아르셀로미탈 등은 EU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유럽 철강산업은 2009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을 즉각 시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를 더욱 강화하고, (외국산 철강재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개선하고, 에너지 비용을 줄이며, 철스크랩 유출을 막고, 친환경 철강(그린스틸) 수요를 촉진할 조치들을 시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럽위원회(EC)는 CBAM의 적용 범위를 철강 가공제품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EC 산하의 세무 및 관세 동맹 총국(TAXUD)은 CBAM의 적용 범위 확대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이미 CBAM이 적용되고 있는 철강 등의 기본 제품과 관련하여 가치사슬의 하위 제품(철강 가공제품)으로까지 메커니즘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철강 및 철강 가공산업 관련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CBAM 범위 확대와 관련된 핵심 이슈, 합의 영역 또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이슈에 대한 관련 증거와 의견을 수집 중에 있기 때문에 조만간 그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CBAM 적용 범위 확대 관련 정책에 반영될 전망이다.
이상과 같이 국내 철강업계가 직접 지게 될 인증서 구입 비용 이외에 향후 철강 제품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연관 산업에 미칠 파급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철강업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CBAM 본격 도입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철강업계의 근본적인 대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자체를 가능한 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함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투자 비용 및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EU 규정에 따라서 보고해야 하는 ’탄소 배출량‘의 평가 방식에 대해서 현재 정부 관련 부처 및 단체에서 표준을 설계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향후 철강업계의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