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대기업 고가 정책 시장에 손실 전가
건설폐업 공고 현재까지 26.7% 급증 기록
포스코산 제품 가격도 하락일로 '수요상실'
법인파산건 1~3분기 2021년 최대치 돌파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법인들의 파산 신청 건수가 사상 최대치인 2021년 연간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철강 수요의 절반을 지탱하고 있는 건설분야의 침체가 심각하다. 건설분야 폐업은 올 들어 현재까지 20% 이상 급증했다. 철강업계 전체가 수요부진과 수익성 추락에 허덕이는 가운데 철강 대기업으로부터 유통까지 산업생태계 하부 단계로 갈수록 충격은 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방 소재 한 철근 가공업체는 부도를 맞았다. 올해 부진이 계속되면서 수익성은 악화되고, 최근 건설사로부터 자재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급기야 부도에 몰린 것이다. 또 다른 업체는 수천 톤의 철근을 판매하고 잠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건설 수요는 감소하고, 철근 가격은 줄곧 하락세가 계속되다보니 자금 사정은 악화일로였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고가(高價) 정책을 고수하는 통에 이익을 개선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시장에 따르면 이번주 철근 유통 거래 가격은 대리점 매장가 기준 SD400, 10.0mm 제품이 톤당 86만 원이다. 지난 8월 90만 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락세가 계속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상반기 마지막 가격 인상이 실시됐던 4월 초 102만 원에서 7개월째 내리막이다.
반면 최대 전기로 업체인 현대제철은 9월과 10월 원칙마감과 일부 인상을 실시하면서 시세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다른 제강사도 다르지 않았다. 시세 하락에 따른 손실은 철근 가공업체, 유통 등 시장에 고스란히 전가됐던 셈이다. 전기로 제강사로서도 철스크랩(고철) 원료 가격 부담과 각 종 에너지 비용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철강 메이커에서 가공, 유통, 소규모 실수요 등 시장 아랫 단계로 갈수록 부담이 배가 되는 구조다.
우리나라 경기 상황은 사상 최대 수치를 보이는 통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법인들의 파산 신청 건수는 1~3분기 기준 1213건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4.4% 폭증했다. 사상 최대치였던 2021년 1069건마저 이미 돌파했다.
건설 분야도 심각한 상태였다.
국토교통부 건설행정공고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10월23일까지 건설폐업 건수는 276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나 불어났다.
이는 보유업종 중 일부 업종만 폐업을 신고하거나 업종전환 등록에 따른 신고 건수도 포함됐다. 이 중 전문공사업 폐업은 2317건으로 20.1% 증가했고, 종합공사업은 446건으로 77.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부진은 비단 철근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크다. 철강 대표 품목인 포스코 열연 가격도 올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번주 포스코산 열연 가격은 판매점 기준 톤당 87~88만 원이다. 9월 포스코의 가격 인상에 따라 일시적으로 95만 원까지 올랐지만 약 2개월 동안 7~8만 원 하락했다. 매주 톤당 1만 원씩 빠진 셈이다. 유통업계는 인상된 가격으로 공급을 받고, 떨어지는 시세에 맞춰 판매할 처지다보니 손실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대기업들이 수익성 방어, 원가부담 해소 등을 명분으로 가격을 9월과 10월 인상했지만 시장은 이를 수용하기 불가능한 상태"라며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에 따른 피해는 결국 어떤 형태로든 되돌아가는데 자사 이익에만 매몰되는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