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토픽] 중국산 후판, KS규격 미달에도 거래 '횡행'…건축물 안전 '뒷전'
[핫토픽] 중국산 후판, KS규격 미달에도 거래 '횡행'…건축물 안전 '뒷전'
  • 김종혁
  • 승인 2023.03.09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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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6년 철강재 KS 개정 국제기준 향상
중국산 규격 미달에도 구조물에 그대로 사용
'低價' 이점 수입 지속… 정상 제품 자리 잃어
중국산 후판 2022년 65만 톤 기록 다시 급증
자료=한국철강협회/정리=페로타임즈
자료=한국철강협회/정리=페로타임즈

 

KS규격에 미달하는 중국산 후판이 안전이 필수인 건축 구조물에 버젓이 사용되면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기 2016년 건축물 안전과 소재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KS를 개정했지만 시장에서는 문제 의식 없이 공공연히 이전 기준대로 판매와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데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량은 2016년 KS규격이 개정된 이후 크게 감소했지만 2022년 100% 가까이 불어났고, 올해 2월까지 무려 180% 이상 폭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후판 수입량은 169만 톤으로 전년 대비 53.9%(59만 톤) 증가했다. 이 중 중국산은 65만 톤으로 98.8%(32만 톤)이나 늘었다.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증가분 절반 이상(54%)은 중국산이 차지했다. 올해 1~2월 수입량은 17만8000톤으로 181.5% 폭증했다. 연간으로 하면 100만 톤을 웃도는 규모다. 

문제는 KS규격에 미달한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데 있다. 비조선용 후판 제품은 기계 구조, 건축 구조물의 보강재 등 다양한 분야의 건축 자재로 많이 쓰인다. 소위 건설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막철판'이야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많은 제품이 건축물 안전을 보장하는 연결 접합재나 보강재로 쓰이기 때문에 자칫 붕괴 사고 등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서 입수한 중국 철강사의 한국향 수출용 후판 밀시트(mill sheet)를 보면 강종은 SS400, 규격은 두께 15.0mm, 항복강도(YS)는 258~259MPa, 인장강도(TS)는 408~410MPa이다. KS 개정 이후 규정은 강종 SS275, 두께 16.0mm 이하 제품의 항복강도는 275MPa 이상, 인장강도는 410MPa 이상을 써야한다. 한국향 수출 제품은 두 항목에서 모두 미달된다. 또 다른 철강사의 밀시트에서는 두께 15.0mm 제품의 항복강도는 249~263MPa, 인장강도 415~429MPa로, 항복강도가 기준보다 떨어진다. 

중국의 한국 수출용 후판 제품 밀시트(mill sheet)
중국의 한국 수출용 후판 제품 밀시트(mill sheet)

 

중국 철강사들의 수출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일본 규격(JIS)을 기준으로 한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서 수입, 판매, 구매가 KS규격이 개정된 지 7년이 넘도록 이전 방식대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정척재는 KS개정안에 맞지 않는 JIS(일본규격) SS400으로 수입되고 있다"면서 "가격이 KS규격에 맞는 제품보다 싸고, 그동안의 관행대로 구매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부문별한 거래 관행은 구조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KS규격의 제품마저 설 자리를 뺏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생산자, 즉 철강 메이커들이 국내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국내 후판 수요는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가 대폭 회복되면서 그 기반이 탄탄하다. 국내 후판을 생산하는 기업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빅3'가 있는데 대부분 조선용 후판 생산과 공급을 우선에 두고 있다. 비조선용 공급은 상대적으로 타이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S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이 유통되는 것도 문제지만 국내서 중국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후판 업계 관계자는 "일반 유통 시장에 공급되는 비조선용 제품은 포스코 등 국산 제품 공급도 많지 않고 주문 이후 출하까지도 몇 주를 기다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규격에 맞지 않는 중국산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저품질 수입산 후판의 무분별한 확산은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은 물론 안전을 위합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정품 정척재 후판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기술표준원은 2016년 건설용 24개 강종을 대상으로 국제 수준의 품질 향상과 안전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KS규격을 개정(아래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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