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철강의 21세기 르네상스’ 中小 기업이 성장엔진-정희돈 단장
[인터뷰] ‘철강의 21세기 르네상스’ 中小 기업이 성장엔진-정희돈 단장
  • 김종혁
  • 승인 2021.12.29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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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돈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사업 운영지원단 단장
“철강기술개발사업, 수요-공급기업 함께 미래 대비해야“
2021년 4월 2025년 12월 1354억 원 투입 생태계 강건화
4차 산업시대 연계 첨단산업 분야로 비즈니스 전환 필요
협의체 전국적 규모로 구성 각계 전문가 ‘싱크탱크’ 구성
2023년 현재 조직 지속 확대 방안 논의 타지역 신설 검토

산업 패러다임은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이라는 양축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속도는 겉잡을 수 없이 빠르다. 현재와 미래의 생존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불확실성의 시대’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세계를 휩쓸던 지난해 7월, 철강산업의 전후방 산업이 유례없는 부침을 겪는 가운데 중소 철강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밑그림이 그려졌다. 관련 산업 생태계를 재정립하고, 강건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지점이다.

포항, 광양, 당진 등 지자체와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가 주축으로 추진한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최종 통과됐다. 사업 기간은 2021년 4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총 1354억 원이 투입된다.

이미 중소철강산업은 규모의 경제에서 소량 다품종, 고품질 그리고 최첨단 소재 산업으로 진화되는 단계로 진입했다. 진화를 견인할 주체가 바로 중소 철강사들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도 중소 철강사의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술혁신과 생태계 강화에 맞춰졌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중소기업이 동력이 된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의 성공사례 및 벤치마크로 인용된다. 한국의 중소 철강사는 오래전부터 산업 생태계 측면이나 자금 인력 기술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사업은 ‘철강의 르네상스’를 실현하겠다는 것을 모토로 하여,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된다. 일차적으로 19개 기술개발과제(아래 표 참고)가 선정됐고, 이에 대한 실증과 사업화 지원이 실시된다.

2021년 마지막 달인 12월, 향후 사업 추진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포항 소재의 운영지원단을 맡은 정희돈 단장을 만났다.

정희돈 단장은 일본 도호쿠(東北 Tohoku)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공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30년여년 간 철강 관련 연구와 실무를 경험한 전문가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연구본부장,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강소기업기술지원단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간 철강관련 연구를 위시하여 정부과제 기술개발 사업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한 인터뷰 동안 한국 중소기업이 직면한 구조적,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정 단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이 주체가 되는 산업 생태계 강건화에 남다른 기대를 드러냈다.

정희돈 단장은 “중소 철강사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개발인력, 장비, 자금, 정보 등)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과 더불어 다양한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전략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소 철강사는)자체적인 기술과 독자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미래 수요 기술, 최근 부상하는 4차 산업시대와 연계된 첨단 분야로 비즈니스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전환의 계기를 제공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부차원에서의 항구적인 지원플랫폼의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소철강 기업의 기술 사업화와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의 기획 및 실행단계에서부터 미래의 수요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연계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플랫폼으로서 운영지원단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중소 철강사들이 4년 뒤, 또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단계에 있다” 사진=정희돈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 운영지원단 단장
“중소철강 기업의 기술 사업화와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의 기획 및 실행단계에서부터 미래의 수요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연계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플랫폼으로서 운영지원단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중소 철강사들이 4년 뒤, 또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단계에 있다” 사진=정희돈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 운영지원단 단장

운영지원단은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올해 4월 출범했다. 3대 거점센터인 포항, 광양, 당진을 연결하는 허브(hub) 역할을 담당한다.

지원의 핵심은 기술개발 결과를 사업화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동시에 철강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는 플랫폼을 기획하고 관장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사업에서 선정된 19개 기술개발 연구과제의 연구 및 사업화를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중소 철강사들의 생존과 지속성장을 돕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중소기업 자체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 단장은 “기술개발이라는 단어 속에는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소비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이냐에 착안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변화에 발을 맞춰 기술을 접목하고, 흡수할 수 있도록 연구용역 및 학회발표, 세미나 등을 마련해 비즈니스 마인드의 재고를 위한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라면서 “기술개발에서 사업화까지 벤치마크할 수 있는 국내와 해외 사례도 체계적으로 정리해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현재의 예산과 인력으로 단기간 내 정량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 운영지원단은 주어진 재원과 대내외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정 단장은 “비지니스 마인드와 패러다임을 바꾸고 중소기업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면서 “기술개발 사업이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문가 등 인력 풀(pool)을 활용하고 유관기관들과의 교류 등 전방위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를 위한 한 방편으로서 운영지원단은 중소 철강산업 재도약을 위한 포럼을 제안하기도 했다.

철강 3대 거점센터 ‘제조업 르네상스’ 선도

 

철강산업 재도약 기술개발사업은 총 19개 연구개발(R&D) 과제로 구성된다. ▲분말 기반 철강소재 ▲주조기반 고특성 철강소재 ▲철강소재 가공 및 후처리 기술 ▲자원순환 기술 등 크게 4가지 영역이다. 이들 4개 분야의 과제들은 분야별 간담회를 통해 개발 결과를 선제적으로 사업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운영지원단의 산하 조직으로 운용되고 있는 포항, 광양, 당진 철강 3대 거점센터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과제를 실증하고, 사업화까지 연결해 ‘철강제조의 르네상스’를 실현할 요람이 될 전망이다.

포항센터는 에너지강관 지원센터로 분말과 주물, 주강에 특화된 장비를 구축한다. 광양은 열처리 가공센터로, 기존 열처리 중심 인프라에 대형 플랜트 대응을 위한 대형 구조물 실증 작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당진은 금속소재 초정밀 가공센터로, 지역적 특성을 살려 자동차 부품 및 성형, 가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협의체 전국 규모 전문가 ‘싱크탱크’ 구성

거점센터별로 구성되는 협의체는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협의체는 각 거점센터의 기업간 협의체와 운영지원단 내 통합협의체 회의로 구성된다.

거점센터의 협의체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과 상생 ▲선진 및 미래 소요 기술 개발 정보 공유 ▲타 산업과의 연계 활성화 ▲개발과제 및 정책제안 ▲운영지원단이 운영하는 통합협의체 회의 등 구체적인 실행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이곳에는 전문 인력들이 대거 참여한다. 대기업을 비롯한 중견, 중소 철강사 임원과 기술개발사업 참여 기업 및 기관, 대학 및 연구기관의 연구인력, 지역혁신기관 및 공공기관 관계자 등이 포함된다.

산업공유자산으로서의 전문가들은 ‘철강 르네상스’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력자로서 활동할 예정이다. 전국 규모의 전문가 집단은 중소 철강사의 기술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지원한다. 또 미래 기술과 사업화, 시장 예측에 대한 자료의 작성 및 중소철강사들을 위한 혁신기술개발 과제와 정책 제안에도 참여한다.

운영지원단-거점센터 성장동력으로 정착

 운영지원단은 지역별 거점센터와 함께 항구적인 조직으로 정착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중소 철강사들이 산업을 견인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지엽적인 성과보다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운영지원단은 올해 1단계로 지원체제 기반을 구축했다. 2단계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체계적인 지원이 활성화된다. 마지막 3단계는 2025년 앞서 추진한 활동에 대한 성과를 창출하고 정착화하는 단계다.

운영지원단, 거점센터, 전문가들은 2023년 하반기부터 현재의 조직을 유지,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거점센터를 확대 혹은 타 지역에서의 신설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신사업 분야, 예를 들어 4차 산업, 에너지 산업, 차세대 자동차를 비롯해 확장이 가능한 분야와의 연계해 중소 철강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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