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제철 베트남 선철 수출 타진 ‘이례적’…생산차질에 ‘남는 쇳물’
[단독] 현대제철 베트남 선철 수출 타진 ‘이례적’…생산차질에 ‘남는 쇳물’
  • 김종혁
  • 승인 2021.09.10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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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이 베트남 철강사에 선철 수출을 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철은 고로 제철 과정에서 생산되는 제강원료로 잉곳 형태로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반제품이나 철강재 대신 판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특히 철강 공급이 부족한 현 실정에서 나타난 행보여서 주목된다. .

무역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베트남 철강사에 선철 수출을 타진했다. 공식적인 가격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베트남 측에 수출 오퍼를 냈고, 해당 철강사는 구체적인 가격 등 조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뿐 아니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포항, 인천 공장에 각각 1만5000톤씩 선철 공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선박 업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조만간 포항 공장에는 5000~6000톤의 선철이 당진제철소에서 포항으로 선박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제철의 이같은 행보는 당진제철소의 생산차질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정규직 파업, 현대기아차 판매부진 등에 따라 철강재 생산은 감소하면서 매일 생산되는 쇳물량을 하공정에서 뒷받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쇳물이 남는다는 의미다.

선철은 줄어든 철강재 생산 및 판매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쇳물 생산량과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당진제철소는 현재 비정규직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회사측 관계자는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일부 있다”고 밝혔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운영 차질 비용을 하루 평균 15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동차강판 주 수요처인 현대차, 기아차 판매 부진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은 51만1795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4.5%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올해 처음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에 아산공장 가동 중단 등이 영향을 줬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설비보수 일정을 9월과 10월에 집중적으로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파업, 현대기아차 판매부진, 냉연공장 설비보수로 철강재 생산이 줄고, 그 대신 선철 판매로 대안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업황은 현대제철의 선철 판매에 그나마 우호적이라는 게 위안거리다.

베트남에서는 최근 선철 구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철 가격이 고철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산 신다찌(생철)은 선철보다 30달러 이상 높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중국에서도 이번주 우크라이나산 선철 5만 톤을 CFR 540달러에 계약하는 등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세아베스틸도 지난달 인도산 선철 3만 톤을 계약한 바 있다.

철스크랩(고철)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제철 고철 구매량이 감소하다보니 구좌업체(고철 납품권을 가진 업체)의 납품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진제철소에서 고철 구매 감소는 가격 하락으로 영향을 준다"면서 "당진제철소 선철이 포항이나 인천 전기로 공장으로 공급되면 고철 구매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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