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의 한계 극복 돌파구 "Steel-AI 융합에 있다"
철강산업의 한계 극복 돌파구 "Steel-AI 융합에 있다"
  • 김종혁
  • 승인 2020.12.0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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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AI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실천하는 것”
한국 철강산업 고품질 저가재 대응 경쟁력 갖춰야
대내외 환경 만만치 않아 ‘AI’ 한계 돌파구
철강 톱니바퀴 구조 스마트생태계 구축 필수

인공지능(AI)과 철강의 융합은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된다. 2016년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 포스코를 선두로 철강업계에서도 ’스마트화‘가 추진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세계의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선정되는 등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산업생태계의 근간인 중소기업까지 확대되는 데는 여러 제약요건으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 AI, 특히 철강과 융합된 전문 교육과 인력 양성은 한국 철강산업의 선제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급한 과제다. 올해 8월부터 한국철강협회 주관,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이 참여하는 전문 교육이 시작됐다. ‘Steel-AI’로 정의되는 전문 교육과 인력 양성의 필요성과 현황에 대해 과학기술정 보통신부 지원사업 총괄책임자인 박유수 한국철강협회 실장과 조준범 한국디지철 융합진흥원 이사를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을 통한 변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성장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로 향하고 있다. 포스코를 대표로 하는 스마트팩토리는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철강산업 변화의 동맥이 됐다.

스마트팩토리는 포스코가 ’등대공장‘으로 선정되면서 글로벌 명성을 확고히 했다. 특히 원가절감, 안전, 미래예측, 업무 최적화 등 실질적인 경영과 업무에 획기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대기업들도 상당한 변화를 추진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는 ‘스마트 생태계’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된다. AI는 그 핵심 기반이다. 중소기업이 제외된 대기업 중심의 스마트공장 구축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 측면에서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철강산업은 견고한 서플라이체인(supplychina)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공정인 고로는 쇳물 생산에서 열연 등의 철강 소재를 공급하고, 전문압연업 체, 표면처리업체, 가공 및 유통업체는 이를 다 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Steel AI 융합 전문인력 양성 교육’은 이 같은 산업생태계를 ‘스마트화’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가 주관하고 한국 디지털융합진흥원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은 선두주자인 철강 대기업의 사례로부터 AI를 철강에 접목한 이론과 실무에 목적을 둔다.

‘Steel AI’는 중소기업으로의 지식 이전과 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AI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한정된 인력과 투자 여력, 외부로 연결된 전문가 부재 등 제약 요건이 많다.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는 스마트생태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기반이다.

우리나라는 7200만 톤의 철강 생산량 중에 3000만 톤 이상을 수출한다.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무역장벽은 매우 높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무역규제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의 무역환경은 우리나라 철강산업 구조에 불리한 면이 많다. 중국이라는 거대 공룡은 한국 시장에 앞으로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저가재를 중심으 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했다.

국내외 경쟁 구도를 볼 때 우리나라 철강 기업의 생존 환경은 만만치 않다. 한국철강협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로 전문인력 양성을 꼽았다.

박유수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고부가가치 제품, 품질이 보증되면서도 저가재에 대응할 수 있는 원가경쟁력은 필수 요건”이라며 “좋은 제품을 수출할 수 있어야 하고, 중국과는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 철강 기업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AI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고,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로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조준범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 이사는 “철강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AI를 도입한 기업이 많지 않다.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Steel AI 융합 전문인력 양성 교육’은 크게 ▲리더과정 ▲중간관리자 과정 ▲AI융합전문가 과정으로 나뉜다.

리더과정은 철강기업의 경영진, 임원급을 대상으로 한다. AI 개념과 효과를 인식하고 경영진에서 앞으로 방향을 제시, 결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게 취지다.

강사진은 AI를 철강과 연결할 수 있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김기응 카이스트 교수는 인공지능에 대한 학술연구와 현장적용의 갭에 대한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윤석용 명지대 데이터사이언스 교수는 국내 철강기업의 도입 사례를, 서석배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글로벌 철강기업의 도입 사례를 소개한다.

이 밖에 AI시대 인사관리의 변화(김태수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인공지능 상용화의 현주소(구본재 PWC컨설팅 임원), 철강 현장의 AI 도입 및 적용 전략(이상현 포스코기술연구원 자문역) 등이다.

중간관리자 과정은 철강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AI 도입을 기획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할 관리자급이 대상이다. 경영진이 방향을 설정하면 이를 실무에 도입,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련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교육의 목적을 둔다. 그 대상은 생산관리, 품질관리, 제조 IT 등 적용 가능한 전부서가 해당한다.

특히 인공지능개념에서부터 철강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과제 등 공통과정과 ▲철강 디지털 데이터 구축(오기장 고려대 첨단소재부품개발연구소 교수) ▲철강 설비 예지정비(윤석용 명지대 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철강 품질 스마트 솔루션(이창선 인하대 산업협력단 교수) 등 철강산업에 특화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AI융합전문가 과정은 AI를 도입하고 있거나 예정인 철강산업 관련 기업의 AI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를 대상으로, AI 역량 강화 교육과 IT기업의 재직중인 IT전문가, AI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철강 도메인 역량 강화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뷰> 박유수 한국철강협회 실장

AI의 핵심은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실천하는 것”
철강 대기업 사례 중소기업으로 확대해야

박유수 실장이 Steel-AI 인터넷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유수 실장이 Steel-AI 인터넷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Steel-AI 융합 전문인력 양성 교육을 실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철강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AI에 대한 관심은 많다. 2016년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 국내서는 포스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이 주축으로 연구 개발이 빠르게 진행됐다. 연구성과도 높았고, 실제 철강 기술의 많은 부분에 적용됐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다수 기업들은 관심에 비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한번은 협회 간담회에서 한 기업 임원이 철강에 접목한 AI 전문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AI 관련 여려 전문기관에서 교육, 컨설팅을 받았지만 철강에 실제 접목 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는 이유였다.

AI 전문가는 많지만 철강 도메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AI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산업계 리더와 전문인력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교육의 특징은 무엇인가.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실제 철강 기술 및 업무 전반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을 목표로 삼았다. 철강산업에 AI 등의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글로벌 추세이며, 특히 글로벌 철강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경쟁구도의 재편 등의 변혁기에서는 선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Steel-AI 융합 전문인력 양성 교육은 AI 적용 경험이 있는 철강 대기업의 실제 사례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중소 철강기업에도 AI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교육과정은 단계별로 리더과정, 중간관리자 과정, IT융합전문과 과정으로 나눴다. CEO 및 임원들은 방향을 설정하고, 실무에서 이를 실제 각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보면 되겠다. 특히 향후에는 ‘철강 AI’에 특화된 강사 등 인력양성은 물론 연구개발, 분석 등에 필요한 교육을 전담할 컨트롤타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라고 하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해외 사례는 있는가.

중국은 바오우그룹을 중심으로 ‘신일체약익 전략’을 중심에 두고 있다. 철강을 본체로, 스마트제조와 플랫폼서비스의 양 날개로 도약을 꾀한다는 의미다. 스마트제조와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원스톱 철강 유통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철강연맹 내에 공학연구회를 중심으로 차세대 센싱(sensing)과 공정 모델링 기초를 연구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ICT 융합을 통한 생산공정의 고도화, CSP(사이버물리시스템)을 결합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Steel-AI 교육을 받으면 실제 업무에 적용이 가능한가.

Al를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Steel AI 교육은 ‘생각은 크게, 실천은 작은 것부터’를 모토로 삼는다. 철강기업에서 생산, 판매, 관리, 구매 등의 업무에 제약을 주는 요인, 안되는 일이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을 한다. AI는 모든 파트에 소소한 업무에서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마인드 변화가 중요하다. Steel-AI 교육은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중소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 주는 게 하나의 핵심이다. ISO9000 인증, 식스시그마(six sigma) 등 그동안 사람이 주도했던 품질 경영, 혁신 등에는 AI가 결부되어야 한다. 교육과정도 이에 착안해서 하나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교육 참가자들에게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 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전문 강사진, 멘토들이 각 교육생들에 붙어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Steel-AI 융합 전문인력을 어떻게 양성 할 계획인가.

교육 및 인재양성을 위한 컨트롤파워가 필요하다. AI 전문가들은 많지만 철강 지식을 갖추고 이를 접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력양성은 AI 전문가와 철강기업 내 IT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AI 전문가들이 철강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지식을 학습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이들이 철강산업과 AI 융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IT 소프트웨어 전문인 퇴직한 철강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컨설턴트를 양성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철강산업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용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 도록 교육 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을 실시하는 데 어려움은 있는가.

철강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이 낮은 편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AI 디지털 등의 변화를 추진할 역략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철강협회와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은 중소기업에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중소기업들은 관심도 많고 필요성도 느낀다. Steel-AI 교육 초기 모집 인원은 100명이었는 데 신청자만 150명이 넘었다. 그만큼 관심이 많 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교육에 참여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전문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3,4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들은 인력적인 한계가 있고, 교육 이후에도 새로운 투자를 하기에 부담이 따른다. 바로 바로 성과를 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AI와 철강의 융합은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이다. 많은 기업들이 교육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필요한 교육 콘텐츠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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