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헌신 '철향(鐵香)' 내뿜는 우먼파워-최숙현 신한스틸 대표
나눔과 헌신 '철향(鐵香)' 내뿜는 우먼파워-최숙현 신한스틸 대표
  • 김종혁
  • 승인 2020.07.0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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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와 임직원들에게 한 약속은 가장 먼저 실천에 옮겨
사회공헌 당연히 해야 할 일…미혼모 결손가정 앞장서 지원
통합공장 “투자는 다음 단계를 위한 방점이자 선택” 굳은 신념
전시관 호텔 같은 다양한 색채와 디자인 채용…편견 없애
‘노 페이퍼 오피스’…입·출고·재고 99% 일치 온라인도 구축
특수강 매입 국산화100%…동남아 뉴질랜드 쿠웨이트 수출
언택트 시대 준비할 기회… 고객과 협력을 동력으로 성장

 철강산업 최일선에서 여성 리더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그리고 존경할 만한 리더를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배움은 물론이고 그의 비전을 보고 삶의 기준과 가치관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다. 국내 특수강 유통가공 업계 1위인 신한스틸의 최숙현 대표를 만났다.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에도 그 끝은 아쉬움이 남았다.

봄과 여름의 경계선. 푸른 하늘이 깔린 부산 강서물류산업도시를 찾았다. 신한스틸은 이곳에 각지의 공장 하치장을 모아 통합공장을 완공했다. 최숙현 대표는 인자한 인상과 온화한 미소로 인터뷰어를 맞았다. 주홍빛 원피스에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의상은 화창한 날씨와 어울어져 멋스러움을 더했다.

최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도전하고, 함께 만들고, 더불어 산다고 했다. 철의 향기를 내뿜는 ‘우먼파워’였다. 신한스틸의 모토는 ‘No 없는 도전, ‘나 아닌 우리’, 'Fun To Work' 등 3가지로 삼았다. 회사 전면에는 “고객의 행복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는 이념을 내세웠다.
 

부친인 창업주 경영이념 승계

최숙현 신한스틸 대표이사 사장
“철은 하나의 상품입니다”

최숙현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창업주인 부친으로부터 신한스틸의 경영이념을 이어받았다.

부친은 우암(友巖) 최호근 회장이다. 역사적으로 서민과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일제시대 교육과 독립운동에 전 재산을 쏟을 정도로 헌신적인 경주 최씨 가문이다.

이 같은 내력은 2세대 경영인인 최 대표에게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부친께서는 IMF 외환위기 속에서 달러를 빌려서라도 고객사의 대금결제를 가장 먼저 챙기셨어요. 작지만 베풀고 살며, 손해를 피하지 말 것을 늘 당부하곤 하셨습니다”고 창업주를 소개했다.

“저 또한 이 같은 기준과 가치, 의지가 한 번 무너지면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경계했고, 고객사 및 임직원들과 약속을 지켜왔던 일을 가장 잘 한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사회공헌활동에도 발 벗고 나선다. 신한스틸은 오랜 시간 미혼모와 결손가정을 지원해왔다. 부산 사상구청과 협약도 맺었다. 현재 (사)걷고싶은부산 이사를 맡고 있다.

기부활동에 신경을 쓰는 이유를 물었다.

“사실 기부라는 말은 썩 내키지 않아요.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해요. 시작부터 불평등이 있어서도 안 되고, 출발이 다르다고 목표 방향까지 제한되면 안 됩니다.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이 사랑받고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돼야한다는 마음으로 조그만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웃고 떠들고 놀다가는 회사 만들자

신축된 건물에 들어서면 오성급 호텔과 같은 로비가 손님을 맞는다. 건물 내외부는 화이트 톤으로 화사하게 꾸몄다. 전통적인 철강 회사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널찍한 로비에는 목재 장식과 함께 특수강봉강이 하나의 조형물처럼 전시돼 있다. 편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마련돼 있다.

“철강은 제품 중의 하나입니다. 편견을 없애고 싶은 마음에 흰색 바탕에 다양한 색과 디자인을 얹었어요. 노자의 말처럼 ‘물과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고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회사가 무엇일까를 늘 고민했었죠.”

신한스틸 통합공장 로비에는 목재와 어우러진 특수강 제품이 작품처럼 전시돼 있다. 로비 곳곳에는 편안히 쉴 수 있는 공 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이 전시장은 마치 오성급 호텔의 디스플레이를 보는 것 같다. 최숙현 대표이사는 철을 하나의 제품으로 인식하고 전시공간의 색채와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신한스틸을 찾는 사람들의 편의에도 신경을 썼다. 공장 1개 동은 2층에 올리려던 사무동을 대신해 주차장으로 마련했다.

신한스틸을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오갈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회사는 어떤 곳일까 궁금해 합니다. 친환경적이고, 정감 있고 편안한 삶의 공간으로 꾸미는 장소를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오고 싶은 회사, 웃고 떠들고 놀고 가는 회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 대표는 신한스틸을 임직원들이 짧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가장 좋은 기억이 되고, 좋은 것을 나누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불황 속 투자 “해야 할 일이다”

철강산업이 장기불황, 저성장 국면에빠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수의 대기업들도 투자를 무기한 보류하거나 중단했다. 실제 최근 업계에는 무리한 투자로 인한 부도가 잇달았고, 관련 업체들의 피해로 연결됐다.

신규 공장 투자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통합공장 투자는 필요한 변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었어요. 영업 물류 등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하치장을 하나로 통합해야 했죠.”

불황 속에서의 공격적인 투자는 주변의 경계감을 살만 했다.

“업체간 경쟁은 당연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내가 무엇을 갖추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한스틸은 아직도 안 된 것이 많습니다. 투자는 그 다음 단계를 위한 방점이며, 선택의 문제입니다.”

신한스틸은 부산 강서물류산업도시에 통합공장(사진)을 완공하고 제2의 창업에 나섰다. 신공장은 대지 5천여 평에 5층 사무실건물과 물류동(2,600평), 절단동(1,100평)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한스틸은 부산 강서물류산업도시에 통합공장(사진)을 완공하고 제2의 창업에 나섰다. 신공장은 대지 5천여 평에 5층 사무실건물과 물류동(2,600평), 절단동(1,100평)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한스틸의 통합공장은 십여 년 간 꾸준히 이어온 투자의 결정체다.

통합공장 건설에 앞서 2003년에는 업계 최초로 자체 전산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는 강종 및 사이즈별로 수백여개에 이르는 품목이 모두 바코드화 돼 있다. 입고에서 출고, 현재 재고 수량까지 99% 일치한다. 재고조사 및 조정은 3개월 단위로 한다.

‘노페이퍼 오피스(No paper office)’는 최 대표의 자랑 중 하나다. 운전기사들은 거래명세서 등 모든 서류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고, 상하차만 하면 모든 일이 끝난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임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 이상의 보람도 있습니다. 업무 자체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원가절감 효과도 있습니다. 이는 결국 고객사에 양질의 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특수강 최대 수입社 ‘100% 국산화’

과감한 결단, 강한 도전정신은 자상하고 온화한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신한스틸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 특수강 수입 규모에서 1위를 달렸다.

2016년 수입량은 3321톤으로 전체 매입량의 46%로 줄였다. 2017년과 2018년은 13%, 2%까지 낮아졌고, 작년에는 100% 국산화를 달성했다.

신한스틸은 현대제철이 당진특수강 공장을 가동하면서 국산 매입량을 늘리기시작했다. 부친이 경영하던 시절, 강원산업으로부터 이어 온 30년간의 우정은 특수강 분야로 첫 발을 떼는 현대제철과 손을 맞잡은 배경이기도 했다.

현대제철에서 매입한 물량은 2016년 7321톤에서 2017년과 2018년 7576톤, 7891톤으로 매년 증가했다. 작년 1~3분기까지 매입량만 9262톤을 기록, 2018년 연간 물량을 훌쩍 뛰어 넘었다.

수입은 급변하는 시황에서 리스크 경감이나 이익 극대화에 도움이 된다.

현대제철이 후발주자라는 점, 또 한 메이커에 매입을 의존하는 데 따르는 부담감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최 대표는 “중국 밀들과 수십 년 거래를 하면서 강종 개발 등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두려울 정도였죠. 현대제철도 당연히 성장할 수 있고, 신뢰는 동반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특히 신한스틸이 40년간 이뤄놓은 일들은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믿음이다.
 

고객과 협업 언택트는 ‘좋은 기회’

최 대표는 또 다른 도전을 실행하고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력은 핵심 동력이다.

신한스틸은 2015년까지 특수강 도소매로 탄탄한 내실을 다졌다. 현대제철과의 협력에 맞춰 자동차 부문에서의 선행 영업에 나섰다. 2017년 국내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이후로는 수출길 개척에 나섰다. 대상 국가는 근거리 동남아를 비롯해 뉴질랜드, 쿠웨이트 등에 이른다.

수출은 단조, 가공, 열처리 등 전후방 산업의 고객 및 거래처와의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주를 따내고 나면 신한스틸과 가공 제품 기업이 모두 참여해 일괄로 수출을 추진한다.

철강 유통가공 분야의 중소기업이 수출에 나서기는 쉽지 않고, 그 사례도 드물다.

최 대표는 “수출은 ‘왜 하느냐’가 아닌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시작했다.”고말한다. 또 “중소기업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협업은 시너지를 내고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합니다.”고 말한다.

신한스틸은 현재 자동차 관련 시장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다. 도소매 부문에서는 이미 1500개에 이르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은 소재 및 부품가공, 제품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수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신한스틸 역시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었다. 최 대표는 이를 비대면 비즈니스, 소위 ‘언택트(Un-tack)’ 시대를 준비할 좋은 기회로 여긴다.

신한스틸은 현재 온라인 철강 거래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새벽에도 발주할 수 있는 유연한 거래 기반을 만드는 게 포인트다.

“어려운 일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할 때는 기본이 무엇인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할 지를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언택트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되면서 온라인거래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업 환경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신규 공장을 이전하면서 힘들었던 일이 많기도 했고, 쉬어가는 시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신한스틸은 국내 특수강 유통가공업계 1위를 넘어 협력으로 수출 시대를 열고, 이제는 언택트 시대에서의 새로운 경쟁력을 꿈꾸고 있다. 최 대표는 임직원 및 고객과 함께 미래를 만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철강산업의 대표적인 기업인이자 리더이다. 우먼파워를 제대로 보여준 리더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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