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포스코는 과연 어디를 보고 있는가
[페로칼럼] 포스코는 과연 어디를 보고 있는가
  • 김종혁
  • 승인 2019.06.10 0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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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페로타임즈 손바닥뉴스를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하루는 중소 철강사 대표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합니다. 포스코가 철강업계를 대표해서 이익을 많이 내야 하지만, 철강업체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도움이 되는 조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지만 음절 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강하게 전달됐다. 기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를 최대한 이해하고자 몇 일간 몇 번이고 행간을 파악하는데 노력했다.

2019년 6월 현재, 포스코가 업계를 대표해서 이익을 많이 내야한다는 것은, 또 업체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도움이 되는 조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광양시, 당진시가 고로를 10일간 정지하라는 행정 처분을 예고했다. 철강업계 모두 당혹스러워했다. 산업을, 크게는 경제를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비판적, 격앙된 반응이 주류였다. 안그래도 걱정이 태산인 시절에 말이다. 당사자인 포스코 현대제철 관계자보다, 한국철강협회보다 더 빠르게 공유됐고, 다양한 시각으로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확산됐다. 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고철에서부터 철강재 유통까지 문의도 참 많았다.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에 대해 이번만큼은 업계 목소리가 하나가 되는 듯했다.

포스코는 중소 철강사들에게 소재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존재다. 어떤 이유든 잠시라도 흔들리게 되면 소재 대란의 혼돈에 빠진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이쯤에서 포스코가 철강업계를 대표해서 이익을 많이 내야함은 산업의 안정을 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도움이 되는 조건이란 포스코에서 소재를 조달하는, 고객사, 거래처, 협력사로 표현되는 수많은 기업들에 안정된 이익을 실현할만한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래야 포스코도 산다.

현실은 어떤가. 포스코는 최근 몇 년간 개별기준 이익률 10%대를 구가하고 있다. 권오준 전 회장이 수익성 중심의 정책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부터다. 이 같은 한국 대표 철강사의 이면은 참담하다. 주거래처인 동국제강 동부제철은 적자를 오가는 외줄타기를 했다. 지정판매점들은 1~2%대의 이익률로 근근이 회사를 경영한다. 돌파구는 누구 말대로 “신의영역”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많다.

이 같은 실적의 양극화, 명확히 얘기하면 절대강자인 포스코와 저 바닥을 기는 절대다수의 기업이 구성하는 한국 철강산업은 고로정지처분보다 더한 위기다. 업계는 꽤 오랜 기간 포스코에 대한 부러움을 넘어 박탈감과 상실감에 휩싸여있다.

또 하나의 갈등이 업계를 갈랐다. 길산그룹이 중국 청산강철과 부산시에 50:50의 합작투자를 발표했다. 철강협회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외국자본의 진입을 막기 위해 반박 논리를 폈다. 상당수 업체들이 반발했다.

최근 법무법인 광장의 국제통상연구원 박태호 원장은 철의날 강연을 통해 FTA 활용율 제고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과 한국의 편중된 생산기지의 다변화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며 협회 보도자료를 통해 드러난 주장과 반대되는 조언을 했다.

최정우 회장은 ‘위드포스코(with POSCO)’를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중소기업, 대학생, 해외 빈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팔을 걷어 뛰고 있다. 포스코, 또 최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국철강협회는 과연 어디를 보고 있는가. 철강업계가 가장 궁금해 하는 포인트다. 한국 철강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이번 고로정지처분에 한 목소리를 내는 공감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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