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제강사 고철수출 조력자로 나서야
[페로칼럼] 제강사 고철수출 조력자로 나서야
  • 김종혁
  • 승인 2020.05.07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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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이익 제강사 의존...독자생존의지 사실상 없어
남는 고철 수출로 돌파를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철스크랩(고철) 업계의 경영환경은 올해 더욱 더 어려워졌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감산을 수시로 실시했고, 이를 이유로 고철 구매 가격을 계속 인하했다. 매출 감소도 그렇지만 제강사에 매월 수천에서 수만 톤을 납품해도 남는 게 없었던 이유다.

고철업계에는 고질적으로 뿌리 내린 문제가 있다. 판매나 이익이 철저하게 제강사에 의존돼 있다는 점이다. 미래를 위한 성장은 말할 것이 없고, 독자적 생존을 위한 선택의 여지는 사실상 없다.

수출은 제강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돌파구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수출을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게 국내 현실이다. 일례로 고철 최대 구매 기업인 현대제철 은 고철 수출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고철을 싸게 사야하는데, 고철기업이 수출이라도 할 요량이면 협상을 해야 한다. 지금껏 원하던 대로 납품가격을 조정했던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십 수 년에 걸쳐 수출을 시도했던 업체 들은 암묵적인 ‘패널티’를 받거나, 전방위적인 견제를 받아왔다. 고철업계도 많은 사례를 지켜봐 왔다. 소수의 고철 기업이 나서 수출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이유다. 제강사가 받아주는 대로 납품하는 것이 사실상 속이 편하다.

올해 1~2월 기준 국내 고철 자급률을 살펴보니 83.5%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제강사들은 수입을 줄이고, 국내 구매량을 늘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강사 들은 국내 가격을 인하하기 손쉬운 분위기였고, 수입산보다 워낙에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 국내에 상승 분위기라도 잡혔다면 제강사들은 수입을 더 많이 늘렸을 것이다.

국내 구매량 증대, 가격인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셈이다.

제강사들은 최근 국내 구매 가격을 동시다발적으로 인상했다. 수입 여건이 좋지 않았다. 미국 대형 공급사들은 2개월째 오퍼를 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인한 공급 차질도 있었고, 특히 글로벌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서 성약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자체 상승동력이 없는 일본조차 국내 제강사들이 요구하는 가격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제강사들은 당분간 국내 구매로 노선을 유지할 것이다.

제강사들은 철저하게 이익 중심으로 고철을 구매한다.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협력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철기업에 대해 갑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철업의 선진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국내 고철 자급률은 90%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본은 80% 수준에서 수출이 본격화 됐다. 철근 형강 수요가 감소하면서 제강사들의 고철 수 요도 줄어들 전망이다. 자급률은 더 빠르게 완성될 수 있다.

제강사들은 연간 500~600만 톤을 수입하는데 이를 절반만 줄여도 국내 자급도 완성된다. 국내 구매 비중이 높으면 사재기가 일어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 것이란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

제강사가 구좌업체 하치장(마당)에서 선별, 가공을 거치지 않은 유통량을 받지 않으면 이 같은 기우는 상당 부문 사라진다. 중상 등을 통해 제강사에 직납되는 유통량은 어림잡아 30%는 된다. 여기서 사재기가 일어나고 제강사에 들어가는 불량 고철 비중도 높다.

이제 남는 고철에 대한 솔루션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이익 중심으로 외형을 줄이는 편이 오히려 낫다. 고철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수출을 선택한다면 제강사들 은 오히려 조력자로 나서야 한다. 최소한 본인들이 물량, 가격 면에서 충분한 구매를 못할 지경이면 장기적인 수급을 고려해 협의, 조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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