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해설] 포스코 광양 전기로 준공, 韓 11개 고로 체제 전환 '첫 단추'
[이슈해설] 포스코 광양 전기로 준공, 韓 11개 고로 체제 전환 '첫 단추'
  • 김종혁
  • 승인 2026.06.18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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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로→전기로→수소환원제철 '산업고도화 로드맵' 실행 의미
2050년 고로 11기 전환…하이렉스 철스크랩 수소 인프라 '차기 과제'
포스코·현대 합탕 브릿지 기술…월 30만톤 규모 신규 철스크랩 수요
17일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전기로 공장을 준공했다. 좌측부터 정인화 광양시장, 김태균 전남도의장, 권향엽 국회의원, 김민석 국무총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김성호 포스코노동조합 위원장, 이희근 포스코 사장, 박성현 광양시장 당선인.

포스코가 17일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준공했다. 국내 최대 규모다. 표면적으로는 신규 생산설비 투자지만, 산업적 의미는 그보다 크다.

이번 전기로 준공은 정부가 2023년 제시한 '고로→전기로→수소환원제철(HyREX)' 전환 로드맵이 실제 생산 현장에 구현된 첫 사례다. 현대제철이 2월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를 첫 가동한 이후 포스코까지 대형 전기로 신규 설비 가동에 나섰다.

국내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이 실증과 투자가 병행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총 11기의 고로가 가동되고 있다. 포스코 포항 및 광양 제철소에서 8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3기가 가동된다. 정부는 2023년 2월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 철강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기존 고로 중심 생산체계를 수소환원제철 기반 체계로 전환한다는 장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정부는 현재의 11기 고로 체계를 장기적으로 수소유동환원로(HyREX 등) 중심 생산체계로 전환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동시에 2030년까지 전기로 확대, 합탕 등 브릿지 기술, 철스크랩 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해 탄소배출을 12%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광양 전기로는 이 전환 과정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 전기로 관점의 전환

특히 전기로 설비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전기로는 일반적으로 철근과 형강 등 봉형강 생산설비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추진하는 전략은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고급 판재류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기로가 생산하는 제품의 한계는 기술로 극복한다. 핵심은 합탕(合湯) 기술이다.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용선)과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용강)을 혼합해 품질은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 역시 2023년 발전전략에서 합탕 기술을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이전 단계의 핵심 브릿지 기술로 제시했다.

현대제철도 올해 2월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를 가동하며 탄소저감 강판 양산에 나섰다. 전기로 용강 100만톤과 고로 용선 300만톤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포스코 역시 이번 전기로 준공을 계기로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의 전기로 생산체계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 정부 정책의 진화

2023년 정책의 초점이 탄소중립이었다면, 2025년 11월 발표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은 공급과잉 해소와 설비조정을 포함한 산업 재편으로 범위를 넓혔다.

정부는 당시 ▲경쟁력이 약화된 품목은 자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시장 자율조정이 어려운 품목은 재편을 유도하며, ▲경쟁력이 유지되는 분야는 저탄소 설비 투자를 확대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철근 부문은 공급과잉과 수입재 침투율 확대 등을 이유로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됐다. 반면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고부가 제품은 친환경 설비 투자 확대가 필요한 분야로 분류된다.

광양 전기로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과 맞물린 투자로 해석된다.

◆ 종착지는 수소환원제철

전기로는 종착점이 아니다.

정부와 포스코가 추진하는 최종 단계는 수소환원제철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인근에 연산 30만톤 규모의 하이렉스(HyREX) 실증설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도 2026~2030년 총사업비 8100억원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이와 별개로 포스코가 지난 3월 포항 국가산단 계획 변경 승인을 받으며 확정한 하이렉스 실증 설비에는 약 1조30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올해 발표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는 철강산업을 구조조정과 기술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전환 산업으로 규정했다. 철근 부문 사업재편과 감축 로드맵 수립은 물론 AI 기반 공정제어와 철스크랩 선별 기술 개발도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 철스크랩은 전략자원 

전기로 확대는 철스크랩 시장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고로가 철광석과 원료탄을 사용하는 반면 전기로는 철스크랩이 핵심 원료다. 따라서 저탄소 전환은 곧 철스크랩 확보 경쟁을 의미한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광양 전기로는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월 최대 20만톤 규모의 신규 철스크랩 수요를 유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연간 400만톤 수준의 안정적인 철스크랩 조달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 가동에 따라 월 최대 10만톤 수준의 신규 철스크랩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를 합치면 향후 월 최대 30만톤, 연간 360만톤 규모의 신규 철스크랩 수요가 시장에 추가되는 셈이다.

국내 철스크랩 산업의 경쟁력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과거 철스크랩이 단순 원료로 인식됐다면, 앞으로는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 전환 과정에서 공급망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원으로 부상한 것이다. 

광양 전기로 준공은 국가 철강산업 전환 로드맵이 생산 현장에서 구현되기 시작한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전기로 등 후속 투자와 하이렉스 실증설비 구축, 철스크랩 공급망 정비, 특히 수소와 전력 인프라 확충은 차기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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