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량 9.2~9.3억 톤 전망…보호무역+중동리스크 수출 감소
“한국 초격차 기술·고부가 품목 및 공급망 관리로 대응해야”
중국은 한국 철강업계의 최대 해외 투자처이자 철강제품 수출 1위 국가였다. 중국 내수 소비가 급증하면서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해외 철강사들도 대(對)중국 투자에 열을 올렸는데, 한국 역시 2003년~2008년에만 투자금액이 5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그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른 산업이 그러하듯 철강산업 역시 2010년 중반 이후 대부분 철수했다. 지난해는 사상 최초 상공정 투자였던 포스코 장가항이 청산강철에 매각됐다. 이제는 수입방어가 업계 최대 현안과제 중 하나가 됐고, 그 중심에는 중국산 철강제품이 있다. 과연 중국 철강업계는 스스로 설비감축이 가능할까?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철강수요는 살아날까? 저가 수출의 위협이 사라질까? 지난 3월 양회를 중심으로 향후 중국 철강산업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철강산업 공급과잉은 2000년부터 잉태됐다
중국 철강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설비투자 기준으로 1998년 장쩌민(江泽民) 총서기 시기, 생산량 기준으로는 2001년 WTO가입 이후다. 1979년 개혁개방 당시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3450만톤에 불과했다. 1억톤을 넘기까지 7년이, 5억톤을 넘기까지는 16년이 걸렸다. 다만 5억 톤에서 10억 톤을 넘기까지는 1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조강 생산이 처음 1억톤을 넘었던 1996년부터 피크였던 2020년(10억5300만톤)까지 연평균 36.8%씩 성장을 했다. 같은 기간 GDP 평균 성장률(8.4%)의 4배가 넘는 속도다.
이러한 고속 성장은 두 가지 축이 견인했다. 첫 번째는 중국 경제가 세계 공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중국 조강생산량 추이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2001년부터 중국 FDI는 연평균 13.8%씩 늘어나면서 2022년에는 1891억달러에 달했으며, 같은 기간 조강생산량은 연평균 25.9% 증가했다.
두 번째는 정부 주도의 건설 및 인프라투자 확대다. 1997년 아시아 주요 국가의 외환위기(IMF) 사태로 중국 정부는 내수 부양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전국적으로 고속도로와 철도망을 건설하고 농촌 도시화 작업을 벌였다. CEIC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억7000만톤에 불과하던 중국 철강재 명목소비는헝다 사태가 터지기 직전 2020년 9억5700만톤으로 연평균 23.1%씩 증가했다. 중국 철강산업의 과잉은 이 기간 이미 잉태하고 있는 셈이다.
15년 전부터 반복돼 온 중국 철강산업 과잉문제
중국 정부는 12-5규획(2011~2015년)부터 매번 생산능력 규제와 산업집중도를 철강산업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실제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은 2016~2018년 사이다. 이 시기에 약 1억5000만톤 정도가 셧다운됐는데, 주로 400㎥ 이하 소형 고로와 30톤 미만의 소형 전기로 등 대부분 노후설비가 대상이었다.
그러면 과잉문제는 사라졌을까? 현재 중국의 정확한 조강능력은 알 수 없다. 도심 공장을 연안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전체 생산능력을 늘린 측면이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한다는 명분(産能置換, Capacity Swap) 아래 설비가 증설 되기도 했다. 14-5기간(2021~2025년)에는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로 설비가 늘어났다. 다만 정확한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2016년보다 더 늘어난 13억5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생산능력은 유지되는 반면 수요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재 내수 규모는 2020년 9억5700만톤을 정점으로 감소 중이며,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가장 큰 원인은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경기의 침체다. ‘주택은 투기 수단이 아닌 주거가 목적’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도시와 농촌간, 세대간, 지역간 빈부격차를 감안할 때 중국 정부는 부동산 정책은 경기 부양보다 주택거래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설사들에 대한 규제(부채비율 축소, 현금비중 확대 등)를 강화하는 한편,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1가구1주택 정책도 해제한 것이 그 반증이다.
두 번째는 중국의 성장 정책 방향이 과거 투자와 수출 중심에서 내수와 기술투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는 지난 3월에 열린 양회에서도 잘 나타난다. 교통망, 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등 선별적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필자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앞으로도 3~5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본다. 수요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23년까지 전체 수요의 54%를 차지하던 건설 수요는 지난해 49%로 줄었다.
15-5기간 철강정책 어떻게 바뀌었나?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15-5기간 동안 중국 정부의 철강관련 정책이 어떻게 변했는가?’이다. 이번 양회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속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과거 부채주도형 건설 투자와 수출 중심에서 기술투자와 내수 중심으로 전환이다. 기술투자는 AI, 6G, 양자기술, 신재생 에너지, 반도체, 전기차, 우주항공, 드론 등 이른바 10대 전략 산업이다.
10대 전략산업의 등장 배경은 ‘중국제조 2025’다. 돈이 안되는 단순 조립생산에서 벗어나 원천기술부터 생산까지 세계 1등이 되자는 것이다. 이 중에서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딥시크’로 AI 활용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전기차, 태양광 등은 중국이 선두주자라는 평가도 있다. 이는 미-중 패권경쟁과 맥을 같이한다. 그래서 혹자는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대 중국 견제가 중국의 기술자립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 정책의 변화는 생산과 수요,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 같은 계획경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거와 달리 14-5규획부터는 철강산업 정책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부터 설명하는 ‘15-5 규획 기간 중 철강산업 정책’은 필자가 각종 자료를 정리한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가장 관심이 가고 눈에 띄는 점은 생산과 관련해서 총량규제를 한다는 점이다. 신규설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설비대체(Capacity Swap)의 경우 1억톤 증설 시 1.5억톤을 폐쇄키로 했다. 베이징(北京)과 티엔진(天津), 허베이성(河北省)에는 신규증설을 금지했다. 과잉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안정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과거처럼 강제 폐쇄를 해야 하는 노후설비는 사라졌다. 정부주도 인프라 투자 납품 시 인증제도를 강화하여 자격 미달 제품에 대해서는 사용을 못하게 하거나, 강재 사용량의 일정비율은 인증제품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환경을 포함해서 각종 인증 취득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비용, 시간이 필요하다.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는 자연도태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0대 메이커가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 확대한다는 내용은 11-5기간부터 지속돼 온 단골 메뉴다. 최근 국영기업 중심의 M&A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스마트 팩토리(무인 자동화공장)를 30개 이상 확대하고 우주항공, 에너지용 강재, 전기차용 강판 등 고급강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탈탄소에 대한 정책도 내놓았다. 전기로 비중을 15%로 늘리고, 고로에 스크랩 사용비율을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인데, 바오산 등 일부 철강사는 이 수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60년까지 수소환원철을 상용화할 예정인 가운데, 그린수소 관련 기술 역시 한국을 앞섰다는 평가다.
많은 부분이 지난 5개년 계획의 연장이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관련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서움은 정책의 일관성이 아닐까? 중국 공산당은 철강산업을 ‘중국제조 2025’와 ‘중국몽(中國夢)’을 달성하는데 있어 필수 산업으로 여기고 있다.
2026년 중국 철강재 수출 얼마나 될까?
이번 양회에서 금년도 중국 경제성장률을 4.5~5%로 발표했다. 중국의 최대 과제는 소비심리 위축과 청년실업이다.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이구환신(以旧换新)정책 대상을 자동차나 가전제품 외에도 산업설비까지 확대했다. 전자 바우처 지급,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와 미분양 주택 정부 매입 후 공공임대 전환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14-5기간보다 다양한 정책이 나왔지만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되기는 힘들다. 체질을 바꾸는 작업인 만큼 시간이 시간과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10대 산업 중심의 신형 인프라 투자에도 철강은 사용되지만 과거 주택건설과 같은 대량소비는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철강 소비 관점에서도 당분간 과잉문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제 수급을 간략하게 전망해보자. 올해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9억2000~9억3000만톤으로 전년 대비 3000~4000만톤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내수 침체 때문이다. 내수는 8억500~8억1000만톤으로 2000~2500만톤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수출물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이다. 장치산업 특성상 과잉의 해결 방안은 대폭적인 감산이나 설비 셧다운 혹은 수출이다. 수출과 관련해서 가장 큰 장애요인은 무역장벽이다. 현재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국가는 62개국 200건 이상이다. 여기에다 주력 시장인 중동지역으로 수출이 미국, 이스라엘-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악재까지 겹쳤다.
이 때문에 1~2월 수출량은 2472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가 줄었다. 지금까지 중국의 수출의 일등공신은 일대일로(一帶一路 )도 제동이 걸렸다. 세계적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문제, 중국 정부의 자발적 수출규제(수출 라이선스 제도 도입) 등을 감안할 때 금년도 중국 철강재 수출물량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1억 톤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적 변화는 한국 철강산업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가장 큰 위협요인은 물량과 가격 중심에서 기술과 품질중심으로 변화다. 이미 열연, 후판 등 범용 제품군에서는 가격과 물량 측면에서 우리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초기 투자비와 인건비, 설비 자립도, 정부의 각종 보조금 정책까지 감안하면 격차는 더 빠르게 좁혀질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AI를 활용한 무인 자동화 공장이다. 중국은 바오산과 허베이, 안강, 사강, 화링 등 대형 업체들이 압연공장과 물류창고 등 많은 부분에 무인자동화를 구축했거나 추진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은 한국이 소폭 높지만 절대 금액은 중국이 많다. 투자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다 철강사별 특화전략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는 수소환원 공법과 저탄소 배출 기술과 같은 미래 기술, 전기차와 에너지용, 항공우주, 방산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두 번째는 소재부터 유통 및 가공, 실수요에 이르는 공급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요개발 단계부터 제품 생산, 가공, 보관, 운송, AS까지 고객 맞춤형 토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국산제품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더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철강을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다.
세 번째는 중국을 방어적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판매처로 다시 봐야 한다. 범용재의 경우 중국 소재와 설비를 활용한 가공협력 시스템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인 후 한국산 제품을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계에서 8억 톤 이상의 철강재 수요 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이러한 노력은 한 두 해에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또 법적인 문제, 세제 문제, 인력 문제, 산업이 축소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조정 등은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오는 노사문제, 지역사회와의 갈등 문제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 한국 철강산업은 전환기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중국의 물량이 아닌 질적 변화다. 이것이 중국 철강산업을 다시 보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