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정서적 연봉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정서적 연봉
  • 김진혁
  • 승인 2026.0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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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미래는 자신의 꿈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다.”-엘리너 루스벨트(사회운동가)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의 ‘2026년 가고 싶은 기업’ 설문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가운데 62%가 대기업을 가장 선호했고, 뒤이어 공기업·공공기관(12%), 중견기업(12%), 외국계 기업(6%), 중소기업(5%) 순이었다.

기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 1위는 연봉이 높은 기업(53%)이었다. 그러나 취업난이 길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구직전략이 바뀌고 있다.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희망 연봉 수준을 낮추는 것이다. 첫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여기기보다 빠르게 경력을 쌓아 몸값을 높이려는 구직자가 늘고 있음을 반증한다.

눈에 보이는 월급의 다과에 따라 직장을 선택하던 경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즉 구직의 조건이 ‘정서적 연봉’으로 이전하고 있다. 여기서 정서적 연봉이란? ‘일할 맛’을 만드는 업무 환경, 인간관계, 성장기회 등 조직문화에 화폐가치를 매긴 것이다. 비록 급여 명세서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직장생활의 만족도와 지속성을 좌우하는 심리적 보상을 의미한다.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의 신간 『정서적 연봉』에서 봉급이란 직장에서 느끼는 자율성, 인정, 성장, 심리적 안전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금액으로 환산된다.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 일의 의미, 동료와의 신뢰, 상사의 공정함, 자율성과 안정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겉보기 좋은 대기업이 반드시 머물고 싶은 회사는 아니며, 직장인을 붙잡는 힘은 금전적 보상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정서적 연봉의 이론적 배경은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허즈버그는 직무 만족을 결정하는 요인에 첫째, 위생 요인(급여, 복지, 근무환경)과 둘째, 동기 요인(성취감, 인정, 성장, 책임감)으로 구분했다. 급여는 불만을 줄일 수는 있지만, 동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인정과 성장, 의미는 급여가 일정 수준을 넘은 이후에도 직무 몰입을 계속 끌어올린다. 정서적 연봉이 동기 요인의 집합이다.

데시와 라이언의 자기 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세 가지 기본 욕구를 가진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으로 이 욕구가 충족될 때 사람은 스스로 동기화되고, 장기적인 성과를 낸다. 정서적 연봉이 높은 조직이야말로 이 세 요소를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격이다.

이제 기업도 ‘정서적 연봉’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기업이 일 잘하는 직원을 잡으려면 감정 급여를 챙기라는 말이다. 월급 때문에 입사해도 감정 때문에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이 회사에 다니는 주된 이유가 생계유지라고 하지만, 사회변화와 정서적 만족도에 따라 이직이 수월한 시대로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직장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등장한 ‘보이지 않는 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자율성 확보다. 자신이 선택한 일을 소신껏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업무의 의미를 깨닫고 성장기회로 삼는다. 셋째, 관계성, 동료와의 긍정적 관계 속에서 일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넷째, 인정과 존중, 일할 맛을 높여 불안에서 벗어나게 한다. 다섯 번째, 만족감, 직원의 행복을 위한 공간 제공, 휴가 등이다. 그 밖에 성장의 기회를 아끼지 않는 문화, 자율성과 책임을 주는 환경, 수평적 소통과 신뢰, 자신을 필요로 하는 분위기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존중하는 태도 등이다.

우리도 조만간 일본처럼 취업자가 회사를 선택하는 시대를 예상한다. 2050년에는 25∼34세 청년 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인 340만 명으로 감소하기에 정서적 연봉이 낮은 회사는 인재 전쟁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젊은 인재가 귀해지는, 다가올 미래에는 정서적 연봉을 포함한 총인건비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숫자는 통장을 채우고, 정서는 삶을 채운다. 월급은 생활을 지탱하지만, 정서적 연봉은 일을 견디게 하고, 사람을 성장시킨다. 지속 가능한 직장생활의 핵심도 바로 월급에서 정서적 연봉으로 바뀌지 않을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를 반복하는 운명에 처한다”-조지 산타야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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