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빨라지는 한-중-일 3국 철강산업의 발걸음
[나병철의 철강 이야기] 빨라지는 한-중-일 3국 철강산업의 발걸음
  • 나병철
  • 승인 2025.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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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철 스틸투모로우 자문위원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나병철 스틸투모로우 자문위원 (전 포스리 철강산업연구센터장)

지난해 세계 조강 생산량 및 철강재 무역량 중에서 한국, 중국 및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1.2%, 39.2%로 이들 철강 3개국이 세계 철강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상당 기간 동안 세계 철강시장에 중국은 중저급재, 한국은 중고급재, 일본은 고급재 공급을 담당하는 역할을 통해서 철강 시장 내 균형 상태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세계 경제 성장의 둔화 및 미국 트럼프 정권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3개국 철강산업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향후 아시아 철강시장 및 세계 수출시장에서의 경쟁 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제조업 분야 철강 수요 성장의 둔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용 강재 소비의 위축 및 철강사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산업 안정 성장 방안 (2025~2026년)’을 발표했다. 철강산업은 중국 경제 안정 성장의 버팀목이라는 방침 하에, 질적 향상과 합리적 성장을 달성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 철강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회복시키고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철강산업의 구조를 최적화하는 한편 녹색·디지털화로의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철강 감산과 구조조정, 그리고 녹색·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중기 전략으로서 단기적으로는 철강 공급과잉 완화, 중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의 구조 개편을 가속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일본철강업계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제철은 지난 6월 미국 US Steel의 경영권을 140억 달러에 인수하였으며, 2028년까지 미국 내 신규 제철소 건설에 착수하고 US Steel을 미국 내 철강업계 선두로 끌어올려서 향후 미국 내 조강 생산량을 1,400만톤에서 3,400만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필요한 인력 및 엔지니어도 미국에 파견할 계획이다. 하시모토 일본제철 CEO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경쟁 철강사들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추격하고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생산량 확대가 필요하다”는 방침 하에 미국 이외에 인도, 태국 등의 생산 거점을 활용해서 향후 10년 내 조강 생산량은 1억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 JFE Steel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지속적인 내수 위축에 대응하기 위하여 제8차 중기경영계획(‘25~’27년) 기간 중에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기강판/초고강도강판 설비투자 강화, 전기로 전환 등 탈탄소 대응 설비의 순차 확대 및 조강 능력 축소(2,600만톤 → 2,200만톤) 등을 통해서 일본 내 제철소는 ‘Mother Mill’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에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은 인도 JSW 및 미국 Nucor 등 전략적 파트너사와 함께 ‘인사이더형 사업’을 추구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금년 초부터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를 출범시켜서, 국내외 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도출을 위해 논의 중인데 이 결과를 토대로 10월 중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관한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방안에는 △공급과잉 속 주요 품목별 대응 및 정부 지원 방안 △반덤핑과 인증제도 등을 활용한 불공정 수입재 대응 △저탄소·고부가 가지 제품으로의 전환을 위한 저탄소 철강재 수요 창출 등이 핵심 과제로 담길 전망이다.

향후 한 중 일 3개국 철강산업의 경쟁 구도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요인을 꼽는다면 중국 철강산업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 확대를 들 수 있는데, 그동안 수익성이 악화되던 ‘바오산강철’의 금년 상반기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 이러한 판단의 근거이다. 동사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서 금년 들어 ‘2+2+N’ 전략을 강화하였는데, 그동안의 주력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 및 전기강판 (2개 제품)이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고급 후판 및 풍력 발전용 봉형강 (2개 제품)과 다양한 부가가치 제품 (N개 제품)을 전략 제품군에 추가하여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철강산업 안정 성장 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앞으로 한 중 일 3개국 산 고급 철강제품 간에 차별성이 사라지는 ‘새로운 아시아 철강산업 삼국지’가 전개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와 철강업계의 경쟁력 강화 및 산업 고도화 방안의 차질 없는 수립과 실행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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