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부담=…성과 증명해야” 목소리도
‘샤힌’ 완공 땐 에틸렌 생산 두 배 확대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도입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계 전반에 디지털 대전환(DX) 노력이 지속되면서 산업 구조 변화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국내 화학‧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의 행보도 숨가쁘다. 산업 재편 흐름과 더불어 경기 침체 극복까지 맞닥뜨리면서 이들 기업, 특히 수장들의 향후 사업 구상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주목받는 기업 경영진 및 CEO의 행보를 파악하고 집중 보도할 방침이다. [편집자주]
미래 전략 수립 및 대형 투자 ‘올인’
에쓰오일(S-Oil) 안와르 알 히즈아지 대표는 사우디 아람코가 배출한 석유화학 분야의 정상급 리더다. 사우디 킹파드 석유광물대학에서 화학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6년 사우디 아람코에 입사해 정유·화학 시설 기획 및 전략 수립, 복합화학단지 운영조정, 해외 합작 프로젝트 관리 등 굵직한 사업들을 맡아왔다.
특히 아람코 내에서 시설 기획 코디네이터와 파트너십 전략 총괄 등을 거치며 글로벌 석유화학 밸류체인 구축에 대한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23년 에쓰오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그는 현재 한국 사업의 중심에서 미래 전략 수립과 대형 투자를 직접 이끌고 있다.
에쓰오일의 최근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영 환경 악화의 영향으로 실적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졌다. 2023년 이후 국제 유가 하락과 정제 마진 축소로 에쓰오일의 실적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8조9905억 원, 영업손실은 215억 원을 기록했다. 주력 정유 부문에서는 568억 원의 적자를,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74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전체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실적 부진 속에서 에쓰오일이 최근 채용을 사실상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며 내부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회사는 응시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외부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사업 실적이 크게 저하돼 부득이 채용 전형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입 공개채용 일정이 연기된 가운데, 일부에서는 “샤힌 프로젝트라는 대형 투자에만 집중하는 사이 인재 선순환 구조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 사활…9조2580억 원 규모
알 히즈아지 대표는 총 9조2580억 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그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전방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가 한국에 추진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사업이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약 88만㎡ 부지에 조성 중인 이 초대형 설비 단지는 기존 정유 중심 사업 구조를 석유화학 중심으로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 12%에서 25%로 높일 예정이다. 완공 후에는 연간 180만 톤의 에틸렌, 77만 톤의 프로필렌, 88만 톤의 LLDPE(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 등 핵심 석유화학 원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울산지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한 TC2C(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 기술을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상용화해 ‘게임 체인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쓰오일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150㎿ 규모의 천연가스 자가발전 시설도 구축할 예정이다. 해당 전력은 전량 샤힌 프로젝트 시설에 공급되며, 고온 배기가스를 회수해 재활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 히즈아지 대표가 아람코에서 보여준 글로벌 감각과 실행력은 분명 강점”이라면서도 “에쓰-오일의 수익 기반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적 조정과 우선순위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샤힌 프로젝트는 분명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지만, 동시에 현재의 재무 구조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알 히즈아지 대표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단순히 지휘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성과로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