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시대이다. 매일 여론조사를 보면서 희비가 엇갈린다.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기업에서 각종 조사가 이루어진다. 조사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그런데 그 조사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대럴 하프(Darrell Huff)는 그의 고전적 저서인 ‘새빨간 거짓말 통계’에서 통계가 어떻게 오용되거나 왜곡되어 사람들을 오도할 수 있는지 신랄히 파헤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실례를 보자. 건강음료, 화장품, 다이어트 식품 등에서 “80%가 효과를 봤다”는 식의 문구는 표본 수, 실험 조건, 비교군 등 중요한 정보를 생략해 실제보다 효과가 크게 보이도록 만든 경우이다.
여론조사에서 특정 집단만을 표본으로 삼아 전체 의견인 것처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조사해 결과를 일반화하는 식이다. 하루 몇 편의 비행기만 있는 지방 공항이나 차 몇 대 안 다니는 도로가 건설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론조사 실패 사례 중 하나가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와 갤럽의 여론조사이다. 당시 대중잡지였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1천만 명에게 우편으로 설문지를 보내 240만 명의 응답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공화당의 알프레드 랜던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그러나 신생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은 1,500명이라는 적은 표본을 면접 조사해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했다. 실제 결과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당시 유선전화 가입자 등 부유층 위주로 표본을 추출해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후 갤럽이 유명해졌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 의견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EU 탈퇴로 결정되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1980년대 중반 코카콜라는 펩시에게 시장 점유율을 점점 뺏기자 코카콜라는 대대적인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수십만 명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블라인드 테스트 등 광범위한 맛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결과 코카콜라는 1985년 기존 코카콜라의 맛을 전면 수정하고 ‘뉴 코크’를 출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뉴 코크’는 출시 직후부터 엄청난 비난과 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많은 소비자는 코카콜라의 전통적인 맛에 향수와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새로운 맛은 오히려 반감을 샀다. 결국 코카콜라는 ‘뉴 코크’ 출시 79일 만에 기존 코카콜라를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소득, 집값, 성적 등에서 ‘평균’만 강조해 실제 분포나 격차를 숨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단순 산술 평균은 소수의 고소득자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려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를 보여준다. 어느 집단의 평균 소득이나 기업의 평균 연봉에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래프의 축(특히 y축) 일부를 잘라내 상승이나 하락 폭을 실제보다 과장하거나 축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식이나 물가 상승률을 보여주는 그래프에서 밑부분을 잘라내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만 골라 인용하거나, 불리한 수치는 숨기는 방식으로 정보를 왜곡하는 경우가 흔하다. 정치만 그런 게 아니다. 기업 내에서도 각종 보고나 발표 시 이런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이런 통계의 함정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정보를 소비함으로써 여론조사나 각종 조사에 쉽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