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수출가격 올해 2000만원 넘어서나?
승용차 수출가격 올해 2000만원 넘어서나?
  • 김종대
  • 승인 2020.02.21 0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1년 474만원에서 지난해 1900만원 돌파
SUV 등 비중 늘며 ‘뚱뚱한 차’ 두각
고부가가치 진화 긍정적 효과 크지만
국내 생산량 줄며 철강재 공급도 감소

한국산 승용차의 대당 평균 수출가격이 소형차에서 준중형차대로 인상됐다. 올해는 중형 승용차의 기준인 2000만원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총 수출대수는 300만 대를 넘었던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총 수출액은 2014년 446억84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5년째 내리막 추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대형․고급차종의 비중 증가로 대당 수출액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도 기여를 해 지난해 처음으로 1900만 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차질,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악재가 벌어지고 있으나 단기간 내에 막아낼 수 있다면 2000만 원대 수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한 수출용 승용차가 울산항에서 화물선에 선적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한 수출용 승용차가 울산항에서 화물선에 선적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달러, 원 단위 대당 수출액 모두 최고

20일 본지가 수출입 품목분류 체계(MTI)에 따른 승용차 품목(MTI코드 7411)을 기준으로,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제공하는 무역통계를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의 승용차 수출액은 약 381억 달러, 수출대수는 213만3048대였다. 이를 통해 대당 평균 수출액을 계산해 본 결과, 미 달러 기준은 1만6472달러로, 2018년 1만5863달러보다 603달러(3.8%) 인상됐다. 달러화 기준 평균 수출액이 1만6000달러를 넘은 것은 2019년이 처음이다. 1991년 6463달러였던 승용차 평균 수출액은 2003년 1만194달러로 1만 달러 벽을 넘어섰으며, 2015년에는 1만5000달러를 기록한 뒤 정체 상태를 보이다가 2019년에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원화 수출액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제공하는 해당년도의 평균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해 환산했다. 그 결과 2019년 승용차 총 수출액은 약 44조4124억 원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금액을 수출대수로 나눠보니 대당 평균 수출액은 1920만569원으로 2018년 1745만4059원에 비해 174만6510원(10.0%) 올랐다. 원화 가격 인상 폭이 달러화에 비해 3배 가까이 높다는 것은 환율 상승의 덕을 봤음을 의미한다. 원화 가치가 내려갈수록 자동차 수출 기업들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출범 직후 가격 상승

같은 방식으로 연도별 승용차 대당 평균 수출가격을 산출해 보면, 1991년에는 474만1257원이었다가 2001년 처음으로 1000만원(1111만5337원)을 넘어섰다. 평균 수출가격이 1000만 원을 넘어선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 출범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인수를 마무리 하고 현대차그룹으로 독립한 정몽구 회장은 출범 일성으로 품질주의와 고급화를 선언했다. 또한 그해에 르노삼성자동차가 프랑스 르노에, 2002년에는 대우자동차가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에 인수되어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의 후폭풍에서 자동차 업계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생산과 수출에 본격 나섰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의 수출차종 고급화가 한국 승용차 수출액의 상승을 주도했다. 파격적인 A/S와 제네시스 등 전략 브랜드 출시 등을 통해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2011년 1520만8810원이었던 승용차 대당 평균 수출액은 2017년 1797만9094원에서 지난해 1900만 원대를 넘어섰고, 올해는 2000만 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차량 몸무게도 늘었지만…

수출품목의 고가화는 자동차 산업이 고부가가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의 입장에서는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국철강협회가 지난 2009년 철강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7개 산업 82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철강재소비 원단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형 승용차 1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철강재 사용량은 1360kg이었다. 이는 강판과 엔진 등 철강재로 만든 부품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철강업계는 이 가운데 강판 사용량은 약 700kg로 추산했다. 철강재 사용량에서 강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1.5%다.

2019년 수출된 승용차의 평균 중량은 1682kg이었다. 위에서 추산한 강판 비중을 적용하면, 약 866kg의 강판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등 경량 소재 등 철강재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제외한, 단순 추정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생산에서 강판의 비중은 큰 변화가 없고, 여전히 완성차 업체는 가장 많은 철강재를 고객사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

또한 철강협회의 중형 승용차 철강재 사용량 1360kg을 넘어선 것은 2002년부터이며, 중량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는 세단의 대형화는 물론, SUV 등 덩치가 큰 차종의 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과 수출량 모두 줄어들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의 효과는 반감되고 있다. 국내 승용차 생산량은 2011년 422만1617대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해 2016년(385만9991대) 400만대 선이 무너졌으며, 지난해에는 361만2587대에 머물렀다. 8년 만에 60만9030대가 줄어든 것인데, 이는 지난해 승용차 내수 판매량(129만4139대)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감산 따른 고정비 부담, 공급가 협상 팽팽

규모의 사업은 규모에 맞는 생산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생산이 줄어들면 대당 생산단가가 증가한다. 인건비와 시설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도 늘어난다. 원자재와 부품 구매도 줄어든다. 공급업체는 공급 물량이 줄어든 만큼 역시 고정비 부담을 안게 되어 공급가격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완제품 업체는 생산 물량이 줄어 생산원가가 올라가는데 부품 구매가격을 올릴 수 없고, 단가 인하를 요구한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 망이 처한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중형 자동차 1대 가격에서 강판 구매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로 보고 있다. 철강업체로서는 이는 미비한 비중이기 때문에 철강재 공급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완성차 업체는 모든 부품․원료 구매가격을 원단위로 계산해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한 에어컨 배기구 차단막 같은 부품의 공급가격도 낮춰달라고 할 정도인 만큼 철강업체들에게 오히려 더 낮춰주길 원하고 있다. 이러니 협상은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평행선을 나가고 있다.

승용차 수출가격은 올라가고 있으나, 완성차 업계와 철강업계 모두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