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이어 제련기술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해외 매각 방지 일환
고려아연이 이차전지 원천기술에 이어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기술과 아연 제련 기술(Hematite공법)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향후 해외 기술 매각 가능성을 원천 봉쇄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2건의 제련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 건의서를 제출했다. 현재 국가핵심기술로 총 13개 분야에서 76개 기술 목록이 지정돼 있는데, 해당 기술 2건에 대해 신규 지정을 요청한 것이다.
구체적인 기술 명칭으로는 '가입 침출 기술을 활용한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 제조 기술'(헤마타이트 공법)과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이다.
이번 신청에 따라 산업부는 국가핵심기술 신규 지정 수요 조사와 의견 취합, 전문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최종 후보 기술 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신규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헤마타이트(Hematite) 공법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아연 제련은 기본적으로 아연이 함유된 정광에서 고순도의 아연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아연 제련 공정은 크게 배소-조액-정액-전해-주조의 5단계로 이루어지며, 이 중 조액공정은 황산에 아연 금속 성분은 최대한으로, 불순물은 최소한으로 녹이는 공정이다. 아연 정광 중 7~9% 함유된 철의 분리는 조액 공정 중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고려아연에서 운용중인 헤마타이트 공법은 철을 고온고압조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잔사형태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헤마타이트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18barg 이상의 고압과 180~200도의 높은 온도조건이 필요한데, 이러한 조건을 운영하기 위한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해당 공법은 불순물 제거율을 높여 아연회수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아연 회수를 위한 후공정이 줄어드는 만큼 사용되는 에너지도 축소한다. 또 전세계 아연제련소가 안고 있는 대규모 잔재 적치장 건설 및 관리와 이에 수반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제련기술이다.
안티모니 제련기술의 경우 안티모니 금속 제조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경제성과 효율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습식 제련 방식으로 기존 건식 방식 대비 40%의 제조 원가로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안티모니는 주로 난연제와 촉매제의 주 성분인 삼산화안티몬의 원료가 되며, 고려아연 안티모니의 주요 수요처 역시 대부분 삼산화안티몬 제조업체들이다. 국내 안티모니 시장의 규모는 연간 약 4000톤으로 고려아연이 그 중 약 60%에 해당하는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외 나머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 원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판정한 바 있다. 정부는 반도체와 원자력, 전기전자, 로봇 등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 및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기관이나 기업은 법률에 따라 보호 조치를 실시해야 하고,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에 매각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MBK와 영풍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가총액 20조 원에 육박하는 고려아연의 몸집을 고려했을 때 국내 매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에는 해외 매각은 사실상 봉쇄된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서를 통해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희소금속인 안티모니의 특성과 중국의 안티모니 전략 자원화 정책 등을 감안할 때 해당 기술의 해외 유출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국내 유일하게 안티모니를 생산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 안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