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현대제철 vs 동국제강, 형강 KS개정 '2020 재점화'
[핫이슈] 현대제철 vs 동국제강, 형강 KS개정 '2020 재점화'
  • 김종혁
  • 승인 2020.01.14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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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고객 수요반영, KS 경쟁력 강화 수입산 방어
동국제강 효용성 문제제기 추가투자 ‘공급과잉’ 부추겨
관련업계 찬반 갈려...경제안전성 vs 독과점 역효과 ‘대립’

국내 H형강 규격 확대를 위한 KS 개정을 놓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이를 위한 4차 전문위원회가 조만간 실시될 전망이어서 양측간 긴장감이 더 높다. 전문위원회는 작년 3차례나 진행됐지만 양사간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현대제철은 H형강 규격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는 반면 동국제강은 전면 반대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어느 한쪽의 주장에 절대적인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만큼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이 다르다는 얘기다.

특히 양사 입장에서 국내 형강 시장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곳이다. 실적추락의 늪에 빠진 현실에서 5~10%에 육박하는 이익률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몇 년 간 수입은 증가한 반면 수출에서는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간의 규격 확대에 입장을 듣고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현대제철 ‘고객의 목소리 반영, KS의 경쟁력 강화’

현대제철의 명분은 분명하다. 건설사 등 수요업체들의 요구에 맞추는 한편 건물의 안전을 위해 KS개정을 통해 규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회사측은 “규격 확대는 생산업체 입장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 변형이 불가피하고, 이는 또 생산, 관리비 상승을 유발시키고 투자 또한 불가피하다”면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강구조 경쟁력 확대, 산업보호, KS글로벌 경쟁력 확보, 수입에 대한 제도적 장벽 구축 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격 확대는 미국의 ASTM을 기준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다만, 국내 실정 및 산업보호를 위해 한국의 metric ton(미국 short ton) 규격으로 개선했다. 이에 공학적, 제도적 측면에서 한국의 표준 사이즈로 차별화 됐다는 게 현대제철 측 설명이다.

KS 규격은 82개로 다른 국가보다 적다. 일본의 JIS는 356개, 미국의 ASTM과 유럽 EN은 289개, 404종을 채택하고 있다. 중국의 GB는 118개에 이른다. 

현대제철은 KS 개정이 지연되자, 자체적으로 RH+라는 제품을 먼서 출시했다. 작년 총 94종을 추가하면서 현재 176종까지 확대한 상태다. 신규 규격은 400*400 등 대형 형강이 중심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KS규격 확대는 현대제철의 요구가 아닌 H형강 사용자인 고객의 요구”라며 확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동국제강 수요넘는 무리한 규격확대 공급과잉만 부추겨

동국제강은 전면 반대 입장이다. 다만 KS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현실에 맞는 규격을 점진적으로 만들어 선진화하자는 주장이다.

동국제강의 반대는 우선 독과점 및 과다설비와 관련한 지적이다.

현대제철은 4개의 형강 생산라인을 보유한 과점 기업이다. 동국제강은 1개 라인으로 대응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현대제철이 중점적으로 규격 확대를 추진하는 대형 형강 시장에 빌트업(Built-up) 제품으로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같은 방식으로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규격 확대 시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현대제철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 KS개정 기준이 되는 미국 규격은 현대제철만이 생산이 가능하다.

고객들의 선택은 되려 현대제철산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동국제강이 규격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회사 관계자는 “형강 시장은 이미 공급과잉인 데다 수입산까지 연간 30~40만톤이 들어오고 있다”며 “규격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까지 추가 투자를 추진한다면 국내 과잉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효율성이 강조되는 추세에 역행하는 일이란 평가다.

효용성 측면에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일본, 동남아 등에는 수백여 강종 규격이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강종 대부분은 50~60개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시장 수요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격 확대는 생산자 및 사용자들의 재고, 관리 등의 비용 부담을 높여 경쟁력을 후퇴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되려 현대제철의 규격 확대 의지는 현재 실적이 부진한 수출을 줄이고 내수 점유율을 더 높이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의 반응...경제 안전성 vs 독과점 역효과 ‘대립’

시장의 반응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어느 한쪽에 절대적인 힘이 실리지 않는다.

찬성의 입장은 사용자가 원하는 규격이 많으면 그만큼 시공, 설계 등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성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규격만으로는 100톤으로 짓는 건물에는 120톤의 구매가 필요하다. 딱 맞는 사이즈가 없기 때문이다. 규격이 다양해지면 구매를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건물의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제철은 건설사의 말을 인용, “건설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기단축과 강재량 사용절감, 공사단가를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에 기존 10가지의 선택지에서 제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20가지의 선택지를 준다면 경제성과 안정성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의 반응도 나온다. 형강 재고를 운영하는 전문업체들은 종류가 늘어나는 만큼 재고 및 관리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특정 업체로 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현대제철만 생산하는 중소형 강종의 경우 엑스트라가 톤당 1만원 이상 붙는다. 시장을 독과점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이 매겨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도 원하는 납기와 사이즈를 맞추지 못하는데 (강종을) 더 늘리면 대응이 가능하겠냐”며 “현대제철이 모든 강종을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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