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H형강 '가격 지키기'에 나섰다. 가격 인상과 함께 저가(低價) 수입재에 대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판매가 급감하고 거래 가격은 4개월째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내린 강공법이다. 업계에서는 표면적으로 인상이 실시되지만 사실상 인하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짙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최근 고객사에 "당사는 기고시한대로 19일부터 공급 가격을 인상"이라는 내용을 문자로 통지했다. 6월 계산서는 인상 전과 후로 공급가를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또 "어려운 시중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예측 저가 판매로 추후 고객사에 판매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협조 요청 드린다"고 전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것을 지양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저가 수입재에 대한 맞대응도 예고했다는 점이다.
통보한 내용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H형강 수입이 지속됨에 따라 수입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대응 범위는 종전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H형강은 크게 토목용과 건축용 2가지다. 토목용은 통상 수입 비중이 비교적 많다. 수입 대응은 통상 가격 하락기에 294*200, 298*201, 300*300 사이즈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특히 정기결제보다 현금결제가 많다보니 가격으로 대응하기 용이한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토목용은 수입 계약이 늘고 향후 국내 유입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제품에 대해 사전에 주문을 받고 현금결제 기준으로 4~5만 원 정도 인하해준다"면서 "수입이 들어오기 전에 국산 가격을 조정해 사전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입산이 톤당 11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국산은 2~3만 원의 격차를 두고 112~113만 원 수준으로 인하해주는 방식이다. 인하 폭은 상황에 따라 변동된다. 건축용의 경우 정기결제 비중이 높고 선 판매는 잘 안하는 게 일반이다. 수입 대응이 어느 범위까지 확대될지에 주목되는 이유다.
현재 중국산과 국산 가격 차이는 매우 크다. 2분기 중국의 H형강 쿼터량에 대한 오퍼는 일조강철과 라이우강철이 각 682달러, 685달러다. 마진율을 감안해 통상 이보다 5달러가량 높게 제시한다. 마진률과 환율을 반영한 원가는 톤당 90만 원 초반으로 추정된다. 국내서 중국산 거래 가격은 톤당 112만 원으로, 이같은 수입원가를 감안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은 크다. 현대제철이 수입대응에 나설 경우 적잖은 폭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수입대응의 범위와 가격 조정의 폭은 현대제철로서도 부담이다. 올해 실적이 워낙에 부진하다. H형강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거의 양분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H형강 생산량은 1~4월 기준 98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다. 출하량은 총 95만 톤으로 13.8%나 줄었다. 재고는 26만 톤으로 20.2% 줄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주 가격 인상과 수입대응 검토는 판매 부진보다 가격을 지키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면서 "가격을 한 번 내리면 올리기는 더욱 어렵고, 앞으로 시장 개선이 요원한 상태에서 일부 수입 시장에 맞대응하고, 상대적으로 고가 시장을 지켜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