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칼럼] 고철업계 ‘고사(枯死)’ 준비가 필요하다
[페로칼럼] 고철업계 ‘고사(枯死)’ 준비가 필요하다
  • 김종혁
  • 승인 2019.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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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김종혁 페로타임즈 국장

철스크랩(고철) 업계가 말 그대로 말라 죽을 지경이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9월부터 3개월째 납품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짧으면 7일, 10일 간격으로 가격을 내린다.

고철업체, 특히 구좌업체(납품업체)들은 매주 손실이다. 재고를 채워 넣으면 바로 납품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재고도 털어내지 못한다면 손실 규모는 더 확대된다. 바닥 시장은 더 이상 기존 물량을 내놓을 만한 재고도 없는 상태다. 월 매출은 급격히 쪼그라든 형국이다.

운영비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이렇게 가다간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당장 해를 넘기면 올해 줄어든 매출과 이익을 기준으로 내년 은행 여신 등을 갱신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매출의 30%는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기존 여신을 유지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 손실까지 누적된 상태라면 자금동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기로 제강사들을 탓할 일도 아니다. 단적으로 현대제철은 3분기 0.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업계는 사실상 적자로 인식한다. 대한제강 한국철강 등 다른 제강사 사정도 다르지 않다.

철근 출하량은 작년보다 20% 이상 줄고 있다. 내년 건설경기는 올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철근 시장의 선행지표인 올해 주택인허가 실적은 2016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철근 수요가 올해의 70% 수준밖에 안될 것이란 위기감도 바닥에 퍼져 있다. 제강사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고철 가격 인하다.

고철업계는 제강사들이 철근 가격을 올리는 데는 데 온갖 힘을 쏟고, 고철은 인하로만 일관하는 행태를 지적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제강사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상생, 동반성장의 신뢰는 실적 앞에서 무너졌다.

고철업계가 생존을 위해 선택할 길은 하나다. 제강사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방안은 여러 가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현재의 사업을 연관 사업,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연장선을 긋거나 고철을 수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일본관동철원협회를 예로 들면, 이 협회가 탄생해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2010년 전후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당시 일본은 고철이 남아돌았고, 건설 및 철근 경기는 고꾸라졌다. 연간 수백만톤의 고철은 갈 길을 잃었다. 해외는 그들의 숨통을 트여줬다. 성장 전망이 좋은 동남아가 인근에 있으니 미국 유럽보다 여건도 유리했다.

이들은 일본 내에서 취급하는 고철 중 일부를 모으기 시작했다. 수출을 하기 위해서다. 매월 입찰을 실시한다. 이는 일본 제강사들은 물론 한국 동남아시장에까지 지표로 활용된다. 일본 제강사들이 납품 가격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최소한 우리나라처럼 절대적 권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후 관서지역에서도 협회가 설립됐다.

우리나라 고철업계도 냉정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제강사 예측대로 철근은 장기부진 국면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고철 역시 현재 규모로 운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소한 내 제품, 즉 고철이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납품하는 일에선 벗어나야 한다. 제강사도 철근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다. 힘의 균형을 이뤄야 신뢰,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제강사가 국내 원료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절대적 지위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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